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왕녀 아델레
    2023년 10월 07일 23시 20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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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ㅡㅡ뭐라고......!?"



     제1공주 아델레는, 눈앞의 전령이 내뱉은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야회 이후, 일주일 이상 방에서 외출이 금지되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제한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델레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자랑거리였던 금발도 윤기가 사라지고, 왠지 피부도 거칠어졌다.



     가뜩이나 그 야회에서 어처구니없는 방해가 들어오는 바람에 왕녀로서의 체면이 구겨졌는데도 이렇다.



    "...... 옙! 그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세를 바로잡은 전령은, 손에 들고 있는 서신으로 시선을 내리더니 다시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야회에서의 누명에 의한 단죄 및 마르츠 후작가와 셰인하이트 변경백가에 대한 모욕죄 및 왕명의 날조...... 이번 소동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제1왕녀 아델레 전하의 계승권을 박탈한다. 그리고 서쪽 텐부르크의 별궁으로의 이동을 명한다. 이것은 왕명이니라."



     고상하게 말을 마친 전령은 서신을 닫았다.

     서쪽 텐부르크는 상당히 적적한 지역이라고 들었다. 별궁이래봐야, 이름뿐인 허름한 건물이 있을 뿐이다.



    "...... 이야."

    "예?"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아버님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어머님도 그렇고!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헛소리를 할 수 있어!!"

    "히익."

     

     악마처럼 변한 아델레가 전령에게 덤벼들려고 하자, 이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제압했다.



    "이 손을 놔라, 이 무례한 것!"

    "......"



     그 기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데다, 투구까지 쓰고 있어 으스스하다.

     아델레는 입술을 깨물고는, 머리를 휘저으며 소리쳤다.



    "잠깐, 이상하잖아! 왜 내가 ......! 그래, 질베스터를 불러서 자세히 설명하게 할 테니까!"



     평소에 이런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그 남자의 역할이었다.



     잔소리를 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공무를 깔끔하게 처리해 주었으니, 이번 일도 분명 알기 쉽게 설명해 줄 것이다.



     아델레가 목소리를 높이자 전령은 곤혹스러운 듯 눈썹을 내리깔았다.



    "저기...... 질베스터 님은 그 이후로 성에 오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셰인하이트에 가셨다고 들었는데요."

    "뭐!? 어째서!?"



     그렇게 소리치자 당황하는 것은 전령 쪽이었다. 하지만 공주는 아주 진지하게 묻는 것 같다.



    "질베스터와의 파혼이 문제라면, 그것을 취소하면 되잖아. 그러면 문제없지 않겠어!? 그런 거라면 다니엘도 분명 이해해 줄 거야."



     제지하는 기사의 팔을 움켜쥐면서, 아델레는 전령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

     분명히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그 야회에서의 왕녀의 행동 때문인데,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에 혼란스럽다.



     전령은 그 이상한 모습에 압도당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그, 그건 안 됩니다. 질베스터 님과 왕녀 전하의 파혼은 이미 성립되었고, 셰인하이트 가문의 영애와의 약혼도 정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아델레 공주 전하께서 왕명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문관은 머뭇거리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뭐, 그 왕명은 거짓말이었지만.



     재상이 재무국 횡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로,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횡령을 한 사람은 재무대신이었고, 그 인물은 그 야회에 참석해 추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 모인 자들은, 그 파벌의 귀족들이었으니까.



    "아버님을 만나게 해 줘!"

    "...... 폐하께서 전하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빨리 떠나라는 말씀이십니다."

    "뭐라고......!"



     국왕은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딸을 손쉽게 포기했다. 이상하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사랑받았을 텐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궁지에 몰린 아델레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갈색 피부의 그 사랑스러운 상인이었다.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맞아, 다니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날 밤, 뒤따라오던 다니엘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또 만나요'라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령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어 ......어째서? 아버님 ...... 어머님, 다니엘 ......"



    "실례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흥분했던 눈앞의 공주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서, 전령 일행은 방을 나섰다.



     복도를 걷다가 갈림길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문관들의 작업실이다.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여기서........"

    "......"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갑옷 기사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아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을 전령이 본래의 일을 위해 작업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두목이 예상했던 대로, 멋진 도마뱀 꼬리 자르기였어~. 왕명의 위조라......"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방금 전까지 침묵했던 갑옷 기사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



    "비앙카를 저렇게까지 학대하고, 애지중지하던 딸도 쉽게 포기하다니 ...... 진짜 위험해, 그 교활한 아저씨. 진짜 용서할 수 없어, 조만간 반드시 끌어내려 주마."





     투구의 틈새로 날카로운 붉은 눈동자가 들여다보인다. 사랑하는 약혼녀(임시)를 생각하는 그 눈동자는, 격렬한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참고로 (임시)인 이유는 얼마 전의 대화에서 왠지 모르게 어정쩡한 느낌으로 대화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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