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있는 단테의 정면에서 무릎을 꿇고, 그에게 허리를 안긴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알리체가 두 팔을 하늘로 뻗는다.
가느다란 여운을 남기고 목소리는 사라졌다.
원래는 여기서 관객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어야 했다.
연기를 마치고, 알리체는 자신의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만히 그 모습을 단테가 지켜보고 있다.
"오늘따라 열정이 넘치네?"
"......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더니, 왠지 모르게."
언제 이곳이 옛날처럼 전쟁에 휩싸일지 모른다.
이번에 자신의 세계가 불타버리면, 알리체는 어디로 가야 할까.
모처럼 만들어 놓은 알리체의 세계가
또다시 산산조각이 나버린다면. 이번에는 어디로.
"슬프다면 안아 줄까?"
"아까부터 계속 안고 있었잖아. 이제 좀 놓아줘."
"싫은데? 휴일인데도 연습에 동행해 준 남자한테 보상 정도는 해줘도 괜찮잖아."
둘 다 땀에 흠뻑 젖어있는데도 꽉 껴안는 바람에,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반반한 얼굴을 보았다.
부드럽게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오늘은 소리가 튀지 않았어. 제대로 연습하고 있구나."
"우리 여왕님이 너무 무섭길래, 혼나지 않게 하려고 생각해서."
"칭찬해주겠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둘이서 장난을 치고 있는 차에
"알리체 카스타니니, 단테 루촐리니는 있나?"
갑자기 문이 열리고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났다.
키가 각기 다른 군복 차림의 3명이 서 있다. 말을 건넨 것은 맨 앞에 있는 작은 군인이다.
"알리체 카스타니니는 저예요."
"...... 단테 루촐리니입니다."
작은 남자는 손에 든 물건과 상대를 번갈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먼저 단테 루촐리니. 축하한다. 소집영장이다. 기재된 장소, 시간에 늦지 않게 가도록."
"......"
그는 처음 보는 어두운 눈빛으로 건네받은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배우 알리체 카스타니니, 그대는 상급병사의 위안을 위해 가수로서 소집령이 내려졌다. 일반 소집과는 별도로 마차를 보낼 것이다. 내일 이 시간에 극장 앞에 돌릴 테니, 필요한 짐을 준비해서 기다리도록. 이상."
단테의 것과는 다른 색의 종이를 알리체에게 건네주며 경례만 하고 남자들은 막하문으로 사라졌다.
"......"
두 사람은 멍하니 굳어 있었다.
"...... 위안......"
[가수로서]라고 그는 말했다.
"...... 노래만 부르면 될 것 같아? 단테."
"그럴 리가 없겠지. 넌 너무 아름다워. 내가 상급병사라면 그 목소리는 다른 곳에서 듣고 싶을걸."
"......"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몸이 떨린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을 정도로 무섭다.
"...... 키스한 적도 없는데........"
"항상 나하고 했잖아."
"그건 연기야."
"나는 키스였다고 생각해. 나는 너랑 키스하고 있어. 여러 번."
"......"
"아름다운 여배우 알리체 카스타니니의 입술의 부드러움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나뿐이다. 영광스럽게도."
그의 굽혀진 손가락이, 알리체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알리체는 그의 열기가 무섭지 않다.
"단테."
"응."
"오늘 밤, 여왕의 침대에서 잘래?"
"......"
다소 처진 듯한 짙은 녹색의 달콤한 눈동자가, 알리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 모르는 사람과 ...... 하는 것보다는......."
눈물이 흘러내려 단테의 손가락을 적셨다.
"...... 적어도 처음의 상대는......."
단테가 알리체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큰 손이 그녀의 머리를,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여자가 그 이상 말하면 안 돼. 너무 영광스러워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기뻐.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오늘 밤은 예정이 있어서 말이야."
이마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들여다보며
달콤하게, 그는 웃었다.
"내일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와줘. 아침부터 기다릴 테니까."
"......"
알리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을 혼자 보내는 것은 싫지만, 짐을 챙겨야 했다.
얼마나 많은 짐이 있을까?
큰 가방이 있었을까 생각하며 걸어가는 알리체의 뒷모습을
단테의 눈동자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