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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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1일 19시 2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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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무대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사랑을 잃은 슬픔을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떨리더니, 결국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다.

     절망 끝에, 그는 무대에 쓰러졌다.



     관중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무대 뒤쪽에서 여성 주연이 등장한다.

     진홍색 드레스를 입은 그 여자는

     하얀 어깨를 드러내며, 팔을 부드럽게 벌리고는 붉은 입술을 움직였다.





     바람이 부나 싶어서, 사람들은 무심코 각자의 모자와 머리카락을 잡았다.



     하지만 바람이 아니었다



     목소리



     처음엔 칼날처럼, 이윽고 차분한 봄기운으로 바뀌어 공연장을 감싼다.

     관객들은 입을 벌린 채로, 천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자는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며 팔을 살며시 움직였다.



     가늘고 고운 목소리가 그녀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시들어 색이 바랜 장미를, 남자의 입술에 대더니

     그것을 떼어내고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숙여서, 남자에게 입맞춤을 했다.



     죽은 줄 알았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여자를 안아 올리며, 기쁨을 느끼게 하는 노래를 부른다.



     남자의 목소리에 겹쳐진 반짝이는 보석 같은 목소리에, 사람들은 떨었다.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무대를,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지켜보고 있다.

















    "3장의 [슬픔의 연회]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데 잘도 삑살을 냈겠다? 애초에 요즘에는 목소리에 평소의 같은 힘과 깊이가 없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야, 단테."



     넥타이를 풀고 의상의 밑단을 꺼내어 멋지게 갈라진 배를 가리고 있던 남배우는, "예예" 라고 가볍게 말했다.

     배우답게 단정된 외모지만, 어딘가 풀어진 얼굴의 남자였다.



    "여왕님은 오늘도 좋은 목소리였어. 부족한 파트너라 죄송합니다요."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해봐. 소리가 튀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은 없다구."

    "튀었다고?"

    "그걸 모르는 사람은 무대에 오르면 안 돼."

    "오오, 무서워. 애초에 나는 남배우가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지."

    "그럼 뭘 하면 어울리는데."

    "그걸 모르니까,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아름다운 여왕의 하인이 되어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거지."



     단테가 옷을 벗으며 윙크를 했다.

     알리체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인이라면 하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 여왕의 가마를 흔드는 짓은 그만두고."

    "알겠습니다, 여왕님."



     경건하게 아리체의 손을 잡고 입술을 대었다.

     남자의 연극적인 몸짓을, 여자는 어이없어하며 내려다본다.





     알리체 카스타니니는 인기 있는 무대 배우다.



     대리석처럼 하얀 피부, 크게 말린 짙은 갈색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 호수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

     화려하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외모.



     무엇보다도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맑은 목소리



     왜 항상 상대가 항상 이 남자인 걸까 하며, 알리체는 단테를 노려보았다.

     그는 22세의 아리체보다 분명 4살 위인 26세였을 터.



     외모도 좋고 목소리도 좋은데, 그는 노력을 싫어한다.

     한눈을 팔면 금방 적당히 하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무서운 선생님처럼 지켜보아야 한다.



     손을 잡아당겨져서, 알리체는 균형을 잃었다.

     남자의 가슴에 얼굴이 닿자 뻗어온 손에 허리가 감겨서, 아리체는 힐끗 상대를 노려보았다.



    "뭐야."

    "아리체, 마지막 장면의 연습을 할까?"

    "어머 웬일이래. [기쁨의 노래]를?"

    "음~ 그전. 장미의 바로 전. 오늘의 키스는 최고였어. 아직도 허리가 아파."



     다가오는 얼굴을 쳐냈다.

     이 남자는 진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해. 나는 연습하고서 돌아갈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오늘 밤도 술집 누나들한테 위로를 받지 뭐. 오늘도 수고했어."

    "너무 많이 마시거나 알몸으로 자지 마. 목이 상하니까."



     이미 의상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도 열어둔 채인 파트너의 목 단추를, 알리체가 닫아 준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추워지니까 조심해. 당신은 감기에 잘 걸리니까."



     부드러운 근육이 있는 남자의 가슴을 가볍게 톡톡 치며 어루만진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역시 이 남자는 알리체의 소중한 파트너인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 또 허리를 껴안았다.



    "...... 알몸으로 운동하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는 체질이라서 말이지. 오늘 하루만이라도 당신의 침대에 하인을 재워보지 않겠습니까, 여왕님?"

    "술집에서 해. 운동이 끝나고 옷을 입으면 되잖아."

    "한번 더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벗던가."



     허리에 감긴 손을 탁 쳐낸다.



    "부르신다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말해줘."

    "그래, 그럴 생각이 있다면."



     그럼 간다고 웃으며 손을 흔들던 남자는 사라졌다.

     알리체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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