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3)
    2023년 10월 18일 00시 14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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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제프 님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부인 맞죠?"

    "네. 저는 올리비아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늦어지는 바람에."

    "아니요. 무단으로 정원을 어지럽혀서 죄송합니다."

    "클라스 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면 제가 뭐라고 할 권리는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고마워요."



     요제프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올리비아는 잠시 작업에 몰두했다.



    "부인께서는"

    "네."

    "이 집안에 대해 알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용감한 분이시군요."

    "아니요. 돈이 없었을 뿐이랍니다. 저는 이제 몸과 목숨밖에 팔 수 있는 것이 없어서요."

    "......"



     요제프의 눈이, 가만히 파헤쳐지는 흙을 바라보고 있다.



    "예전의 이곳은 다양한 색깔의 장미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요제프 님이 관리하셨나요?"

    "아니요. 카밀라 님께서 직접."

    "......"

    "악마, 악녀라고 나으리들은 말씀하셨지만, 결코 그런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이 늙은이의 헛된 마음. 그냥 넘어가 주시길."

    "카밀라 님은"



     올리비아는 손을 멈추고 말했다.



    "어떤 분이셨나요?"

    "......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13살 때부터 신세를 지게 되었던, 철부지였던 저에게는."

    "......"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부인께서는 이곳에 심은 꽃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들으셨습니까."

    "네, 꽃봉오리 그대로 다 시들어 버렸다면서요. 그래도 저는 해보고 싶어요."

    "그렇습니까. 그럼 하는 김에 씨앗이나 묘목 같은 것을 사 오도록 하지요. 원하시는 것은 있습니까?"

    "고마워요. 심고 싶은 것에 관해서는 여기에 메모해 놓았어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를 건네자, 요제프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게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부디 남편과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네, 그렇게 되길 바라야죠."



     요제프를 배웅한 후에도, 올리비아는 한동안 흙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럽게, 푹신푹신하게. 그렇게 바라며 땀을 흘리고 있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들었다. 세 명의 남자가 가만히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다.



    "점심시간이에요, 올리비아 씨."

    "흙투성이인데도 귀엽다니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의외로 힘도 세, 든든하네."

    "이것이 젊음입니까."



     토비아스가 하하하 웃는다.



    "그럼 우선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야."

    "가끔은 밖에서 먹는 건 어떨까요. 소풍 나온 기분으로."

    "날씨도 좋으니, 괜찮을 것 같군요."

    "재밌겠는데. 어때 올리비아 양."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최대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손을 씻고 천으로 얼굴을 닦는다.

     많이 따스해졌다. 이제 곧 공기에 여름 냄새가 섞일 것 같다.

     모두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슬퍼? 올리비아 양."

    "이제 아내이니 편히 불러요 클라스."

    "............ 올리비아"

    "네."

    "...... 올리비아"

    "왜 그러세요, 여보."

    "올리비아."

    "왜요, 서방님."

    "사이가 좋구만."

    "그거 다행이군요."



     곧 도착한 음식을 모두 함께 먹는다. 납작한 반죽 위에 다양한 재료가 올려져 있고, 그것들이 맛있게 구워져 있다.

     과일과 야채를 섞은 것으로 보이는 주스. 큼지막한 그릇에 담긴 수프, 잘게 자른 신선한 야채 위에 바삭바삭한 식감의 무언가를 튀긴 것이 얹혀 있고, 드레싱은 약간 매콤하다.

     당겨도 당겨도 계속 늘어나는 치즈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으며, 햇볕 아래서 먹는 점심은 정말 즐겁고 맛있었다.



    "즐거웠어?"



     클라스가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네, 아주요. 클라스는?"

    "즐거웠어."

    "다행이다."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니, 역시 그는 가만히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즐거워. 올리비아."

    "...... 다행이다."

    "너라는 사람은, 정말 재미있고 귀여워."

    "더 말하자면 공부와 돈을 좋아하죠."

    "그거 기대되는데, 올리비아."

    "네."



     진지한 하늘색 눈이, 가만히 올리비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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