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검은색 갑옷을 맞춰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의 모습을 본 순간, 그 모습이 가슴에 새겨졌다.
할머니를 도우면서 1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그 시험을 위해 공부를 계속하여, 17살이 되던 해 왕실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기절할 정도로 기뻤다.
똑같이 합격한, 가업을 도우며 시험공부를 하던 소꿉친구와 포옹을 하며 기뻐했던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합격통지서가 도착한 다음 날에.
기쁨의 밤, 할머니는 머리가 조금 아프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그게 최후였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신 분이셨다.
목장 일로 다져진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라며
묻기도 전에, 산드라에게 현실이 다가왔다.
목장에는 16마리의 성체와 1마리의 유체가 있었다.
아직 훈련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다.
비룡사가 되기 위해 목장을 폐쇄하려면, 목장을 인수할 목장을 찾아야 한다.
산드라는 집집마다 인근 목장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사람의 명령이 잘 들리도록 귀를 잘라내고서, 드러난 그곳에 도구를 고정시킨 것.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조악한 사료를 먹이며 채찍으로 벌을 주는 것
마물를 미워하게 하도록 그 냄새를 묻힌 막대기로 때리는 것.
산트라리아 목장 역시 자기들 사정 때문에 그들의 꼬리를 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목장의 사육 방침에 참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와이번의 비장한 목소리는 산드라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키우는 목장도 있었지만, 꼬리가 잘려나간 산트라리아 목장의 와이번을 인수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야생으로 돌려 보낼 생각도 했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줄곧 사람의 손에 의해 먹이를 먹어왔고, 공격성을 잃은 그들은 분명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울고, 울고, 또 울고
합격통지서를 찢어버리고 산드라는 머리카락을 잘랐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을 터였다.
그랬는데, 동경하던 제복을 입은 소꿉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가슴이 울렁거릴 줄이야, 산드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이 녀석과 아침 산책을 하고 있자니 산드라의 모습이 보여서 쫓아갔지....... 이제 가야겠어."
"그래, 또 보자."
"응. 목장은 어때?
"유산으로 먹고 산다고나 할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느낌. 곧 인수 후의 첫 품평회가 있으니, 지금은 일단 그 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 그렇구나."
알프레드가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을 내밀었다.
산드라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그의 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나는 집을 비울 일이 많아지겠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 쪽에 연락해."
"그래. 고마워."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며, 각자의 파트너에게 걸터앉아 헤어졌다.
하늘을 화살처럼 날아가면서, 산드라는 생각한다.
그날 포기한 것은 그 검은색 제복만이 아니었다며.
비룡사로 출세하기 위해선 어떤 추녀도 받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수직적인 사회에서 그 자리에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상사의 사위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지름길이니까.
그를 향한 마음이 단순한 소꿉친구에 대한 친애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 또한 잃어버린 뒤였다.
오른손을 꽉 움켜쥔다.
여자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맑은 하늘에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