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 겨울(3)
    2023년 10월 18일 22시 22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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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으라고 저주했던 나를, 동생은 용서해 주었어. 그렇게 생각했어. 그때 결심했어. 나는 이 아이를 지키겠다고. 좋은 언니가 되기로. 언젠가 이 사람들의 도움이 되자. 자랑스러운 딸, 믿음직한 언니가 되자고."



     외모를 가꾸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예절을 익히고, 한 가지라도 더 많은 언어를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니 다음 주에 내가 죽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마, 클라스. 나는 아셀의 이름을 내걸기 위해 겉만 꾸며놓은, 비천한 태생의 위조품. 겉을 벗겨내면 속은 동전 한 닢의 가치도 없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더러운 쓰레기일 뿐이니까."

    "......"

    "나, 항상 머릿속에서 돈의 소리가 들려. 오늘 먹은 밥에 은화 몇 닢이 들었을까. 연습비로 1회에 얼마. 오늘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니까 이만큼 돌려주었다. 감기에 걸려서 잠을 잤으니 몇 닢 제하자. 계속 계속, 그런 덧셈과 뺄셈을 세어 왔어. 계산적이고 비열한 생각이지? 지금까지 받은 것만 해도 금화 50닢의 가치를 넘어섰어. 그래서 나는 꼭 그것을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싶었어. ...... 그것밖에, 내가 부모님께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팔을 뻗어서 꽉 껴안았다.

     아아, 따뜻하다.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언젠가 했던 내 말이, 너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구나."

    "당신은 진실을 말했을뿐.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클라스."

    "한 번 내뱉은 말은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말은 쌓일 수 있지.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

    "나는 여자를 너밖에 몰라. 하지만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많이 봐왔어. 책 속에서 말이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대개 어리석어. 손에 쥔 권리에 안주하고, 증식하고, 쉽게 타락해. 손에 쥔 것을 어느새 당연하게 여기고, 잃을 때까지 깨닫지 못해. 너는 달라.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가르쳐준 방식으로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을 갈고닦았겠지. 주어진 사랑에 최선을 다해 보답해 왔을 거야. 17세의 건강하고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라면 어디든 가서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너는 궁핍한 가족을 버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창관의 문을 두드리려고 했어. 이 저택에 오는 것을 선택했어. 가족을 위해서. 그 어디에 비열함이, 이해타산이 있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올리비아."

    "......"

    "넌 모조품이 아니야. 길거리의 쓰레기일 리가 없어. 너는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길을 열심히 살아온 똑똑하고 인내심 있고, 노력하는, 사랑스러운 여성 올리비아야. ...... 나는 네가 내 아내인 것이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



     올리비아는, 이 사람의 품이라면 얼마든지 울어도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말 뒤에 본심을 숨기는 데 익숙해져 늘 겉치레만 하는 자신과 정반대의 사람이기 때문일까. 자신이 지킬 수 없는 무언가를 지켜주는 것 같아서일까.



    "가져왔습니다, 어이쿠. 좋을 때 죄송하군요."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보도록 할게요."



     올리비아는 주욱 늘어놓은 당시의 수색 기록을 훑어보았다.

     훑어보고서,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어딘가 놓친 부분이 있을 거라며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갔다.

     없다.



    "토비아스 님, 서류에 누락된 부분은 없나요?"

    "없습니다. 이렇게 제본하고 페이지 수를 매겼으니까요."

    "......"



     아연실색하며, 올리비아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맞다. 이곳 올슈테트는 계속 남자들의 저택이었지.



    "...... 왜 아돌프의 방을 조사하지 않았나요?"



     남자들은 눈을 마주했다.



    "그야 올리비아 ...... 왜 숨길 물건을, 가장 발견되지 않았으면 하는 상대방의 방에 숨길 필요가 있겠어?"

    "......"



     바보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바보. 정말 바보.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도. 카밀라의 마음은, 단 한 방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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