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박복한 유부녀 엘레오노라] 되살아나는 여자의 본능(1)
    2023년 10월 30일 19시 57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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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말 행실이 나쁜 어머니야.

     카도하라 엘레오노라는 그렇게 자조했다.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두 번이다.

     이미 두 번이나 남편과 사별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

     더 이상 같은 아픔을 견딜 자신이 없다.

     사랑하는 딸들의 앞에서는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평온한 척을 했지만...... 엘레오노라는 몰래 매일 밤을 눈물로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재혼을 해서 평온한 가정을 꾸려서, 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아......당신은 왜 이렇게 빨리 우리를 두고서......)



     첫 남편과 사별한 후, 엘레오노라는 혼자서 세 딸을 키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엘레오노라도 결코 강하지 않았다.

     그것은 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딸들과 함께 고향의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역시 익숙한 땅에서 사는 것이 딸들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재혼을 해야겠다고 엘레오노라는 결심했다.

     물론 주저함은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버지는 역시 필요하다.

     맞선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친해져서, 엘레오노라는 재혼을 했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의붓아들이 조금은 신경 쓰였지만, 남편 자체는 성실하며 올곧은 사람이었기에 재혼 생활에 별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



     재혼 상대가 죽고 난 뒤, 곧바로 벌어진 그 끔찍한 의붓아들의 폭주.

     경찰 수사를 통해 발견된, 기괴한 집착으로 쓰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몇 권의 노트 내용을 접한 엘레오노라는 몸서리를 쳤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자기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들도 그 미친 아들의 마수에 걸려들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다행히, 옆집에 사는 건장한 소년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름은 나카다 세이이치이다.



     큰딸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특목고 학생인데, 학업과 운동 모두 우수하다고 한다.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부터 나이에 비해 똑 부러진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 그리고 왠지, 첫 번째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웃긴 이야기다. 전혀 외모도 닮지 않았는데.

     하지만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가 고등학생이 아닌, 마치 성숙한 성인 남성 같은 관록이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연약한 여성을 감싸며 무조건적으로 보호해 주며 치유해 줄 것 같은.......



     실제로 그는 우리 부녀를 위기에서 구해줬다.

     그런 사건이 있었던 터라서 원래는 이성을 집에 들이는 것에 생리적 저항감이 생길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세이이치에게는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은 딸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차녀와 삼녀가 예전부터 소년과 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남자를 멀리하는 장녀까지 세이이치 앞에서는 온순한 소녀가 되는 것은 의외였다.



     세 자매 모두 사건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남성 불신에 빠져있었지만, 세이이치에게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는 그의 존재가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듯하다.

     세이이치하고는 아직 이웃사촌 관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딸들이 마음을 허락할 만큼 그는 믿을 수 있으며 마음씨 좋은 소년이다.



     엘레오노라도 그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이이치에게 응석 부리고 있었다.

     쓰레기장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을 우연히 들킨 이후, 세이이치는 자신을 위해 어떻게든 신경을 써준다.

     저녁을 대신 준비해 주고, 퇴근하는 자신을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주고, 밤늦게 몰래 술안주를 준비해주고, 딸의 앞에서는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술 때문도 있지만, 나이 많은 어른이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몇 번이나 드러내버렸다.

     하지만, 왠지 세이이치와 함께 있으면 마치 또래의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평소에는 말하지 않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그런 엘레오노라에게도 세이이치는 결코 귀찮은 표정을 짓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녀를 대했다.



    "저 같은 꼬마가 남편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 가끔은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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