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변경백 부부의 왕도 방문
    2023년 10월 08일 00시 46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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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디아, 피곤하지는 않은가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질베스터는 눈앞에 앉은 아내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셰인하이트에서 출발한 마차는, 도중에 숙박을 하며 2주간의 여정으로 왕도를 향하고 있다.



    "네, 괜찮아요!"



     활기찬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진심으로 안도한다.



    "...... 하지만."

    "무슨 문제라도?"

    "이 마차라는 교통수단은 너무 느리네요. 말로 달리면 한 3일이면 왕도에 도착할 텐데......."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클라우디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 클라우디아, 그게 가능한 것은 당신과 장인어른과 훈련된 셰인하이트의 말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머, 그랬었네요."



     복숭아색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클라우디아를 보자, 질베스터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난다.



     셰인하이트의 영주가 된 클라우디아지만, 그녀가 가진 상식은 모두 '셰인하이트의' 상식이다.



     왕도 귀족의 상식ㅡㅡ아니, 귀족에 국한된 것도 아닐지 모르지만ㅡㅡ과는 거리가 먼 그녀가 너무나도 귀여웠고, 그것을 세상물정 모른다며 비웃는 사람이 있으면 극비리에 처리해 왔다..



    "저는 이렇게 당신과 함께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즐겁습니다."



     영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클라우디아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집무에 매진하는 질베스터.



     두 사람은 약혼이 성사되고 1년 후 결혼했다.



    [사위와 딸에게 맡기면 이제 안심이 되겠구나! 크하하]라고 호탕하게 웃던 셰인하이트 변방백은, 결혼 1년 후 클라우디아에게 작위를 물려주었다.



     영지 경영은 잘 안 맞는다고 한다.



     지금은 기사단 쪽에 상주하며 매일 젊은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덕분에 올해의 배지 수여식에는 예년보다 몇 배나 많은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셰인하이트의 곰은 박멸당하지 않을까......)



     오히려 곰이 더 걱정될 정도다. 뭔가 다른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그건...... 저도 정말 기뻐요. 또 이렇게 당신과 함께 왕도의 야회에 갈 수 있다니........"



     소녀처럼 볼을 붉히는 클라우디아를 보며 질베스터는 애써 미소를 참았다.



     오늘도 아내는 참 귀엽다.



    "...... 왕도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니, 절대 제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질베스터에게는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왕도는 그 후로 많이 변했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도, 물밑에서 여러 세력이 크게 움직인 것이다.



    "네! 질베스터는 내가 지킬 테니 안심하세요!"



    (아니, 그게 아닌데...... 뭐, 의욕에 찬 클라우디아도 귀여우니까 괜찮지만)



     가슴을 펴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에, 질베스터는 미소를 흘린다.

     그녀의 가슴에는 오늘도 세 개의 곰 배지가 달려 있다.



     왕도에서 열리는 것은, 왕실 주최의 봄맞이 원유회라는 정기 행사다. 낮에는 가든파티, 밤에는 야회라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가든파티에는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지만, 야회는 데뷔를 마친 후에야 참가할 수 있어서 구성원이 다르다.



     그동안 초대장을 받아왔지만, 일단 셰인하이트 영지의 재정을 추스르는 일로 바빠서 계속 참석하지 못했다.



     참고로 클라우디아의 아버지인 전 영주도 '귀찮다'라는 이유로 매년 이 초대를 거절했다고 한다.



    (뭐...... 장인어른의 생각도 조금은 알 것 같아. 아마 장모님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클라우디아의 어머니는, 사실 이웃나라의 전 왕녀였다고 한다.

     하지만 첩의 자식으로서 냉대를 받았고, 변경백에게 반쯤 인질처럼 보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박복한 전 공주에게, 변경백은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 곰 같은 남자가 덧없고 아름다운 전 왕녀에게 남다른 사랑을 쏟고 있다는 것은, 영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독점욕이 매우 강하다는 것도.

     질베스터조차도 장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엄청난 체격의 장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솔직히 무섭다.





    "...... 후"

    "어머, 왜 그러세요?"

    "아뇨...... 클라우디아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느라 그만."



     닮았다고 질베스터는 생각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정말 멋진 밤이었어요. 처음이라서 긴장했지만 ......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어서 뛰어내렸지 뭐예요."

    "그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부끄럽네요."



     뺨에 손을 얹은 클라우디아가, 쑥스러워하며 그런 말을 내뱉는다.

     평범한 아가씨는 뛰어내리지 않는다. 그런 당연한 것을 지적할 질베스터가 아니다.



    "가든파티에는 늦을 것 같으니, 야회부터 참석하도록 하지요. 우선 왕도의 타운하우스에서 한 번 쉽시다."

    "휴식? 저야 괜찮지만........"

    "제가 클라우디아와 함께 여유를 가질 시간도 필요합니다. 괜찮을까요......?"



     그렇게 묻자, 클라우디아의 하얀 뺨이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질베스터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왕도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제1왕녀 아델레는 계승권을 박탈당한데 더해 행방불명되어 제2왕녀 비앙카가 왕태자가 되었고, 그 뒤에는 자우어란트를 필두로 한 전 마르츠 가문 측의 귀족들이 있다.



     왕과 그 측근이었던 보수파 귀족들도, 이제는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워졌다.



    (오늘은 왕실의 주최 ...... 과연 왕과 제2왕녀 중 누가 인사를 할까?)



     이제 왕의 교체는 시간문제라고, 셰인하이트령의 고문을 맡고 있는 아버지가 말했었다.

     이미 변경백과 친분을 쌓아 술친구로 지내는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아, 왕도에 도착했네요."



     클라우디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클라우디아, 즐거운 추억을 또 만듭시다."

    "네! 기대돼요."





    ㅡㅡ그 후. 화목한 변경백 부부가 향한 야회에서 등단한 사람은 비앙카였다.



     당당한 자태에서는 이미 왕의 위엄이 느껴졌으며, 그 인사말 도중에 '왕은 병에 걸려 요양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유폐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비앙카 옆에는 빨간 머리의 청년이 서 있는데, 어디를 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는 것 같다.



    "ㅡㅡ그럼, 앞으로의 왕국의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며 저의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공주가 엄숙하게 그렇게 말하자, 야회장은 크게 들썩였다.



     그리고 야회의 다음 날, 여왕 비앙카의 탄생 소식이 왕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작가의 말>

     

     어떻게 되나 왕도, 즐겨주셨나요...!?

     저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비앙카를 포함한 왕도의 일, 이상하게 수상한 두 변경백의 일 등의 쓰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여러 일이 있어서 일단 완결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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