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무거운 짐을 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알리체는 극장을 찾았다.
좀 더 일찍 가려고 했지만 발걸음이 무거워서, 결국 약속 시간의 조금 전에야 도착했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연다.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안심이 되어서, 알리체는 한숨을 내쉬었다.
"...... 늦어서 미안해."
"늦지 않았어. 몇 시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차라도 한잔 해."
"고마워."
"한꺼번에 마셔줘. 부탁이니까."
"?"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잔이니, 한숨에 마시려고 하면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두 배 정도 시간을 들여 걸어왔기 때문에 마침 목도 마른 상태다.
그럼 한 번에 마시자며 컵을 기울이자
"!?"
알리체는 콜록거렸다.
목구멍 안쪽에서 타는 듯한 강한 자극을 느꼈다.
알리체는 목을 움켜쥐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단테가 담담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독초의 즙을 넣었어. 방랑극단 시절에 진짜 놀고 싶을 때 마셨던 것이지. 5배로 희석한 거지만......."
"......"
"처음 빼고는 아프지 않아. 목소리는 일주일만 지나면 돌아올 거야. 낫더라도, 한동안은 목소리가 안 나오는 척을 계속해줘."
"아 ......"
"온 모양인데."
"배우 알리체 카스타니니! 준비는 되었는가!?"
"배우 알리체 카스타니니는 갈 수 없습니다. 내가 뿌린 독약에 목이 타서 영원히 노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처벌은 제발 저에게만 해 주십시오."
그는 무대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잘 들리는 목소리를 냈다.
"......"
어제와 같은 세 명의 군인이 들어오더니,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과 바닥에 굴러다니는 컵을 번갈아 보았다.
"정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
알리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키가 큰 군인이 방구석에 있는 상자를 치우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쪽으로 돌아와 알리체 앞에 섰다.
그리고 눈앞에 무언가를 번쩍 들고 내밀었다.
찍찍거리는 쥐다.
다음 순간 눈앞에서 그것이
'쩌억' 하고 위아래로 쪼개졌다.
"ㅡㅡ......!"
튀어나온 피가 한 방울, 뺨에 튀었다.
소리를 질렀을 텐데도 소리가 나지 않는 입을 벌리고, 눈을 부릅뜬 채로 창백해진 알리체를, 군인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군. 가희는 병으로 인해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상부에 보고하지. 저 남자도 어차피 전장에서 죽을 것이니 지금 죽여도 소용이 없다. 화살받이용 병사가 한 명 줄어들 뿐이니까. 내버려 둬."
"알겠습니다."
키가 큰 남자가 상관이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이 그를 따라갔다.
그는 단테의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단테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그는 속삭였다.
"잘했다, 루촐리니. ......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다. 이렇게 보여도 난 그녀의 팬이니까."
"......"
그들은 떠났다.
"자, 나도 이제 가야겠다."
단테는 짐을 들고 일어섰다.
자신의 소매로 알리체의 뺨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럼 작별이야, 나의 여왕님. 나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반인 단테 루촐리니는 아름다운 천재 여배우 알리체 카스타니니를 사랑하고 있었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설령 이 몸이 사라지더라도 영원히 사랑할 거야."
"......"
천천히 단테의 얼굴이 다가왔다.
알리체가 거부하면 그만두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알리체는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연기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키스를 했다.
입술을 떼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알리체를 보며, 단테는 녹아내릴 듯이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잘 있어."
"......"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남자의 고백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알리체는 사라지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