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23년 10월 28일 21시 29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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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상한 기억이 있다. 광부로 생을 마감한 어떤 남자의 기억인데, 어렴풋해서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꿈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마도 전생에 내가 걸었던 기억인 것 같다. 어째서인지 젊은 시절의 기억은 거의 없고, 광부가 되어서 여러 가지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은 잘 기억한다.
나는 어느 도시의 교회에서 고아로 자랐다. 어릴 때 고아원에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알지 못한다. 다행히도 그 교회 신부님이 아주 훌륭한 분이었는데, 고아들에게 글을 알면 앞으로 도움이 될 거라며 글을 가르쳐 주셨다. 그 외에도 원하면 신부님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다만 바쁜 분이라서 시간을 좀처럼 내기 어려웠지만.
전생의 나는 후회만 하고 있었다. 그 후회가 가르쳐 준 것은, 어쨌든 성실하게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신부님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가끔 빌린 책은 반납하기 전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열두 살이 되면 고아원을 나와야 하는 규정이 있다.
나는 자취를 하며 일했다. 고아원 출신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조금씩 인정받게 되었다.
일해서 번 적은 자금을 모아 책을 빌렸다. 책은 비싸서 쉽게 살 수 없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지만, 교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일부 특권층뿐이다.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지식을 쌓아갔다.
보답도 겸해서, 내가 자란 고아원에서 내 지식을 가르쳤다. 자랑할 만한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것만큼은 가르칠 수 있었다. 지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삶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아들에게 열심히 가르쳤다.
서른 살이 넘은 어느 날,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고아원에서 가르치고 있자, 신부님이 나를 불렀다. 들어선 방에는 부드러운 얼굴의 신부와 귀족으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자네에 대해 알아봤네.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일하지 않겠나?"
그 남자는 공작가의 당주이자 이 나라의 재상이었다. 이 교회는 원래 재상의 소유였고, 신부와는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공작은 귀족 중에서도 왕족을 제외하면 최상위다. 고아 출신이 귀족의 집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공작가에서 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왜 내...... 제가?"
"아들과 딸의 교육 담당자를 찾고 있었네. 신부님이 자네를 소개시켜 주었지. 한동안 지켜보았지만, 자네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교, 교육...... 제가 공작가의 자제 분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아, 부담 갖지 않아도 돼. 말동무가 되어 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듣자하니, 제대로 된 교사는 따로 있다고 한다.
다만 재상은 아이들에게 서민들의 생활도 알려주고 싶었는데, 귀족 출신의 교사로는 그것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황송하게도, 나는 아이들의 돌보미 겸 말벗으로서 채용되었다.
공작가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 네 살과 두 살짜리 남자아이. 두 남자아이는 장난꾸러기라 시녀들을 힘들게 했지만, 여자아이는 영리하고 얌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공작가의 잡일을 하면서 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르쳤다기보다는 함께 놀았다는 표현이 더 가깝다. 막내가 조금 크자, 함께 시내에 나가서 안내하거나 교회의 고아원에 가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에 들어가자, 평소에는 어른스러웠던 큰딸 리제도 나이에 걸맞게 즐거워했다.
세 아이는 모두 순박하고 똑똑하고 착실하게 자랐다.
리제가 열 살 때, 이 나라의 제1왕자와 약혼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리제와 제1왕자는 태어날 때부터 약혼이 내정되어 있었고, 열 살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제는 가끔씩 왕궁을 드나들게 되면서, 점점 미소를 잃어갔다.
"전하께서 나를 못생겼다고 말씀하셨어."
"전하께 공부 좀 제대로 하라고 했더니 시끄럽다고 밀쳐서 넘어졌어."
"전하께 일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나를 돕는 것이 네 일이 아니냐며 들어주지를 않아."
아주 가끔씩 그런 말을 하고는 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왕족들은 모두 자기밖에 모르는 자들이라는 평판이 있다. 왕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분을 앞세워 제멋대로이고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 리제가 불쌍했다.
재상도 늘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백성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데 또 대규모 야회라니. 꾸짖으니 이번에는 지방 시찰을 가겠다 하고. 정말로 시찰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냥 놀러 가는 거겠지요. 왕비님도 화려한 것을 좋아하니까요."아내와 한숨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리제가 열여섯 살이 되던 어느 날, 학생 파티에서 돌아온 리제의 뺨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제1왕자가 약혼녀인 리제를 에스코트하지 않고 다른 여학생과 어울리고 있었기 때문에, 리제가 살짝 항의를 하자 폭언과 함께 뺨을 때렸다고 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폐하께 약혼을 파기해 달라고 하자."
"하지만 아버지, 그러면 이 나라가......"
재상은 이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무능한 왕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바꾸려면 많은 피가 흐르게 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온건하게 왕을 움직여 백성들의 생활이 나아지도록 움직이고 있다.
리제도 이를 이해하고, 왕자의 약혼녀로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
결국 재상은 왕에게 항의는 했지만, 약혼은 지속되었다. 왕은 몇 가지 타협안과 함께 왕자에게는 엄히 타이르겠다고 말했다 한다.
재상은 리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리제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체념했지만 나는 분통이 터졌다.
다음날 왕궁에서 돌아온 리제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폐하께서 전하께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전하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었어. 전하는 내가 전하를 혼내려고 꾸민 일이라며, 내가 정말 못된 녀석이라고 말씀하셨어."
"아가씨께서는 아무 잘못도 없지 않습니까."
"내가 이런 외모라서 싫어하는 건 알지만,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전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젠 모르겠어."
좀처럼 불평을 하지 않는 그녀의 애절한 마음이 전해져서,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매일매일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왕자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리제는 왕자의 약혼자 자리 따위는 전혀 원하지 않는데도.
나는 리제를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학교에 잠입하여, 며칠 후 드디어 왕자와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아가씨께서는 전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그에 반해 전하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전하, 제발 전하, 아가씨를......"
"닥쳐."
"아가씨에게 손찌검하지 말아 주십시오."
"닥치라는 말을 못 들었나? 이봐, 이 녀석 좀 조용히 시켜."
"옙."
그리고 왕자의 호위병에게 폭행을 당했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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