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 보름달의 밤과 아침
    2023년 10월 18일 23시 14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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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보름달의 밤.



    "정말 이쪽에서 자려고요?"

    "그래."

    "감기에 걸릴 텐데요."

    "이렇게 두껍게 겹치면 춥지 않아."

    "그런가요?"



     올리비아의 방 앞에는, 민달팽이처럼 변해버린 클라스가 누워 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또 뵈요. 서방님."

    "그래."



     문에 손을 댄다.



    "올리비아."

    "네."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하늘색 눈이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다.



    "...... 아무것도 아니야. 따뜻하게 하고서 자."

    "네. 클라스 님도."



     문을 닫고 침대에 올라갔다.

     긴장해서 잠이 안 올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올리비아는 잠이 들었다.









     아침



     이 집의 주인인 클라스 올슈테트는, 한숨도 못 자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아내의 모습이 저곳에서 나타날 때를,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린다.



    "...... 아직입니까, 나으리."

    "...... 아직이야."

    "......"



     같은 상황이었던 모양인 토비아스와 코니가 빨간 눈으로 다가왔다. 클라스는 일어섰다.



    "...... 열어볼까?"

    "......"

    "......"



     불길한 예감에 입을 다물고 있는 남자들 앞에서, 손잡이가 움직이며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대리석처럼 매끄러운 하얀 뺨. 짙은 녹색의 눈동자, 언제 봐도 미소를 짓고 있는 부드러운 입술. 어떻게 저렇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밤색 머리카락. 아침 햇살에 비치자 반짝반짝 빛나며 떠오른다.



    "좋은 아침이에요. 늦잠을 자서 죄송합니다."



     귀에 착 감기는 높이의, 부드럽고 순한 목소리.

     클라스는 한 발자국 걸어 나갔다.

     그리고 클라스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의 몸을 꼭 껴안는다.



    "좋은 아침이에요, 서방님."

    "좋은 아침, 올리비아."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클라스의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지금 울고 있는 것 같다.



    "올리비아."

    "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뭔가요?"



     자신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클라스는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신을 사랑해."



     아내는 녹아내릴 듯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뻐라. ...... 계속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



     팔로 안는다. 더 이상 놓을 생각은 없다.

     집에 가고 싶다 말해도 설득하겠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라는 말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 사람이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클라스."

    "예"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이대로 아내로서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요?"

    "...... 예. 부탁합니다."

    "왜 갑자기 존댓말이죠?"



     클라스의 아내가 품속에서 웃는다. 귀엽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제 그렇게 말해도 된다.

     클라스는 이제 이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도 된다.



    "부인!"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요제프다.



    "무슨 일인가요?"

    "정원의 꽃이 ......"



     더 이상 놓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팔을 뿌리치고서 달려가는 아내의 뒤를 쫓는다.







     올리비아는 달렸다.

     마당으로 나갔다. 작은 겨울꽃, 흰색, 파란색, 빨간색 꽃잎이 제각기 흔들리고 있다.



    "라팔의 꽃 ......"



     코니가 중얼거리며 올리비아를 바라본다.



    "관에 넣으라고 했던 그건가요. 직접 키우셨던 겁니까."

    "정원에 있으면 따기 편할 것 같아서요. 이제 필요 없어졌지만. ......아아, 역시."



     올리비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주를 한 자도 역시 저주를 받는다.

     카밀라는 꽃을 좋아했다. 그것만이 그녀의, 마음의 안식처였다.



     그래서 그것을 빼앗긴 것이다. 저주했기 때문에.



     마침내 이 남자들의 저택에서, 자신이 내린 저주에서 풀려나 하늘로 사라진 그 영혼을 떠올린다. 아무런 죄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클라스 아버지의 전처와 그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업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클라스."

    "예."

    "만약 당신이 바람을 피운다면, 주저 않고 갑자기 따귀를 때릴 테니 그때는 잘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절대 안 할 테지만."

    "그건 모르죠. 진실된 사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이미 만났는데."



     그는 내 손을 잡더니 꼭 움켜쥐었다.



    "만났다고, 올리비아. 지금까지 내 전부였던 집을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초조해지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



     바람이 불었다.

     올슈테트의 저택에, 아침 햇살이 가득하다.



     라팔의 꽃이 귀엽게,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작가의 필명은  紺染 幸 이라고 하는데, 문체가 좋아서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3개 정도 더 번역해 볼 생각임. 가족을 위해 몸을 팔고 죽으려 했던 부분과 나중에 극적으로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은 심청전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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