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원탁회의(1)
    2023년 10월 07일 22시 46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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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야회가 있은 지 일주일 후의 왕궁에서.



    "이번 소동,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용하던 실내에, 셰인하이트 변경백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원형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은 이 나라의 유력한 귀족들이다.

     국왕의 왼쪽에 재상이 앉고, 그 옆에는 재상파의 귀족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오른쪽에는 안색이 좋지 않은 귀족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북쪽의 변경백령 셰인하이트와 남쪽의 변경백령 자우어란트의 두 근육질 당주들이 으르렁대고 있다.



     두 가문은 이런 회의에 결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렇게 두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 제1왕녀가 소란을 피운 것은 사실로 인정하지."



     어딘지 모르게 축 처진 모습의 국왕이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



    "웅녀였던가, 내 사랑스런 딸에게 공주 전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하지만 그건 기뻐할 말이지! 크하하하."

    "그 건에 대해서는 ...... 그 ...... 뭐 애들의 말장난 같은 것으로 ......"



     국왕이 힐끗 아군의 파벌을 쳐다보았지만, 그들은 일제히 눈을 돌렸다. 그들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했던 음모였는데도 저런 태도다.



     왕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흐린다.



    "오늘의 의제이기도 합니다만 ...... 폐하......."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회의실에 재상의 차분한 목소리가 떨어진다.

     그는 은테 안경의 뿔테를 한 번 쓰다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국왕을 바라본다.



    "제1왕녀 전하께서는 지난번 재무국 횡령 사건에 대해 재상인 제가 앞장섰다고 말씀하셨다지요. 그리고 그 여러 가지 죄명을 들어 질베스터를 단죄하고 약혼을 파기했다고 하셨지요."



     자칫 죄를 뒤집어쓸 뻔했지만, 진심을 드러낸 아들 질베스터의 행동은 빨랐다.

     순식간에 누명의 증거를 찾아내어 진범을 추적했다.

     원탁의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것도, 그 인물이 현재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



    "왕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만. 게다가 셰인하이트 변경백의 사위가 되라는 명령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클라우디아 아가씨를 심하게 조롱하셨다고도 했지요?"



    "......"



     재상의 추궁에 국왕은 침묵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푸른 눈동자는,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지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아델레가 마음대로 한 말이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왕은 그렇게 말했다. 늘 그랬다. 그 자리에서의 즉흥적인 발언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모른다.



     형세가 안 좋다는 걸 아는지, 평소에는 시끄럽던 보수파의 귀족들도 조용히 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두 변경백의 기세에 압도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우리 자우어란트는 아델레 왕녀 전하의 자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바다 사나이인 자우어란트 변경백의 말에, 회의실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어째서 상의의 어깨 부분이 찢어져 근육질의 이두박근이 튀어나왔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우리 셰인하이트로서도 경시당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겠는데!!!!"

    "히익!"



     가슴에 금빛 곰 배지를 열 개나 달고 있는 거구가 그렇게 말하니, 중앙의 연약한 귀족들이 움츠러드는 것도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겠다.

     애초에 셰인하이트 변경백령까지는 왕복 한 달 정도 걸리는 여정일 텐데, 단 일주일 만에 이렇게 왕도까지 달려온 것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내 아들과 셰인하이트의 인연. 아델레 전하께는 죄송하지만, 고마운 제안이었지)



     재상이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국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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