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화 [청순계 새침데기 JK 안리] 더러움은 풋풋한 애정으로 덧칠되다(1)
    2023년 10월 31일 21시 06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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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분명 남자와 연애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카도하라 안리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새 남자라는 존재가 싫어졌다.

     어느새, 말이다.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아버지에 붙어 지냈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남자를 안리에게 묻는다면, 그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다.

     아버지와 같은 멋진 남자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그때부터, 안리는 이성을 멀리하게 되었다.



     첫 번째 계기는 동급생의 놀림이었다.

     어머니가 물려준 은발을 '할머니 같다'고 놀려대곤 했다.

     물론 그것은 관심 있는 여자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형적인 장난이었지만, 어렸던 안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존경하는 어머니까지 함께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분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짓궂다.

     그것이 초등학생이었던 안리에게 새겨진 남성상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곧 찾아왔다.

     안리의 몸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여성스럽게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번 안리를 놀려대던 남학생들은 갑자기 얌전해졌다.

     마치 동경하던 연상의 여인을 앞에 둔 것처럼 볼을 붉히며, 묘하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멀리서 안리를 바라보며 가끔씩 자신의 가랑이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편함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더 이상 자신들이 아는 방법으로는 안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그렇게 깨닫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축시킬 만큼, 안리의 육체와 미모는 초등학생에 맞지 않은 요염함을 갖추며 조숙하게 자랐다.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된 것은 안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대신 안리를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성인 남성들이었다.

     등하교할 때마다 란도셀을 메고 다니는 초등학생에게 던져서는 안 될, 흑심이 섞인 무례한 시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스한 눈길로 하굣길을 배웅해 주던 안내업무를 하는  중년 남성조차도, 안리의 풍만한 가슴을 무심코 쳐다보게 되었다.



     길 가던 남자들 대부분이 안리를 재어보는 것처럼, 그리고 성욕에 물든 얼굴로 쳐다보았다.

     조숙하게 자란 육체와 달리 마음은 나이에 걸맞은 소녀에게 있어 그 시선은 그저 알 수 없는 공포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남자 선생님들조차도 안리를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체육시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달릴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과 하얀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유일하게 의지해야 할 선생님조차 믿을 수 없다.

     어린 안리는, 매일같이 큰 남자들의 추잡한 시선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잊을 리가 없다.

     방과 후, 담임선생님에게 불려 간 안리는 하마터면 당해버릴 뻔한 것이다.



    [안 돼! 오지 마!]

    [하아하아...... 아, 안리 쨩이 문제라고? 매일매일 그런 야한 몸으로 선생님을 유혹하니까......]

    [누가! 누가 좀 와줘! 도와줘!]

    [...... 뭐 하는 거예요 선생님! 누가 좀 와봐요! 경찰을! 경찰을 불러주세요!]



     우연히 만난 여교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이후로 안리는 남자라는 존재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아빠처럼 착하고 멋지고, 믿을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구나 ......)



     남자는 기본적으로 짐승.

     그것이 현재의 안리에게 새겨진 남성상이다.

     그래서 안리는 철저하게 이성을 멀리한다.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호의가 있다고 착각해서 집요하게 어필하는 남자들.

     그래서 남자들 앞에서는 일체의 친절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완고한 태도를 잃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최대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포기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거친 말을 퍼부어 재기불능으로 만든다.

     이성을 잃고 공격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배웠던 호신술로 가랑이를 걷어찬다.

     대부분 그것으로 어떻게든 해결했다.



     안리의 중학교 시절은 그렇게 무사히 남자가 없는 3년이 되었다.

     참으로 낭만 없는 청소년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차녀인 나츠키는 남들처럼 연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안리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소녀만화에서 보던 멋진 연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있다 해도, 사랑보다 욕정을 먼저 자극하는 몸을 가진 자신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꿈일 것이다.



     자신은 계속 독신으로 살면 된다.

     빨리 자립해서, 여자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안리는 많은 공부를 했다.

     장래에는 엄마처럼 훌륭한 커리어우먼이 되어서, 딸인 자신이 엄마를 편하게 해 주어 키워준 은혜를 갚는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재혼이 결정됐다.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하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혼 상대도 성실한 남자여서, 함께 사는 데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아버지로서 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에게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뿐이다.

     겉으로는 딸처럼 행동했지만, 솔직히 남으로만 생각되었다.

     모든 것은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되뇌며, 안리는 낯선 남자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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