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리디아가 막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병에 걸렸던 아빠가 돌아와서 리디아와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그 무렵, 리디아는 저택의 변화를 느꼈다.
왠지 예전보다 하인들의 표정이 밝아진 것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아빠가 건강하게 돌아왔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하인들의 대화 속에 한 인물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님을 찾아내다니, 백작님은 안목이 좋으시군요."
"마님은 참으로 싹싹하셔서."
"마리아 님이 이걸 좋아하셨어."
"이번엔 정말 열심히 했어. 마리아 님께서 기대하신다지 뭐야."
'마님'과 '마리아 님'..
저격수 리디아가 몰래 엿들은 그 호칭은, 아무래도 같은 인물을 가리키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리디아는 그 사람을 발견했다.
부드러운 밀크티색 머리카락에 달콤한 벌꿀빛 눈동자를 가진, 부드러운 분위기의 여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그리고 언제나 즐거워 보이는 모습은 리디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는 하인들도 항상 웃으며 즐거워 보인다. 웃음소리도 들린다. 지금까지의 리큐어 백작 가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리디아는 어떻게든 자신도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 멋진 여자와, 리디아도 놀고 싶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리디아가 벽가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사실은 딱 한 번 눈이 마주쳤었는데, 그녀는 눈을 크게 뜬 후 뺨을 붉히며 눈을 돌렸다.
리디아는 충격을 받았다.
마리아 님은 아빠와 하인들과는 잘 지내면서, 왜 리디아에게는 사이좋아지지 않는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마님'은 혹시 아빠의 부인을 말함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녀는 리디아의 ...... 엄마 ......가 아닐까 ......!
(마리아 님이 엄마 ...... 좋아 ...... 너무 근사해......)
하지만 마리아는 리디아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리디아는, 슬프지만 포기할 수 없어 매일매일 필사적으로 아이 방을 빠져나와 신경 쓰이는 그녀의 거동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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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처음부터 엄마에게 푹 빠져 있었어."
"...... 그랬군."
이야기를 들은 리카르도는, 조금은 서글픈 표정으로 리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엄마의 짝사랑 상대도 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첫사랑인가."
"그래. 하지만 엄마의 첫사랑은 키가 큰 남자야......"
풀이 죽은 리디아의 모습에, 리카르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마리아는 예상한 대로, 볼을 붉게 물들이며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딸의 고백은 너무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래서, 마리아의 첫사랑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될까?"
마리아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리카르도의 옆자리에 앉았다.
마리아가 리디아의 손을 잡자, 리디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리디아....... 리디아의 첫사랑 상대가 나였어?"
"......"
"리디아?"
"엄마 못됐어."
새빨개진 얼굴을 휙 돌리는 리디아를, 마리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리아가 귀여운 딸을 힘차게 안아주자, 리디아가 "엄마!?"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고마워! 리디아, 고마워, 정말 기뻐!"
"...... 정말?"
"물론이지! 왜냐면 내 첫사랑도 리디아인걸!"
"뭐?"
보라색 눈동자가 떨어질 것처럼 크게 부릅뜬 리디아에게, 마리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
"리디아, 미안해. 난 첫사랑의 상대에 여자를 포함시켜도 된다고는 생각 못했어."
"그래?"
"그래! 그래서, 여자를 포함시켜도 괜찮다면, 내 첫사랑은 리디아가 맞아!"
"......!"
리디아는 마리아의 품에 안겨서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잠시뿐, 곧 슬픈 얼굴로 돌아와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 그런 거, 거짓말이잖아. 엄마의 첫사랑은......"
"리디아야."
"하, 하지만......"
"이렇게 귀엽고 예쁜 여자애는 처음 봤어.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나도 계속 신경이 쓰였는걸."
"...... 정말?"
리디아가 고개를 들어서 마리아를 올려다보자, 마리아는 최고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