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 최강의 아이돌
    2023년 10월 06일 18시 48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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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카르도의 진짜 아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



     나는 어린이방에서, 리디아의 유모 앨리스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 얘기를 물어볼까).



     사실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마침 리디아가 꽃을 따러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과감히 그녀에게 물었다.



    "앨리스 씨. 예전에 이 리큐어 백작의 저택에 리카르도를 노린 하인이 들어왔었다면서?"

    "네. 연나를 말하는 거네요."



     유모 앨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불손한 녀석은, 실은 리디아의 시녀로서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연나가 리카르도를 노리고 들어온 것을 알아차린 것은 앨리스였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어?"

    "수상한 행동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

    "저기요?"

    "......"

    "앨리스 씨?"

    "연나의 노래가, 없어서"

    "어?"



     노래?



     눈을 두리번거리며 말을 더듬는 앨리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님께서도 언젠가 보게 되시겠죠."

    "응?"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예요."

    "앨리스 씨, 저기."

    "안 돼요."

    "앨리스 씨 ......"

    "저는 아가씨 편이기 때문에, 안 돼요."

     

     유모 앨리스는 이젠 모른다는 말투다.

     내가 풀이 죽자, 앨리스는 문득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께서 늦게 돌아오시네요."

    "어머, 그러네?"



     오늘은 뭔가 꾸미는 것 같지 않아 시녀에게 따라가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는데, 그냥 부탁하는 것이 좋았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옆을 보니, 유모 앨리스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앨리스 씨?"

    "마님. 아가씨를 데리러 가시면 어떨까요?"

    "어?"

    "자자, 어서 가도록 해요."

    "뭐어?"

    "몰래 데리러 가주세요. 몰래요."



     빙그레 웃는 앨리스의 권유에, 나는 뭔지도 모르게 어린이방에서 밀려나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어쩔 수 없이, 나는 복도를 두 갈래로 꺾은 끝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첫 번째 모퉁이를 돌려는 찰나, 약간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리는 사샤를 좋아해~, 그래서 최강이야~. 룰룰루~"





     ...... 응?





    "룰룰루. 리는 최강~. 앨리스는 리를 좋아해~, 리는 앨리스를 좋아해~. 그래서 리는 최강이야~. 룰룰루~"



    (이, 이건 ......!)



     놀랍게도, 꽃 따러 간 은빛 아이돌이 복도에서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자유로움 때문인지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은빛 머리카락을 흔들고 리듬을 타며 작은 목소리로 열창하고 있다.

     가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열정적으로 오리지널 곡을 부르는 모습은 처음이다.



    "룰룰루~ 리는 최강이야~. 마법사님은 리를 좋아해~, 리는 마법사님을 좋아해~. 그래서 리는 최강이야~. 룰룰루~"



     그렇구나, 아무래도 노래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교체가 가능한 사양인 모양이다. 이것은 마법사 씨ㅡㅡ나의 아버지의 노래라는 뜻일까.

     그 유연한 가사에 내가 감탄하고 있을 때, '룰룰루' 부분에서 걷다가 회전이 들어갔다. 힘차게 빙글빙글 돌던 리디아는 평형감각을 잃고 넘어져 벽에 부딪힐 뻔했다. 그 모습도 귀엽지만, 나는 그녀가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룰룰루~ 리는 최강이야~. 아빠는 리를 좋아해~, 리는 아빠를 좋아해~. 그래서 리는 최강이야~. 이아이아."



     이번에는 '이아이아' 부분에서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안무가 들어갔다. 귀엽다. 엄청나게 귀엽다. 그리고 이제는 작은 목소리가 아니다. 흥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그거다.





     ...... 남이 보면 안 되는 모습 아닐까?





    [몰래 데리러 가주세요. 몰래요]



    (앨리스 씨, 이이이거, 이런 뜻이었어!?)



     정신을 차린 나는, 당황해서 숨으려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여긴 복도야, 숨을 곳이 없어!



     리디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린이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드미컬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눈앞의 모퉁이를 돌면 리디아, 뒤에는 어린이방의 문.



     지금 당장 어린이방으로 달려가도 늦을 것 같다.



    "룰룰루~ 리는 최강이야~. 엄마는 리를 좋아해~, 리는 엄마를 좋아해~. 그래서 리는 최강 ......이야......"

    "............"





     보라색 보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은빛 아이돌은, 눈을 크게 뜨며 돌덩이처럼 굳었다.





    "............"

    "............





     고요해진 백작 저택의 복도.



     가장 어색한 공기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보고 말았다. 들켜 버렸다.

     게다가. 혹시 가장 듣지 말아야 할 가사를 말했을 때 눈이 마주친 것은 아닐까?



     음, 정답은.



     이런 경우, 정답은 뭐야!



     음, 음...







    "...... 최강, 이야?"





















     은빛 아이돌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싫어어어어어어!!"







     리디아는 토끼처럼 뛰쳐나갔다.



    "리디아! 잠깐만!"

    "싫어어어어어!"



     쫓아갔지만, 새끼 토끼 리디아는 그대로 복도를 달려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삼십 분 동안 리디아는 화장실의 개인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문 너머로 "귀, 귀여워서 좋았는걸?" 하며 위로해도 "싫어어어어......"라는 목소리만 들릴 뿐, 귀여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후 이제야 화장실에서 나온 리디아는, 한 시간에 한 번씩의 빈도로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유모 앨리스에 따르면, 그것은 역시 리디아가 혼자 있을 때만 행하는 비밀스러운 의식이었다고 한다. 꽤 자주 열리는 단독 라이브는 사실 하인들에게 목격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목격자들은 아가씨의 마음을 헤아려 모르는 척했다고 한다.



    "최강의 노래가 나온다는 것은, 지금 아가씨께서 기분이 좋다는 뜻이에요."

    "그, 그래?"

    "네. 최강의 노래는 최강의 정신 상태일 때만 부르는 것이니 ...... 정말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네요."

    "으음, 그래......?"



     유모 앨리스와 소곤거리던 나는, 근처에서 토끼 인형을 껴안으며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는 리디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마음속으로 '미안'이라고 사과하며,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귀여운 딸아이의 찰랑거리는 은실을 쓰다듬어 주었다.







     참고로 그날 저녁에 돌아온 리카르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왔어. 리디아는 오늘도 최강으로 귀엽네"라고 말하자, 최강의 은빛 아이돌은 "싫어어......"라면서 얼굴을 붉히며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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