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화 [청순계 새침데기 JK 안리] 더러움은 풋풋한 애정으로 덧칠되다(3)
    2023년 10월 31일 21시 42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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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애초에 안리에게 세이이치는 성가신 이웃이면서 학년의 순위를 다투는 라이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남자에게 계속 지는 일은 안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특대생을 상대로 학력으로 승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래부터 승부욕이 강했던 안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되갚아준다다'라는 각오로 매번 시험에 임했다.

     하지만 1등과 2등의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야.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잖아?"



     승자의 여유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지, 세이이치는 늘 그렇게 말하며 아쉬워하는 안리를 달랬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다.

     그리고 이상한 남자다.



     애초에 그는 정말로 자신과 같은 나이일까?

     사실 나이를 속이고 입학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세이이치의 인격은 고등학생답지 않은 차분함이 있었고, 그리고 너무나 요령이 좋았다.

     약간의 접촉만으로 여동생들과 어머니의 신뢰를 얻는 것도 왠지 탐탁지 않았다.

     처음엔 분명 다른 남자들처럼 흑심을 품고 자기 가족들에게 접근하는 줄 알았는데 ......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카다 세이이치는, 정말로 순수하게 착한 사람이었다.



     믿기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세이이치의 눈빛에서는 항상 느껴지던 남자들의 욕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험 삼아서 일부러 가슴을 크게 흔들거나, 치마 속이 살짝 보일 정도로 몸을 굽히는 등의 도발적인 행동을 해봤다.

     역시 슬픈 남자의 운명인지 세이이치도 그런 아슬아슬한 부분에 시선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 금세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듯 눈을 돌리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딱히 본능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세이이치는 건전한 청년임에도 안리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대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안리는 점점 더 당황스러워졌다.

     그래서 꼭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로 세이이치가 지금까지 봐왔던 남자들과는 다른, 진정으로 성실한 남자인지를.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나카다 군. 당신, 지금 사귀는 여자는 있나요?"

    "뭐? 아니, 없는데 ......"

    "그런가요. 그럼,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명분상으로는, 남자를 피하기 위해 애인인 척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사실, 너무 자주 일어나는 고백에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는 면도 있다.

     이웃 사이, 학급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두 사람. 표면적으로는 최고의 커플로 통할 것이다.

     원래 이런 일방적인 부탁 따위는 거절해야 하지만, 세이이치는 "그런 거라면 힘이 되겠다"며 웃으며 승낙해 주었다.

     ...... 왠지 세이이치라면 해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들의 가짜 교제가 시작되었다.



    "안녕 카도하라."

    "안리예요."

    "뭐?"

    "연인 사이라면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래야 설득력도 있고, 주변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그것도 그렇구나. 알았어, 그 ......안리."

    "...... 네. 저도 제대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으니까요 ...... 세이이치 군."



     이성과 서로 이름을 부른다.

     작전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안리에게 그것은 극적인 경험이어서,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이이치 군. 점심이에요. 같이 먹어요."

    "뭐? 그 도시락 ...... 설마 네가 만들어 준 거야!?"

    "연인이라면 남자친구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불편하셨나요?"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럼 다행이네요. 그럼 ...... 앙~"

    "어?"

    "뭘 당황하고 계세요? 연인 사이니까 이런 행동은 부자연스럽지 않잖아요? 자, 아무 거리낌 없이 드세요."

    "아니,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

    "...... 약속하셨잖아요. 애인인 척하며 지켜주기로. 이 정도는 보여줘야 주변에서 믿게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 그것도 그렇구나 ...... 그럼, 아, 아~"

    "앙~ 이에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주변의 남학생들이 비명을 지른다.

     안리는 시끄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도시락을 세이이치에게 먹였다.



    "맛있어요?"

    "응, 아주 맛있어. 안리는 요리를 잘하는구나. 솔직히 매일 먹고 싶을 정도야."

    "그래요? 고맙, 네요......."



     어디까지나 연인인 척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 그래도 안리는 "왠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라며 묘한 가슴 설렘을 느꼈다.





     고백의 횟수는 확연히 줄었다.

     그래도 가끔 자신감 넘치는 녀석들이 찾아온다.

     대개는 세이이치가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리고 찾아온다.

     매우 불쾌했다.

     노골적으로 육체적인 목적으로만 나를 바라보는 노골적인 시선.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 남자는 최악이야 ....... 세이이치 군이라면 이런 식으로는 ......)



     문득 그런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랐다.

     거짓 연인으로 지내온 세이이치와의 나날들.

     언제부턴가, 안리는 세이이치와의 시간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처음의 목적 따위는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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