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자우어런트 첩보부대
    2023년 10월 08일 00시 05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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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반은 자우어란트 변방 백작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참고로 형제가 여섯 명이나 되기 때문에, 매우 화기애애한 나날을 보냈다.



    "알반. 왕도에 볼일이 있는데, 이번엔 네가 따라올 테냐?"



     열 살 무렵. 아버지의 물음에 알반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어! 괜찮지!? 아버지."

    "두령 돈이라고 불러라"



     자우어란트 변경백령은 바다와 인접한 온난하고 다습한 지역이다.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영민들은 어업과 무역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는 가짜 모습이며, 사실 자우어란트는 정보 수집을 주로 하는 은밀한 집단이다.



     험준한 산맥과 추운 기후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북쪽의 셰인하이트와 달리, 국경이 맞닿았으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하는 이 영지는 전쟁에 가장 먼저 휘말린다.



     따라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영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난, 알반! 네 이름은 뭐야?"



    "저, 저는, 비앙카 ......"



     어쩌면 이때, 알반이 왕도의 한적한 별궁에서 제2왕녀 비앙카를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지혜에는 당해낼 수가 없다.



     설령 그것이 계획된 계략이었다 할지라도, 알반은 분명 비앙카를 좋아했고 그녀를 구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





    "...... 너, 뭐 하는 거야?"



     갑옷을 벗은 알반이 왕도의 은신처로 돌아가자, 거실에는 낯익은 인물이 있었다.



    "아, 알반, 어서 와."



    "......다녀왔어."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며 반갑게 맞아주는 비앙카의 모습에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알반은 굳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조금은 신혼부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문제는, 비앙카 앞에 있는 또 다른 인물에 있었기 때문에.



    "알반 너 방금 신혼부부 같다고 생각했지? 진짜 넌 옛날부터 생각을 못 숨긴다니까~"



     알반보다 몇 살 정도 많은 갈색 피부의 미소년은, 알반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서 깔깔대며 웃었다.



    (안 돼, 화를 내면 이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려 버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은신처에 있는 비앙카를 마음대로 만나고는 차까지 대접받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 알반?"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가 정신 차리니, 무의식적으로 비앙카에게 다가가서 껴안고 있었다. 내 것이다.



    "그렇게 위협하지 않아도 되는데."



     활짝 웃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일까.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 탓에, 왕도에서 추방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다니엘, 너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제1공주의 연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상인 다니엘이, 바로 알반의 눈앞에 있었다.





     알반의 물음에, 다니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변경에서 형제처럼 자란 그는 매우 뛰어난 첩보원이다.



     여러모로 미숙한 알반과 달리, 다니엘의 첩보원으로서의 기술은 뛰어나다.



     이번에도 상인이라는 직함을 스스로 손에 넣어 보수파 귀족들을 고객으로 삼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왕녀와 친해져 그녀의 총애를 받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반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이쪽의 공주님도."



    "...... 가는 거야?"



    "그래. 추방된 몸이기도 하니~?"



     기지개를 켠 남자는, 가볍게 일어서서 바닥에 놓여있던 짐을 어깨에 둘러메었다.



    "...... 어디까지 계획하고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아르반은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비앙카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고, 그것을 두목은 묵인하고 있었다.



    [왕녀 전하가 위험해지면 지켜라]는 말만 들었기 때문에, 비앙카와 관련될 만한 정보 수집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 야회?"



     알반의 질문에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야회 때는 깜짝 놀랐지 뭐야. 파혼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셰인하이트의 영애가...... 큭큭큭큭, 정말로 뛰어들어왔다고? 정말 놀랐다고."

    "...... 그럼 그건 준비했던 거 아니라는 말이구나."



     행사장 한구석에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던 알반도, 하늘에서 내려온 영애를 보았다.

     2층 난간에서 빙글 1회전하며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셰인하이트의 영애의 출현은 우연이었을까)



     나는 그것 역시 아버지의 계획 중 하나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야회의 목적은 '마르츠 후작의 아들을 모욕하는 것'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 아이가 나타나서 완전히 망가졌지 뭐야, 큭큭."



    "그래서 그런 신호를 한 거냐?"



    "응. 알반이 있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아델레로 안 되겠으면, 다음엔 비앙카일 거 아냐. 멍청한 어른들."



     연회장을 떠나기 직전, 아델레 공주를 쫓아가는 시늉을 하던 다니엘은 한 번 알반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위치상으로는 질베스터를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건 뒤쪽의 알반을 향한 것이었다.



    (그 신호를 받고서 나는 서둘러 비앙카에게로 향했었지)



     아찔한 순간이었다. 설마 보수파도 그렇게 빨리 움직였을 줄이야.



    "ㅡㅡ그럼 이제 늦을 것 같으니, 갈게."

    "늦을 것 같다고? 뭐가?"



     알반이 묻자, 다니엘은 어딘지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델레가 떠나는 거 알지? 가는 길에 좀 데려다줄까 싶어서."

    "뭣......."

    "두목한테는 비밀로 해. 뭐,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뭐엇."

    "상인 출신인 내가 작위를 받고 억지로 왕족이 되는 것보다, 저쪽이 왕좌에서 내려오는 게 더 확실하겠지. 이렇게 급작스럽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으로 너를 만나서 좋았어. 잘 지내~"



     손을 흔드는가 싶더니, 다니엘은 방의 창문을 열고 훌쩍 뛰어내려서 사라져 버렸다.



    (뭣? 다니엘은 정말로 아델레 왕녀를 좋아했던 거야? 그리고 뭔가 위험한 말을 했었는데?)





     아델레 왕녀는 서쪽을 향해 떠난다.



     가는 도중, 그녀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계략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알반은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음 ...... 괜찮아? 왠지 폭풍 같은 사람이네. 저 사람이 언니의 애인이구나."

    "응 ......"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가녀린 은발의 왕녀만이 알반의 전부다. 이제 그거면 됐다.

     왠지 아델레를 동정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어쨌건 그녀는 계속 이 비앙카를 학대하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알반과 비앙카는 열린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ㅡㅡ그리고 그 후. 서쪽의 별궁으로 향하던 아델레 공주 전하를 태운 마차가 사고를 당했고, 그 마차가 강물에 휩쓸렸다는 소식이 왕도로 날아들었다.



     게다가 공주의 안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우와...... 진짜로 저질렀네."



     신문을 바라보던 알반은, 어느 상인의 미소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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