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3 유적탐사
    2021년 01월 18일 11시 46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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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651eh/23/





     유적의 안에서 나타난 사람은, 짧은 회색 머리의, 30대 전반 정도이며 수염이 잘 어울리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양손검을 멘 약간 불쾌한 얼굴의 아저씨였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나이는 그대로 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귀족은.....아니, 마력이 강한 사람은 겉모습이 젊고 피부가 매끈거리기 때문입니다.


     "아가씨, 그 모습......모험가인가? 이 유적은 기사단이 관리하고 있네. 모험가가 멋대로 들어와도 될 장소가 아니라고."

     "네? 여긴 상업길드가 관리하는 유적이잖아요?"

     "뭐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저씨는 기사단이 관리하는 입구에서 들어와서, 요 몇 주 동안, 늘어난 미노타우루스의 무리를 기사단 차원에서 쓰러트리려고 뒤쫓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하와 같이 쫓고 있었는데, 헤어져서 말이다. 설마 이쪽까지 이어진 통로가 남아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군."

     "그래서 이쪽에도 미노타우루스가 있었던 거네요."

     "그거 민폐를 끼쳤구만. 어이, 거기 형씨."

     "아, 예."

     아저씨는 미노탕이 습격하고 있었던 일반 모험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 장 써줄 테니까, 모험가 길드에 가져다 주게. 이 길은 봉쇄다. 나중에 기사단 쪽에서 처리해두지."

     ".......알겠습니다."

     모험가는, 아저씨가 쓴 편지와, 신분증이 될 가문이 들어간 손수건과, 심부름 값인 은화를 받고, 도망치듯이 입구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럼."

     아저씨는 저를 다시 보고는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띄웠습니다.

     "아가씨가 미노타우루스를 쓰러트렸지? 대단하군. 그래서 상담이 있는데 들어주지 않겠나?"

     "....뭔가요?"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한걸음 물러섭니다.

     "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닐세. 그 장검으로 쓰러트렸지? 그리고 마술사로도 보이고. 이제부터 내게 고용되지 않겠나?"

     "예,.....?"


     아저씨의 말로는, 부하와 헤어지긴 했어도 여기까지 몰아넣은 미노타우루스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혼자선 힘들기 때문에, 그걸 쓰러트릴 실력이 있는 저를 모험가로서 고용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너무 긴 시간은 무리."

     "나도, 이런 밤까지 시간을 들일 셈은 없었네. 아침까지는 끝장을 내고 싶다. 다시 처음부터 뒤쫓는 건 성가시니 말이야."

     "보수에 따라선 괜찮지만......그런데 괜찮나요?"

     "뭐가?"

     "저, 하프엘프인데요?"

     검은 머리를 들어올려서 기다란 귀를 보여줬습니다.

     아저씨는 싹싹한 사람이지만, 인족지상주의인 이 나라의 귀족입니다.

     "오오, 예쁜 귀로구만. 나도 예전엔 모험가였지. 지금은 귀족이 되어버렸지만, 신경쓰지 않는다고?"

     "응, 알았어요."


     그런 이유로 아침까지 미노탕 퇴치에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보수는 퉁쳐서 대금화 한 닢입니다. 아저씨, 술값이 사라져서 의기소침한 모양입니다.


     "부하가 있다고 했는데, 아저씨 대단한 사람?"

     "검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 사이에 말이다. 아, 내 이름은 벨트라고 불러주게. 아가씨는....."

     "길드에선 '마녀' 라고 불리고 있어요."

     "마녀인가. 뭐, 아가씨로도 됐나. 잘 부탁한다."

     그런 잡담을 하면서 안으로 나아가며, 조우한 두 마리의 오크를 저와 벨트가 일격에 베어버립니다.

     "아가씨, 좋은 실력이구만. 그 장검도 대단하지만."

     "벨트 씨도 양손검."

     "어느 정도 예리함이 떨어져도, 이거라면 짓뭉갤 수 있으니까. 내 아들놈에게도 양손무기를 쓰라고 말했는데, 점잖게도 한손검을 쓰고 있더군."

     "아드님 있네요?"

     "건방진 꼬마지. 오, 미노타우루스다."

     "응."

     혼자 떨어진 듯한 한 마리의 미노탕과의 만남.

     "이엽."

     "구고오오오오!!"

     벨트가 검으로 베려 하자, 그걸 미노탕이 양손도끼로 막아내었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

     벨트의 팔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미노탕의 거체를 짓누르는 사이, 제가 뒷쪽에 숨어들어서 리질로 심장 주변을 찔렀습니다.


     벨트 아저씨, 꽤 강해요. 느낌으로는 레벨 40은 넘어보이네요. 이게 왕도의 기사의 레벨입니까. 변경백령의 기사와 비교가 안되네요.

     ......왕도에 이런 기사가 많이 있다면 얕볼 수 없겠네요.


     "아가씨, 재료는 가져가지 않을 건가? 모험가잖아?"

     ".....피냄새 싫어요."

     "아아, ........아가씨 엘프였지."

     손수건으로 입가를 틀어 막고 있자, 납득한 얼굴의 아저씨가 심장 주변에 있던 마석을 꺼내어 제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팔만한 건 뿔이로군. 고기도 나름대로 좋은 가격은 붙지만, 들고 갈 수는 없으니. 이 자리에서 먹어볼 텐가?"

     "저, 하프엘프."

     ".....그랬지. 아가씨, 휴대식량 나눠주지 않겠나? 여기에 올 때까지 다 먹어버려서 말이야."

     "배고팠었나 보네요."

     .......이상하게 고기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더니, 거기서 전 가방 안에서, 전에 사 놓았던 의문의 고기의 꼬치를 내밀었습니다.

     "오, 오오? 어디에서 나왔지? 그것도 구운 거잖아?"

     "괜찮으니 드세요."

     ".....이국과 왕가의 보물에 그런 아이템이 있다고 들었지만, 너무 보여주면 귀족이 쫓아다닐 거다. 오, 역시 의문고기의 꼬치는 맛있구만."

     "조심할게요 (아마도). ........의문의 고기라니 무슨 고기?"

     "마물이라는 이야기던데, 뭐 의문이야."

     

     "그보다도, 이곳의 마물은 수인계가 많네요."

     식사가 끝나서 안으로 나아가며 그런 화제를 던져 봅니다. 말하는 건 귀찮지만, 기사에게서 여러가지를 들을 기회란 그리 없습니다.

     "안쪽에 번식장이 있다고도 하고, 마의 숲으로 이어져 있다는 소문도 있다네."

     "오오."

     "........아가씨, 무표정이라 표정이 담백해서, 감탄하는지 바보취급하는지 모르겠구만."

     자주 듣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가씨, 실력이 좋아. 여자라 해도,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기사단에 들이고 싶었는데....."

     "아인이고."

     "맞아. 내 부하들 중에 그다지 강한 놈이 없어서, 강한 녀석이 필요했는데."

     

     왕도의 기사단이어도 아저씨의 부하 정도는 그렇게 강하지 않은 걸까요.

     분명 기사단장은 '검성' 이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입니, 벨트같은 사람을 부하로 많이 가졌다면 꽤 강할지도.


     "아가씨, 드디어 쫓아왔다."

     "응."

     이제야 벨트가 몰아넣고 있던 미노탕의 무리를 쫓아왔습니다. 수는 10마리 정도일까요? 추정 레벨 40이 넘는 벨트라 해도, 30레벨의 미노타우루스가 이렇게나 많으면 힘들겠죠.

     벨트가 이 나라의 기사의 표준이라면, 저도 약간 실력을 보여줘도 괜찮아보입니다.

     그럼 개막의 일격.


     "ㅡㅡ [Acid Cloud] ㅡㅡ"


     """구고오오오오오오오오!!?"""


     제 5계급의 수속성 범위마법 '산성구름' 에 휩싸인 미노탕이, 눈에 화상을 입으며 고통스럽게 외칩니다.

     "아, 아가씨!?"

     "자, 가자구요."

     저는 흥분한 소리를 내는 벨트에게 말을 걸고서, 참마도를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신체강화 4라면 30미터의 거리여도 10초면 도착합니다. 멋지게 스윽 하고 양단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하면 꼴사나웠기 때문에 안전하게 심장을 꿰뚫습니다.

     탕탕탕!!!

     그리고 검을 빼들면서 근처의 미노탕에게 브레이크 리볼버의 3연사로 머리를 부숩니다

     "구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역시 점막에 화상을 입은 정도로는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 없나요. 몇 마리의 미노탕이 도끼와 곤봉을 쥐고 덮쳐왔습니다. ......눈을 당했는데 어떻게 위치를 아는 걸까요?

     그럼, 다시 한번 제 5계급의 화속성 범위마법이라도.....


     "아가씨, 무리하지 마!"

     혼났습니다.

     벨트 아저씨가 곤봉을 든 미노탕의 옆구리를 베자, 자세가 무너진 참에 머리를 베어버립니다. 아저씨가 왔으니 범위마법은 중지입니다.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에 절반은 쓰러트려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중간관리직인 벨트 씨에게 공을 세우도록 하지요.

     "아가씨 조심해!"

     "응."

     다가온 미노탕을 '검무' 로 회전하면서 베어버립니다. 벨트 씨도 딱히 문제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만ㅡㅡ.

     "큭, 이 녀석들 발광해버리다니."


     아아, 그렇네요. 몬스터의 '광란' 인가요. 저질렀네요.

     몬스터는 장시간ㅡㅡ구체적으로 게임 안의 1일 이상 전투상태가 지속되면 '광란' 상태가 되어 스테이터스가 1.5배로 상승합니다.

     이건 VRMMO에서 일부 플레이어가 마물을 모아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였는데, 현실에도 있네요. 아마도 장시간 기사들이 쫓아다닌 것과, 제 범위공격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해버리겠습니다.


     "벨트 씨, 잠깐 피해요."

     "뭐어!?"

     "갑니다."

     전 참마도를 양손에 들고서, 자세를 낮추면서 몸을 비트는 듯이 참마도를 횡으로 휘둘렀습니다.


     "ㅡㅡ [Blade Cyclone] ㅡㅡ"


     춤추는 듯한 강렬한 회전을 하면서 미노타우루스들을 베어나갑니다.

     '검무' 스킬 50에서 배우는 전용 양손검 '전투기술', 블레이드 사이클론입니다.

     이것은 일격의 위력은 낮지만 범위기이니, 레벨 30이고 '산성 구름' 으로 HP가 깎인 미노탕이라면ㅡㅡ.


     "구오...."

     스스슥..... 하고 마지막 미노탕이 땅울림을 내며 쓰러집니다.

     

     "......아가씨."

     벨트의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약간 놀래켰나? 하고 생각하여 돌아보니, 그곳에는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미소를 가득 채운 벨트씨가, 양손검의 끝을 제게 향하였습니다.

     "아가씨같은 강한 녀석이 있다니 세상은 넓군. 자, 나와 싸우자!"

     ".........."

     혹시 배틀매니아인가요? 화면 저편이면 몰라도 현실에 있으면 성가시네요. 그거라면 먼저 가까이 있는 기사단장과 싸워서 이기고 난 후에 해주세요.


     "귀찮으니 패스."

     "부탁이야 아가씨......난 자신의 힘을 알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며 벨트가 베어듭니다.

     정말로 귀찮네요..... 먼저 가볍게 대련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스테이터스가 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뭐?"

     신체강화를 써서 검을 받아흘리면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저에게 얼빠진 소리를 내는 벨트를 지면에 패대기치듯이 누릅니다.

     "먼저 강해지고 나서 오세요."

     ".............그래."


     그 후에는 약간 조용해진 벨트와 미노탕의 재료를 나누고, 보수는 대금화 1닢을 받아서 어떻게든 아침이 되기 전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벨트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미노탕들이 모여있던 유적의 안, 그 동굴 앞에 희미하게 빛이 보였던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바깥의 빛입니다.


       ***


     """주인님, 어서오세요."""

     "오우."

     아침 무렵,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벨트를 맞이한 하인들은, 이상하게도 기분 좋아 보이는 주인을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언제나 강한 상대를 원하는 벨트였기 때문에, 임무에서 정말 강한 마물이라도 만났나 하고 하인들이 멋대로 납득하고 있자,


     "아버님!"

     "오우, 벌써 일어났나. ......왜 그래?"

     아들의 목소리에 기분 좋게 대답하는 벨트였지만, 10대 중반의 아들 쪽은 이상하게 험악한 표정을 하여, 무심코 벨트도 묻고 말았다.

     "아버님, 제게 양손검을 가르쳐주세요! 제겐 꼭 이겨야 할 상대가 있습니다!"

     "오오 그런가."

     지금까지 겉모습만 신경쓰는 바람에 아무리 말해도 하려고도 안했던 양손검의 수련을 원한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기쁨에 즐거워했다.

     "아버님,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약간 대단한 녀석을 만나서 말야. 이야, 세상은 넓구나."

     "그렇습니까. 아버님이 말할 정도면 상당하겠네요."

     "오우. 나도 다시 훈련이다."


     평소엔 기사의 일 따윈 짬짬이로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패기에 찬 아버지의 모습에, 아들인 아벨은 기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벨트를 보았다.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버님은 이 나라 최강의, 대신할 자가 없는 '검성'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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