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 리큐어 가문과 동물 3
    2023년 10월 06일 20시 07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곳은 리디아가 원하던 천국이었다.



    "야옹~"

    "애, 애옹......"



     조겐의 집 안에서, 그녀들은 지금 소파에 앉아 고양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는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애옹 소리를 내며 달라붙어 있다.



     그렇다, 조겐의 집에는 새끼를 막 낳은 고양이가 있었던 것이다.



    "엄마! 엄마!"

    "그래, 귀엽지?"

    "엄마!!"

    "정말 귀엽구나."



     매일 함께 쌓아왔던 어휘력을 잃은 리디아는, 뺨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이며 반짝이는 보라색 눈동자로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것은 토끼굴 때와 같지만, 이건 문제없다고 한다.



     마침 리디아의 주변에는, 우리에서 한 마리만 꺼내어 소파 위에서 그녀의 곁에 꼭 붙어서 웅크리고 있는 토끼도 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처음에 그녀를 위협했던 젖소의 갓 짜낸 우유가 담긴 머그잔이 들려 있다.



     그렇다. 이것은 리디아가 동물을 싫어하지 않기 위한 접대 시간인 것이다.



    "우유, 맛있어...... 토끼, 귀여워......, 고양이...... 고양이가.......!"

    "리디아,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다행이야......"



     황홀경에 빠진 은빛 소녀는, 아직도 어휘력을 잃은 듯하다.



     감격에 떨며 몸부림치는 리디아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갓 짜낸 우유를 마셨다.

     진한 유지방, 부드러운 풍미,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가벼움과 함께 고급스러운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갓 짜낸 우유를 충분히 음미하고 한숨을 내쉬자, 자연스레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맛있어......"

    "감사합니다, 마님. 마님의 입맛에 맞는다면, 우리 우유는 올해 대박이 나겠구만요."

    "뭐어? 에이, 과장은."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마님의 미식가 기질은 영내에서도...... 크흠,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뭐?"

    "아뇨, 아무것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요, 마님!"



     어째선지 조겐은 내 뒤를 바라보며 새파래진 얼굴을 하고 있다.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평소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카르도만 있었다.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겐은 당황한 표정으로 리디아에게로 주제를 돌렸다.



    "그, 그건 그렇고 놀랐습니다요. 저희 집 새끼 고양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저희 집사람 말고는 좀처럼 만지게 하지 않거든요."

    "그랬어?"



     그 말을 들은 리디아가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자, 새끼 고양이들은 기뻐하며 애옹의 합창을 시작했다.

     이를 본 리디아가 웃자, 기뻐하는 리디아를 새끼 고양이들이 더 기뻐한다는, 귀여운 요소만 있는 행복한 웃음의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그 눈부신 광경에, 내 눈도 마음도 고정되어 있다.



     괜찮지 않을까?

     고양이라든가 ...... 새끼 고양이라든가 ...... 키워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고 말고요. 저희 고양이들이 이렇게 살갑게 구는 모습은 그다지 본 적이 없어서요."

    "리랑 고양이들은 정말 사이좋아!"

    "역시 리디아 님이시군요."

    "그래. 리는 정말 대단해!"



     동물 마스터 리디아는 칭찬에 크게 기뻐했다.

     기쁨에 겨워서, 마스터는 무심코 가슴을 치켜세우려 한다.

     하지만 그러자 그녀의 배를 기어오르려던 새끼 고양이가 불만스럽게 울어서, 급히 새끼 고양이의 등을 받쳐주는 리디아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



     이렇게 세 가족의 목장 시찰은, 중간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동물들의 기세에 겁을 먹었던 리디아도, 마지막 새끼 고양이들의 접대를 받으며 기분을 풀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리디아에게, 리카르도는 물었다.



    "리디아, 동물을 키우고 싶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리디아, 지금이야! 이번에야말로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거야......!)



     기대에 찬 표정으로 리디아를 돌아본다.



     그러자, 리디아는 보라색 눈동자를 부릅뜬 후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대로 그녀의 입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고, 머릿속을 맴도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는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은 듯,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서 키우면, 안 돼......."





     여섯 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어본 리카르도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단다......"라며 먼 눈빛을 하고 있고, 리디아도 역시 먼 눈빛으로 "동물은...... 당분간 됐어..."라고 중얼거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동물을 키운다는, 멋진 정서교육...... 웃음이 넘쳐나는 행복한 공간이어야 했는데......!



     식은땀을 흘리는 내 눈앞에서, 은빛 부녀는 감정이 죽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리큐어 백작 저택에서 동물을 키우자는 제안은 부결되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