상상 속에서 악마로 변한 세이이치가 안리를 모욕한다.
그런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안리는 알 수 없는 쾌감의 물결에 휩싸였다.
"뭐야? 뭐야, 이건♡ 이상해♡ 이런 거, 이상해♡ 아앗♡"
소녀의 상상은 점점 커져만 갔다.
상상 속 세이이치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개처럼 기어가는 안리를 바라보고 있다.
[안리는 변태야. 이런 식으로 개목걸이를 걸고 산책을 하면서 흥분하다니]
세이이치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왜일까.
그런 '있을 수 없는' 세이이치의 모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안리의 쾌감은 커져만 갔다.
"아, 아니야 세이이치 군♡ 나는 변태가 아닌걸♡ 개처럼 취급당하는 걸 좋아할 리가 없는걸♡"
[아니야. 안리에게는 그런 소질이 있었어. 남자를 싫어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이렇게 좋아하는 남자의 손에서 동물처럼 다루어지고 싶었던 거야]
상상 속에서 세이이치가 어루만진다. 마치 애완동물에게 그러는 것처럼, 턱을 간지럽히듯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끼잉♡"
개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낸다.
"하아...... 하아......"
어느새 스마트폰을 켜고, 사진 앱을 실행하고 있었다.
세이이치와 자매가 함께 찍힌 사진.
거기서 세이이치의 얼굴만 잘라낸 사진을 안리는 표시했다.
"하아 ...... 세이이치, 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남자.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이 평생 사랑하기로 결심한 최애의 소년.
그런 그에게 이런 식으로 모욕을 당하면, 그것은 얼마나 .......
"아아♡ 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 세이이치 군으로 이런 짓을 ......♡ 아앗, 미안해요 ...... 미안해요! 세이이치 군♡ 안리, 당신으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해버렸어요♡ 다정한 당신으로♡ 아아, 용서해 줘요♡ 용서해줘요 세이이치 군♡"
즉석의 요법은 효과가 탁월했다.
너무 탁월했다.
이를 계기로 안리는 끔찍해야 할 노트의 내용을 토대로, 사랑하는 소년에게 귀여움을 받는 공상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하아, 하아 ...... 또 나, 이런 짓을 해버렸어♡ 아니야, 세이이치 군 ♡ 나 변태가 아니야♡ 변태가 아닌걸♡ 그러니 ...... 짓궂게 굴지 마♡ 언제나처럼, 착하게 대해줘♡"
안리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숨겨진 일면.
그것이 상상 속의 세이이치에 의해 밤마다 드러나게 된다.
"으으응♡ 미안해♡ 안리, 못난이야♡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좋아해♡ 안리, 나쁜 아이야♡ 그러니 ...... 혼내줘♡ 안리를 많이 혼내줘, 세이이치 군... ...으응♡ 세이이치 님♡ 앗♡ 주인님~♡"
한 번 깨어난 여자의 본성은, 사랑하는 소년을 찾아서 윤기 나는 육체처럼 미친 듯이 성장한다.
뇌 속의 더러움은 씻겨지기는커녕, 소녀의 숨겨진 욕망에 의해 온통 덧칠되어 갔다.
"...... 하아, 하아♡ 그래 ...... 나, 알아차렸어♡"
소녀는 곧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왜 이렇게 음란하게 자랐을까.
왜 이렇게 남혐이 되어 이성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
"나는 ...... 그 사람에게 헌신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모든 것은 세이이치라는 운명의 상대에게 이 몸과 마음을 바치기 위해, 신이 계획한 일이었던 것이다.
완전히 욕정에 빠진 안리는, 그것이 불변의 진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마트폰에 비치는 사랑하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리는 환희에 젖은 표정을 짓는다.
"......당신에게,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저만의 ...... 주인님♡"
마음을 깨달은 소녀는,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