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동안 별궁에서 지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오셔서는 말씀하셨다.
"유감스럽게도 네가 반성하는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별궁에서 쫓겨나 탑에 유폐되었다.
거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이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떠올려본다. 왕족으로서 일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라, 못하면 왕족의 지위를 박탈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서류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들고 오는 서류가 줄어들었다.
어느 날 서류를 들고 온 하인에게 일을 더 시켜도 좋다고 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지위를 박탈당할 텐데, 애초에 일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전하께서 하신 서류는 실수투성이라고요. 솔직히 수정하는 것도 번거로우니 더 이상은 못하겠는데요."
무슨 소리냐며 나를 우습게 보는 듯한 태도가 열받게 했다.
"뭐라고!"
화가 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를 때려눕히고 있었다.
감금 중에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나는 왕족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광산으로 보내졌다. 이때까지도 나는 내 처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광산에는 누더기 옷을 입은 지저분한 광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오늘부터 같이 일할 신입이다."
감독이라는 사람의 한 마디와 함께 일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바위를 긁어내는 작업은 힘들었고, 금세 손이 마비됐다.
손에 들고 있던 공구를 바위에 팽개친다.
"웃기지 마, 나는 왕자다.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중에야 남자가 나를 때렸다는 걸 깨달았다.
"뭐? 왕자님?"
"무슨 짓이냐. 나한테 손을 대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거냐!"
"모르는 건 니라고."
그렇게 몇 명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구타를 당했다.
눈을 떠보니 감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꽤 허름한 오두막집 같다. 마구간이라도 들어간 줄 알았는데, 책상과 침대 같은 것이 있는 걸 보면 주거지인가 보다.
"오, 일어났나. 너는 바보냐? 뭐, 바보가 아니라면 왕자가 여기에 오지는 않았겠지."
껄껄 웃는다. 따지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극심한 통증이 몰려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만둬. 여러 군데가 부러지거나 다쳤어. 움직이면 정말 죽는다고. 뭐,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수프를 마시게 해주었다. 맛이 밍밍해서,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음식이었다. 그래도 미지근한 그것은 몸에 잘 스며들었다.
"입맛 까다로운 왕자님한테는 맛이 없겠지."
"너는 내가 ......"
"그래, 네가 진짜 왕자였다는 걸 아는 건 여기선 나뿐이야. 미리 말하지만, 네가 왕자였다고 해서 내가 특별하게 대접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넌 더 이상 왕자도 아니고."
왕자가 아니라는 말에 다시 일어나려고 했지만, 역시나 극심한 통증이 몰려와서 움직일 수 없었다. 끙끙대는 나를, 녀석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한 가지만 알려줄게. 죽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왕자라고 말하지 마. 여기 사람들이 왕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고개를 가볍게 옆으로 흔들자, 목까지 아파서 신음소리가 났다.
"그럼 가르쳐주지. 눈앞에 나타나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혀서 죽여버리고 싶은 개자식이다."
"뭐?"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가 매일 땀 흘리며 일한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가져가 버리지. 아무리 일해도 이쪽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데, 귀족들이나 왕족들은 그 돈으로 우아하게 파티나 하고 있어."
녀석은 가증스러움을 전면에 드러내며 콧방귀를 뀌었다.
최근에는 세율이 오르는 바람에 대부분이 궁핍해졌다고 한다. 왕족에 대한 원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 와중에 네가 '나는 왕자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알겠지? 아니, 이미 경험했잖아. 그러니 왕자라고 말하지 마.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조용히 일하는 게 좋을 거야."
몸이 회복될 때까지, 감독은 나를 보살펴주었다. 밥은 맛도 없고 양도 부족하다. 처음에는 웃기지 말라고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때려주고 싶어도 이놈이 더 강할 것 같다. 호위에게 시키면...... 이미 없다. 내가 뭘 명령해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건가. 이 녀석은 그냥 웃고만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