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준 세이이치.
어느새 나는 그의 가슴속에서 울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숨겨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소년의 가슴은 넓었다.
아아, 그도 어엿한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 엘레오노라는, 한 명의 나약한 여자가 되어 소년에게 매달렸다.
안 돼.
자신은 강한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데.
두 번이나 아버지를 잃고 끔찍한 사건에 휘말릴 뻔한 딸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강해져야만 하는데.
그런데도, 아아......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군요. 적어도 제 앞에서는 무리하지 마세요. 저만 괜찮다면 언제든 힘이 되어줄 테니."
안 돼. 이러면 안 돼, 엘레오노라.
알잖아?
그는 딸들에게 특별한 존재.
엄마이기 때문에, 딸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이런 마음을 내비쳐서는 안 돼.
그렇지? 자식뻘의 남자아이에게, 이런.......
그러니 생각하면 안 돼.
가끔씩만이라도 이렇게 응석을 받아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 튼튼한 팔로 더 강하게 안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
안 되는데...... 아아.......
이런, 이런 안심이 되는 따스함.
이런 기분, 얼마만이람.
더, 더 원해.
이 순간만큼은, 부디 꿋꿋한 엄마가 아니게 됨을 용서해 줘.
엘레오노라의 안에, 소년의 존재가 강하게 뿌리내린 밤이었다.
이후로 엘레오노라는 소년을 만날 때마다 이성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자아를 잊고 매달릴 것만 같아서.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먼저 땀을 씻기 위해 탈의실로 향하던 중 ...... 마침 상체를 벗은 소년과 마주쳤다.
"앗! 아, 죄송합니다! 아까 윗옷에 주스를 흘렸거든요. 세탁기와 목욕탕을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빌리려고 ......"
"아,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눈치채지 못해서."
엘레오노라는 화끈해진 얼굴을 금세 돌렸다.
자신은 대체 무엇에 동요하는 걸까.
이런 소녀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상대는 고등학생 소년인데도.
...... 하지만 소년의 육체는 평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정말 멋진 근육이었고, 엘레오노라는 거기서 강한 '수컷'의 기운을 느껴버렸다.
'두근'하며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려고 하는 것을, 엘레오노라는 느꼈다.
"죄송하지만, 역시 제 방의 욕조를 써야겠어요. 금방 나갈게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더러운 옷을 입으려는 소년을, 엘레오노라는 손으로 제지했다.
"이대로는 감기에 걸리겠어. 욕조는 마음대로 사용해도 돼. 외투는 세탁해 놓을 테니까."
"예? 하지만 일하느라 피곤하잖아요? 빨리 땀을 씻어야 ......"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넌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으니, 마음대로 써도 괜찮단다?"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말하는 엘레오노라.
소년은 몇 번을 망설이는 듯했지만, 역시 몸이 차가워진 탓인지 "그럼, 말씀대로......"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단 탈의실에서 나와서, 문 너머로 샤워 소리가 들릴 즈음에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주스로 더러워진 상의를 들고서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하지만 그 손이 딱 멈춰버렸다.
희미하게 소년의 온기가 남아있는 웃옷.
그날 밤의 일이 떠오른다.
(안 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이런 일이 용서될 리가 없어......)
생각과는 달리, 엘레오노라의 손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스로 더러워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옷을 코에 가까이 대고서 숨을 들이마신다.
주스의 감귤 냄새와 함께 풍겨오는 소년의 냄새.
소름이 돋고, 등줄기에 달콤한 마비가 몰려온다.
"아아 ...... 그런, 안 돼 ...... 나 ...... 이런 ...... 아앗!"
두 번이나 남편을 잃은 후, 계속 숨겨왔던 나의 또 다른 모습.
...... 그것이, 얼굴을 내밀며 일어선다.
"아아, 세이이치 군 ...... 나, 나아......"
하복부에 열기가 모이는 것을 느낀다.
다시는 불이 붙지 않을 줄 알았던 충동.
혹은 스스로 억누르고 봉인했던 본성.
지금 다시 깨어난 본능은 미친 듯이 소년의 잔향을 탐하여, 젊음이 가시지 않은 풍만한 사지에 달콤한 꿀 같은 쾌감을 가져다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눈이 마주친다.
엘레오노라는 깜짝 놀랐다.
"아어, 세상에. 나 ......나도 참 ............."
거울에 비친 유부녀의 표정.
그것은 틀림없이, 발정기에 접어들어 수컷을 찾는 암컷의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