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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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8일 20시 49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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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좋아지자, 나는 다시 광산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지. 살 수 있을지의 여부는 너에게 달렸다." 그렇게 말한 감독은 모두에게 설명했다.



    "이 녀석, 여기 오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이상한 버섯을 먹었다고 하더라. 그 영향 때문에 가끔 환각을 보는데, 그 때문에 자기가 왕자라고 하더군."

    "뭐야, 그게"

    "뭐 높은 분으로 태어나고 싶었던 거겠지."

    "꿈도 크네."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아직도 가끔씩은 자기가 왕자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귀담아 듣지 마. 이 녀석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쓸모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돌봐줘."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기로 했다. 그러자 광부들은 의외로 친절하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지난번에는 때려서 미안했어. 왕자라고 하길래,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

    "벌써 다 나았어? 제대로 나을 때까지는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씩 일을 가르쳐 주었다.





     일 년이 지나고, 또 일 년이 지났다. 광부들의 일은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무리 노력해도 생활은 전혀 편해지지 않았다.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다 보니, 자신이 왕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모가 되었다. '왕족은 무슨'이라는 생각도 점점 들기 시작했다.



     아아, 나는 아무것도 몰랐구나.

     누구에게나 대접받고, 전하라고 불리며 아부받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자신이 했던 말은 전부 잘 들어주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왕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모자는 재상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광산 근처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가 두 손을 들고 기뻐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심정으로 똑같이 기뻐하는 척했다.



     축제 분위기는 밤까지 이어졌다. 나는 숨어서 몰래 울었다. 부모님은, 이제 없다.





     어느덧 광산으로 보내진 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나를 잘 보살펴 주셨던 감독이 죽었다. 사고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펑펑 울었다. 광산은 항상 위험과 함께 한다. 내가 광산에 온 이후로 벌써 몇 명이 죽었다.



     오랫동안 부재중이던 왕의 자리에 재상이 앉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리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득 예전의 약혼녀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귀찮게 여겼던 그녀의 고충이 지극히 정당한 것임을 깨달은 것은 언제였을까.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나를 칭찬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제멋대로의 이유로 약혼을 파기했던 건 나다. 내가 놀고 있는 동안 대신 내 일을 하고 학교를 다니며 왕비 교육을 받았다면, 그야 치장할 시간 따위는 없었을 거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칭찬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칭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파혼을 통보하여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지만, 정말 후련한 것은 그녀 쪽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기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났다. 세율이 인하되자, 조금씩 마을의 생활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조금이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결혼이다. 조촐하게나마 축하연이 열렸다. 모두가 웃으며 축하했고, 신랑과 신부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리제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있었을까. 항상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그때 일을 도와준 리제에게 '고맙다'고 말했더라면 그녀는 웃었을까. 만약 내가 지친 그녀를 배려할 수 있었다면, 무언가 선물을 주었더라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울고 있는 얼굴이라면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녀의 하인이 나에게 불평하는 것을 보고, 호위병에게 조용히 해놓으라고 명령했었다. 그 상처로 인해 그는 죽었다고 한다. 그 후로 리제는 잔소리를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조용해졌다며 기뻐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이야기다.



     리제가 웃으면, 어떤 얼굴이었을까.



     마을 사람들에게서 당신도 결혼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지만, 그럴 마음이 없었다. 결국 이 나이까지 독신이다.



     그 후 몇 달 후, 나는 광산에서 낙석 사고를 당한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수많은 후회. 그리고 성에서의 화려한 생활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싸구려 술을 마시며 웃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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