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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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8일 23시 58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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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이 되자, 나와 리제는 정식으로 약혼했다.

     약혼의 표시로서 나는 리제에게 머리 장식을 선물했다. 리제가 "고마워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내 심박수는 폭등했다.



     왕자 교육과 왕자비의 교육은 다르기에 따로 받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함께 공부했다. 그녀는 똑똑하다. 왜 지난 두 번의 인생이 있었던 나보다도 진도가 더 빠를까.



     아무래도 이번의 나는 재상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 조금씩 업무도 하게 되었다. 리제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아니, 이건 내 일이니 내가 해야만 해."

    "둘이서 하는 게 더 빠르지 않겠어요? 전하의 모든 일을 맡는다면 곤란하겠지만, 저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리제는 참 착하구나.

     그래, 모든 것을 맡기면 곤란하겠지...... 첫 번째의 나잖아!

     모든 것을 떠넘겼었잖아!



    "아아아아아아!"



     기억이 떠올라서 책상에 엎드렸더니, "괜찮으세요?" 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흑역사 발작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야. 그냥 가만히 있어줘.



     그리운 그 교회에도 함께 갔다. 고아들과 놀아주고, 자선활동도 했다.





     열다섯 살이 되자, 우리는 함께 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신중하게 측근을 뽑기 시작했고,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리제도 협조해 주었다. 전생과 다름없이, 그녀는 건강하게 나를 지지하기 위해 노력해 준다.



     아무리 보아도 너무 귀엽다.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 있다.

     리제는 수수하고 얌전할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활발하고 말이 많다. 그리고 약간 독설적이다.



    "전하."

    "이름을 불러줘"

    "클라우스 님."



     음.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지만, 들어보니 간지러운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 서류 아직 안 끝났나요? 고아원에 갈 시간이 다 되었어요."

    "리제가 너무 빨랐다고."

    "어쩔 수 없으니 도와드릴게요. 빚 하나 진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깐."

    "클라우스 님이 할 수 있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자기 일도 못하면서 남에게 시키고 있었다면, 그건 그냥 바보 같은 짓이에요."

    "우윽."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상처가 들춰지자, 가슴이 아파서 부여잡는다.

     결국 서류를 빼앗기고 서둘러 마무리되었다. 이걸로 빚 하나라면, 첫 번째의 나는 얼마나 빚을 진 걸까.



     지금의 리제는 매우 자주 웃는다.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의 나는 이렇게 귀여운 미소를 놓치고 있었던가. 완전 바보다.





     학교에서는 가끔 학생들의 파티가 열린다. 나는 리제를 에스코트하여 행사장에 들어갔다. 옷을 입은 리제는 정말 귀엽다. 귀여움이 멈추지를 않는다.

     리제의 에스코트를 부끄러워했던 첫 번째의 나를 때려눕히고 싶다. 내 옆에 서야 했던 리제야말로 부끄러웠을 것이다.



     나는 계속 그녀를 옆에 두고 싶지만, 그녀에게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필요하다. 조금 떨어진 사이, 나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였다. 화려한 화장에 풍만한 몸매를 드러내는 노출이 심한 드레스. 그리고 쏟아지는 달콤한 말들.

     역겨움이 느껴진다. 기분이 나쁘다.



    "전하도 힘드시죠? 아무리 정략이라지만, 저런 분과 함께 인생을 살아야 하다니요. 저라면 전하를 ......"

    "저런 분?"



     그렇게 되묻자, 여자들은 힐끗 리제의 방향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뭘 웃고 있어. 웃기지 마.



     '저 같으면 전하를'은 무슨.

     하지만 첫 번째의 나였다면, 그에 웃으면서 신사답게 행동하며 허리를 껴안고.......



    "아아아아아!"



     토할 것 같은 것은 나다. 토사물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전부 다 나온다.

     성벽을 기어오르며 외치고 싶다.



    "저, 전하?"



     안 돼, 여긴 파티장이다. 아무리 흑역사 발작이 일어나도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한다.



    "리제는 예쁘고 아름다운데? 게다가 노력가에다 똑똑하지. 너희들도 그녀를 본받도록 해."

    "네?"

    "말해두겠는데, 내 약혼녀를 모욕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지 마."



     이런 자들에게 권력을 주면 안 된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 자리를 떠나 뒤를 돌아보았다. 몇 명의 여자들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귀족들도 눈에 띄었다.

     ...... 이런 자리에서 나는 웃고 있었던 것일까.



     성의 연못 바닥까지 가라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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