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때? 엄마랑 같은 색이야. 내가 좋아하는 밀크티 색이야."
위를 쳐다보며 묻는 천사에게, 나는 "귀여워 ...... 최고로 귀여워 ......"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른팔에 매달린 존재가 눈부시다.
"기뻐! 저기, 정말 난 그동안 엄마와 똑같은 클로디아의 머리가 너무 부러웠어. 그래서 오늘은 셋이서 같은 머리라 기뻐서 ...... 아, 그렇구나. 클로디아는 오늘 은발이구나. 은발도 귀여워, 클로디아."
리디아는 내 팔에 얽힌 채로 클로디아를 힐끗 쳐다보며, 조금 아쉬운 듯이 클로디아에게 미소를 지었다.
클로디아는 안타까운 표정의 리디아를 보며, 눈도 입도 크게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놀라는 네 살배기 아이를 처음 본 것 같다!
"엄마. 지금부터 나랑 데이트하자."
"지, 지금부터?"
"응. 나, 머리색을 맞추고서 놀러 가고 싶었어. 데이트할 때 머리색을 맞추고 나가면 재미있다고 책에 적혀 있었거든."
보라색 눈을 반짝이며, 리디아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니!
내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자, 옆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로디아도 갈래! 클로디아도 리 언니랑 데이트할래!"
클로디아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필사적인 표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리디아는 클로디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내 팔을 꼭 껴안으며 과시하듯 몸을 밀착시켰다.
나는 클로디아의 뒤편에서 [철렁~!!] 하는 의성어를 보았다.
"클로디아, 어때? 이 머리 색깔, 잘 어울려?"
"잘 어울려 ......, 언니 귀여워 ......"
"고마워! 그래서 아까 말했듯이 오늘은 같은 머리색의 데이트 날이니, 아쉽지만 ......"
"하지만 클로디아도 가고 싶어!"
"클로디아, 오늘이 은색의 날이니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내. ㅡㅡ엄마, 오늘은 어디로 갈까?"
꽃이 활짝 핀 듯한 미소로 클라우디아와의 대화를 끝낸 리디아는, 천사 같은 미소로 내게 말을 건넸다.
당황하는 나를 뒤로하고, 점점 오후의 일정이 정해진다.
나, 나도 꾸미는 편이 좋으려나 ...... 아니, 이 아이의 옆에 있으면 무슨 옷을 입어도 바래지지 않을까 .......
당황하는 나와 정말 즐거워하는 리디아의 옆에서, 마침내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싫어! 클로디아도 갈색이 좋아! 은색은, 싫어!!!!"
결국 그날은, 나와 리디아, 그리고 클로디아가 모두 갈색 머리로 데이트를 하러 시내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 리디아는 마차 안에서 내게 말했다.
"엄마, 고마워. 좋아하는 엄마랑 함께 데이트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다음에 또 가자!"
그 옆에서는 우리 집의 귀여운 아이돌이, "클라우디아도 갈색인걸 ...... 같은 색이니까 같이 갈 거야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리디아 옆에서, 쫄깃한 뺨이 눈물을 흘리며 떨고 있다.
나는 비로소, 천사 리디아가 소악마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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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남편 리카르도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귀여운 아내와 딸들에게 버려졌다......"
"리, 리카르도."
"그래, 이번엔 나도 머리를 갈색으로 해야."
"이제 그만!?"
나는 초조해하는 남편 리카르도를 필사적으로 말린 후, 오늘의 리디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의외로 남편 리카르도는 태연했다.
"리디아가 소악마 ...... 그럴 수도 있겠지."
"뭐!? 하, 하지만 그렇게나 천사 같았는데 ....... 무슨 징조라도 있었어?"
"......"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리카르도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 후 그는 "리디아는 마리아를 닮았으니까."라고 작게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