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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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9일 16시 48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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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제는 즐겁게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그는 공작가의 차남이었다.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능력도 뛰어나서 측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언짢은 생각이 들어서, 리제를 빼앗아 아무도 없는 발코니로 나갔다.



     갑자기 나에게 끌려 나온 그녀는 내키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잠깐 클라우스 님, 팔이 아파요.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건 정말 최악의 나쁜 놈이라고요."

    "윽."



     첫 번째의 나는 완전히 폭력남이었다. 제대로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 것은 폭력이 아니다. 절대 아니라고. 리제가 남자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나빠.



     거짓말입니다 리제가 나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나쁜 건 전부 저입니다아아아아아



    "그 남자와 함께 있고 싶었나?"

    "네? 아니요?"



     바로 부정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석연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꽤 즐겁게 얘기하고 있던데."

    "그 하고는 집안끼리 사이가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 클라우스 님이야말로 여자들한테 둘러싸여 있잖아요."

    "내가 원한 게 아니야."



     옆으로 휙 고개를 돌린다. 어른스럽지 못하다. 나는 그저 그 남자를 질투하고 있을 뿐이다.

     알고 있다. 나 같은 놈보다는 그 남자가 분명 더 멋진 녀석이다.



     리제에게 나는 그저 정략결혼 상대일 뿐이다. 제1왕자에게 시집가서 나라를 위해 살아야 한다. 그렇게 자라온 그녀는 솔직하게 그대로 나를 지탱해 주기 위해 노력해주고 있다.

     그 제1왕자가 내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똑같이 할 것이다. 리제는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그 사실에,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제가 남자한테 그런 눈길을 받을 리가 없잖아요. 이런 외모이니,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전하께서도 저를 에스코트해야 하는 것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일은 없어."



     나는 진심으로 부정했지만, 리제는 힘없이 미소만 지었다.

     물론 첫 번째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그때의 나를 이하생략.



    "비록 정치적인 약혼이라 할지라도, 저를 약혼녀로 대접해 주고 잘 대해 주시는 것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클라우스 님에게 좋은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럼 네게도 좋은 사람이 있으니 묵인하라는 뜻인가?"

    "아니요. 저는 이런 외모라서 연애는 이미 포기했거든요. 클라우스 님도 언젠가는 첩을 두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어도 저는 질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해라."



     잠시도 쉬지 않고 대답하자, 리제는 작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런 외모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걸 누가 말한 건가?"

    "음, 못생겼다는 말은 가끔 듣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클라우스 님께도 들었네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않겠습니다."

    "저 스스로도 좋지 않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 몸매도 여자답지 않고......"



     당당한 듯하면서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그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다. 가늘고 작은 몸은 품에 쏙 들어와서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여성스럽지 않다고 하지만, 가슴도...... 당황하여 얼른 생각을 돌린다.



    "리제, 누가 뭐라 하든 난 네가, 그, 귀엽다고 생각해...... 그, 외모뿐만이 아니라,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라든가, 사려 깊고 똑똑한 모습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좋아. 자신을 비하하지 마."



     심장 박동이 너무 커져서 아마 리제에게 들릴 것이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첩 따위는 필요 없다. 리제가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 그러니...... 네가 나를 정치적인 약혼 상대로만 보는 것은 알지만, 조금은 나를 남자로 봐주지 않겠나?"

    "네?"



     품 안의 리제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클라우스 님은 친절하시네요.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제 신분이 클라우스 님께 불필요하지 않는 한, 제가 파혼을 제안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뜻이 아냐."

    "모두에게 신경을 쓰다 보면 피곤해져요. 여러 가지로 참고 계시죠? 제 앞에서는 편하게 있어 주세요."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참고는 있지. 지금 당장 너에게 입을 맞추고 싶고, 만지고 싶고, 더 나아가......"

    "어?"



     리제의 몸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아차'라는 생각과 동시에 사랑스러움이 밀려온다.



    "미안. 하지만 믿어줘.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너뿐이다."



     리제는 분명히 당황하고 있다. 그것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있다. 나는 안아주고 있던 리제를 살짝 놓아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당황하지 말아 줄래? 지금 리제의 마음을 물어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어엿한 남자로서 바라봐 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조금이라도 좋으니 나에게 마음을 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



     그래도 리제는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역시 믿어주지 않는다.



    "클라우스 님, 시력이 나빠지셨나요? 아니면 뭔가 이상한 것을 드셨나요?"

    "떨어지지도 않았고, 먹지도 않았어."



     내가 대답하자, 리제는 그럼 무슨 일일까 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표정조차도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나는 이제 안 되겠다.



    "좋아한다, 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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