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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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8일 22시 32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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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〇〇〇





     나는 일곱 살 때 고열로 쓰러져 잠이 들었을 때, 지난 두 번의 삶을 선명하게 떠올렸다.



     지금의 나는 첫 번째와 같은 제1왕자인 것 같다. 아직 짧은 7년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는 분명 오만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악동이었다. 첫 번째는 이 악동 그대로 몸만 성장하였고,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흑역사의 퍼레이드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일단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벽에 머리를 부딪힐 때까지 구르고 또 굴렀다. 시녀가 외쳤다.

     아니, 이런 짓을 해봤자 소용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했다. 태도가 너무 달라져서, 열이 난 뒤에 딴 사람이 되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두 번째 인생에서는 책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더군다나 선생님이 곁에 있어서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첫 번째 인생에서는 왜 몰랐을까. 선생님을 피해 도망다니며 무단결석만 일삼던 그 시절의 나를 때려눕히고 싶다.



     나는 이 환경을 마음껏 이용했다. 선생님이 없는 시간에는 성의 도서관에 갔다. 두 번째 인생에서 갈망했던 책이 가득한 공간. 훌륭하다. 책을 읽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측근 후보들은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적당히 칭찬을 하며 아부하지만, 내 권력을 노리고 있을뿐이다. 단즙을 빨아먹으려는 무능한 놈들이다. 아니, 권력을 노리고 계략을 꾸미고 있다면 차라리 나은 편인가. 정말 무능한 것은, 그러한 무능한 자들의 아부에 들떠서 잘난 척하는 나다. 흑역사를 떠올리며 발작을 일으킨다. 울고 싶다.



     아버지는 여전히 많은 첩을 거느리고 있고, 어머니는 그것을 용인하는 대신 사치를 일삼고 있다. 저 드레스 한 벌은 광부였던 내 몇 년치 월급을 주고 산 것일까. 그걸 몇 벌이나 가지고 있는 걸까. 아버지가 첩을 두기 위해서도 막대한 공금이 사용되고 있다. 내 부모이지만, 웃기지 말라는 생각이 솟구친다.

     그렇다, 마치 동료 광부들처럼.



     

     이대로 가면 왕족은 재상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미래를 나는 알고 있다.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왕족이 사라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때문에 피와 돈이 흐르는 것은 피하고 싶다.

     다행히 지금의 재상은 아직 왕을 죽일 생각이 없다. 왕좌에 오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원했던 대로 내가 조용히 뒤를 이은 다음 왕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내가 좋은 왕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맡길 만한 사람이 따로 없다.



     왕족은 전부 다 쓰레기구만.

     그 제일은, 바로 나다!



    "아아아아아!"



     책상에 머리를 부딪치자 시녀가 울었다. 나는 울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가 아니야.

     응? 아니지. 내가 상처받으면 파면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울고 있는 건가.

     자의식 과잉. 아아아아아아아.



     어쨌든 나는 왕이 될 거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와의 혼인이 중요한 것은 매우 잘 알고 있다.



     리제와는 약혼 내정 중이다. 열 살이 되면 정식으로 약혼을 하기로 되어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약혼이 결정된 셈이니, 기억을 더듬어보면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여러 번 만난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못된 말을 했었다. 못생겼다느니, 너랑 약혼하는 게 싫다는 식으로. 아아, 과거의 나를 때려눕히고 싶다.





     오늘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마련되는 리제와의 대면이다. 나한테는 리제가 필요하다. 아니, 이 나라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리제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발 내 손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평생을 바칠 테니까!

     설령 그녀에게 연애적인 의미에서 호감을 갖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 전체를 걸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철컥.

     문이 열리더니 리제가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통 늦는 편이라서, 이번에 내가 먼저 온 것에 놀랐나 보다. 그러던 그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왠지 모르게 숨이 막히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전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부드럽게 드레스 자락을 잡으며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아직은 작지만 완벽하게 우아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가슴이 떨린다.



     ...... 귀엽지 않아? 어, 귀엽운데.



     어느새인가 숨이 멎어 있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저기, 전하?"



     리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건 안 된다. 위력이 강하다.



    "무슨 일이세요?"



     뭔가 잘못 되었다. 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을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다.



    "저기, 음, 그, 말이지....... ...... 저기........"

    "네?"

    "지금까지 미안했다."



     그녀를 만나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기세에 맡긴 사과였다.



     안 돼, 이러면 안 돼.



    "나, 열심히 노력해서 너를 행복하게 해줄 테니, 나중에 결혼해 줘!"



     전언을 철회한다. 연애적인 의미에서도, 나는 그녀에게 빠졌다.





     나는 우울했다.

     설령 전생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만나면 제대로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본인을 앞에 두고 보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의 리제는 첫 번째의 나를 모르는데, 갑자기 사과를 받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사과를 해서 짐을 조금 내려놓아 후련해지고 싶을뿐이 아닐까? 



     생각하면 할수록, 단순한 내 욕심이며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타입인가?

     아니, 리제 말고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아마 아닐 것이다. 아니, 절대 아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구혼이라니........ 하아. 난 바보 아닐까?



     하지만 리제를 보자, 왠지 모르게 그런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번의 인생에서 나를 지탱주려고 노력했던 리제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열심히 노력하는 그녀도, 고민하는 그녀도 보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심하게 대했던 리제라고?



     성의 잔디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싶다.





     나는 재상에게도 가르침을 청했다. 재상은 놀라면서도 정중하게 가르쳐 주었다. 재상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포함해, 그럼에도 사상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고 알려주었다. 그가 왕을 죽인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는 백성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나는 두 번째 인생에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점점 더 궁핍해지는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왕족에게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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