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 리큐어 가문과 동물 1
    2023년 10월 06일 19시 14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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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디아가 6살 때의 일입니다.


     

     "저기, 리카르도. 이곳에서는 동물을 안 키워?"





     리디아를 가운데 두고 세 명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저녁을 먹는 가족 모임에서, 나는 리카르도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리디아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리카르도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카르도, 왜 그래!"

    "동물을...... 저택에서 키워......?"

    "그, 그래. 여기는 어린이방에 리디아 말고 다른 아이가 없어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싶었는데......."



     리디아의 어린이방에는, 여전히 그녀 외의 어린이가 없다.

     보통 귀족의 어린이방은 가족과 친척의 아이들로 북적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리큐어 가문의 아이는 리디아 혼자다. 정서 교육을 생각한다면 몇 명은 더 어린이방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리디아는 성녀의 피를 이어받은 희귀한 아이라서 손쉽게 아이들을 모아 아이방으로 데려올 수 없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지만.......



    (리, 리카르도는 왜 이렇게 얼굴이 창백해졌어?)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는 내 옆에서, 은빛 딸아이는 보라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아빠! 토끼! 리는 고양이랑 토끼가 좋아!"

    "그런 무서운 일은 할 수 없어."

    "!?"

    "무, 무섭다니?"

    "생활권 내에 동물을 들여놓으면,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위험하지 않겠어?"



     진지한 표정을 짓는 리카르도의 모습에, 나도 리디아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빠! 토끼는 위험하지 않아! 고양이도!"

    "아니, 작은 동물도 무시할 수 없어. 믿을 수 있는 건 말 정도다. 내 애마 릭하르도는 똑똑해서 괜찮지만, 다른 동물은 믿을 수 없어."



     동물을 믿지 못한다니 대체 무슨 뜻?



    "아빠, 토끼는 믿을 수 있어!"

    "리디아는 모르나 본데...... 토끼들은 어린아이만 보면 엄청난 기세로 달려들어 달라붙어 꼼짝 못 하게 해."

    "그, 그런 거 거짓말이야!"

    "그, 그런 거 거짓말이지!?"

    "엥?"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일가족 세 명.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리카르도가 말하는 '토끼'는, 혹시 나와 리디아가 말하는 토끼와 다른 토끼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설마, 마리아도 몰라?"

    "어? 뭐를?"

    "그렇군....... 분명 마티니 남작이 지켜주고 있었겠지?"

    "아니, 리카르도. 그런 것은."

    "그렇다면 한 번쯤은 봐둬야 하겠지. 리디아도 이제 동물의 무서움을 알아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카르도의 기세에, 리디아는 귀여운 손을 꼭 쥐며 숨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동물들은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리카르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내 상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디까지 진심일까. 정말 농담이 아닌 것일까.



    "다음에 셋이서, 목장에 시찰하러 가자."



     결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은빛 미남의 모습에, 은빛 딸도 아빠를 흉내 내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결국 견디지 못했는지 "토끼~!" 라고 소리를 지르며 기쁨에 어쩔 줄 몰라한다.



     들뜬 그녀를 달래며 리카르도를 바라보니, 그는 "동물인가 ......"라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의 이상한 반응에, 그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여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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