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을 원하거나 휘파람을 배우지 않고 단순히 힘으로만 복종시키려는 고객은, 그렇게 키우고 있는 다른 목장에서 구입하면 된다.
원래는 영역이 달라서 딱히 경쟁할 필요가 없을 텐데, 여기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 역시 사람일지도.
"여어, 산드라."
이 남자처럼.
가로막는 남자에게 대답하지 않고, 산드라는 옆을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남자의 팔이 뻗어와 어깨를 잡힌다.
"좋은 태도구만, 산드라 산트라리아."
"이것 놔, 폴라스 목장의 다비드 씨. 나는 협회에 볼일이 있거든."
"품평회? 너네 같은 영세한 목장에서는 기껏해야 한 달에 두세 마리 정도 안 되겠지? 그걸로 직원을 고용하고, 사료값을 주고, 먹고살 수 있는 거냐고. 여자 혼자서 고집부리고, 돈도 조금밖에 못 벌면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의미는 있어. 우리 목장을 사랑해 주는 손님들이 있는걸."
"[민꼬리] 따위를 타고 싶어 하는 겁쟁이들이지. 우리 목장 녀석을 한 번 타보면, 너네들의 와이번 건 아무도 사지 않을 거야."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나한테 손대지 마."
돌아서서 올려다보며 강하게 노려보자, 다비드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어깨에 닿은 손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산드라, 그러니까 빨리 내 여자가 되도록 해. 이런 남자 같은 머리가 되어버렸잖아. 손도 너덜너덜하지 우리 집에 오면 언젠가는 대목장주의 부인이 될 거야. 편하게 해 준다니까."
"거절할게. 난 당신이 싫어."
"왜?"
"남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돈이면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힘으로 억누르고 남의 말을 듣게 만들려고 하니까."
"......"
손의 힘이 풀리자, 산드라는 그 손을 뿌리쳤다.
키도 크며 결코 못생기지도 가난하지도 않을 텐데, 눈빛에 담긴 저 끈적끈적한 빛과 무례함,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천박함이 그에게서 모든 매력을 지워버렸다.
다비드와도, 어렸을 때는 동갑내기 친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다만 성장하면서 그의 성격이 비뚤어진 바람에 산드라에게 이리저리 꼬투리를 잡기 시작해서, 지금은 얼굴 보기도 싫다.
무슨 말을 해줄까도 생각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남자는 쫓아오지 않았다.
타블라, 파블로, 파로의 최종 조정을 위해, 산드라는 오늘도 하늘을 날고 있다.
산드라는 역시 비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맨 귀를 가르며 지나간다.
햇살이 지상보다 더 가깝게 내리쬐고 있다.
휘파람 소리에 맞추어 타블라가 크게 선회한다.
착한 아이라며, 그 단단한 등을 쓰다듬었다.
이 아이도 지금 기뻐하고 있음을, 산드라는 느꼈다.
딱딱한 비늘과 장갑 너머로, 그 가슴의 고동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괴물이라 불리는, 이성 없는 존재로 정의되는 생물이 사람에게 기대고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본래 있어야 할 생명을 인간이 왜곡시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주고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함께 매일을 살아온 이 아이는 지금 자신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마음이 겹쳐져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고 있다.
"내일은 힘내자, 타블라. 넌 똑똑하니까 분명 좋은 사람이 너를 좋아하게 될 거야."
갸오오오오 하고 타블라가 울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생물의 그 타이밍 좋은 울음에, 산드라는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