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16 마리아의 분노
    2023년 10월 03일 23시 34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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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복도의 그림자 속에서 하얀 은빛의 귀여운 그림자ㅡㅡ리디아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내가 만든 토끼 인형을 안고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내 잘못을 깨달았다.

     내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카라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아무리 봐도 리디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다. 만나게 하려면 리큐어 백작의 판단을 구한 후에 해야지, 이런 식으로 대면하게 한 것은 내 실수다.



     호위병 마크와 프레디에게 붙잡혀 있던 카라는 리디아를 보고 웃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를 연상시키는 그 표정에, 리디아는 움찔 떨었다.



     나는 급히 리디아에게 달려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복도 너머에서 유모 앨리스와 시녀들이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리디아, 놀라게 해서 미안해. 빠져나왔니? 이제 방으로 돌아갈까?"

    "엄마? 하, 하지만, 저 사람 ......"



    "그래, 엄마야! 이 사람은 가짜고, 내가 너를 낳은 진짜 엄마야!"



    "리디아, 듣지 않아도 돼요. 괜찮으니까."



     내가 리디아를 꽉 껴안는 팔에 힘을 주자, 리디아는 내 옷을 꽉 움켜쥐었다.



    "리디아, 이리로 오렴. 진짜 엄마랑 함께 가자!"

    "진짜, 엄마 ......?"

    "그래! 넌 내가 낳은 아이야! 너는 나랑 함께 살아야 해. 여기 있으면 안 돼!"

    "리는, 여기에......"

    "그럴 리가 없어. 여긴 리디아의 집이야. 저 사람 말은 신경 쓰지 마."

    "......! 당신도 리디아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위선자 같은......!"



    "마크, 프레디. 빨리 데려가."

    "......! 예!"

    "알겠습니다, 마님!"



     마크와 프레디는 리디아의 등장에 당황했지만, 나의 재차 지시에 따라 카라를 문 쪽으로 끌고 갔다.

     나는 팔에 안긴 리디아의 몸이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리디아에게서 카라가 보이지 않는 각도로 그녀를 안아주었다.



    "방으로 돌아가자, 리디아. 무서웠지, 미안해."



     나는 리디아의 머리에 키스를 하고서 리디아를 안은 채 어린이방으로 향했다.

     창백한 얼굴로 급히 달려온 유모 앨리스와 시녀들은, 끌려가는 카라에게서 우리가 보이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주었다.



    "엄마...... 엄마 ......"

    "무슨 일이니, 리디아"

    "엄마는 ...... 리가 방해돼? 리는 ...... 없는 게 좋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리디아의 모습에,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그때, 쫓기듯 멀리서 복도 너머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어린애는 귀찮고 번거롭잖아! 내가 잘 써줄 테니 그냥 넘겨! 자기 자식도 귀엽지 않은데, 남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ㅡㅡ"







    "참나, 웃기지 마!! 리디아는 내 아이라고!!!"







     나는 화가 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라는 것은 바로 이런 말이다.



     내 귀여운 리디아가 방해가 된다니 무슨 소리야.

     넌 악마야?



     갑자기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리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인들도 놀라고 있다.

      카라도 그토록 소리를 질렀음에도, 말문이 막혀서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내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리디아는 나의 소중한 딸이야! 진짜 엄마도 가짜 엄마도 모두 나!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어, 이 아이는 영원히 내 사랑스러운 딸이야!"

    "어, 엄마 ......"

    "방해될 리가 없잖아, 리디아가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매일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백작님과 헤어진다 해도 나는 리디아의 엄마야, 네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절대 양보 못해! 자, 어서 가!"





    "...... 헤어지지는, 않을 거지만."





     문득 현관문 너머에서, 익숙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리큐어 백작이 문 밖에 서 있었다. 상당히 무리하게 온 모양인지 머리도, 호흡도 흐트러져 있었다.



     리디아는 "아빠!" 라며 기쁨의 소리를 내었고, 나는 리디아를 안은 채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바닥에 발을 디딘 리디아는 리큐어 백작에게 달려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리큐어 백작은 마크와 프레디에게 양팔을 붙잡힌 카라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카라."

    "아....... 리카르도, 이건 말이지."

    "너와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구나. 그것도 이런 최악의 형태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리큐어 백작의 모습에, 카라는 몸을 덜덜 떨었다.



    "그. 괜찮잖아, 용서해 줘. 난 리디아를 데리러 온 것뿐이야. 그 애가 없는 게 당신도 편하지 않겠어?"

    "과연, 백작영애의 유괴인가. 이건 큰 죄로군."

    "뭐!? 나는 그 아이의 엄마라고!"

    "지금 네게는 그 아이의 양육권이 없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반박당하자 말문이 막힌 카라에게, 리큐어 백작은 계속 말한다.



    "카라 카우언. 아니, 카라 . 넌 이 백작가를 떠났기 때문에 카우언 자작과도 연이 끊긴 상태다. 단순한 평민이며 재물도 없는 네가 그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할 일은 없다."

    "......! 그럼 이제 됐어! 그냥 좀 써먹어 보려고 한 것뿐이니까!"

    "아니, 넌 범죄자다.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

    "뭐!? 아니, 그게 무슨! 나는 당신의 아내였던 여자야!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대하다니, 그런......"

    "데려가라."



     리큐어 백작이 그렇게 말하자, 문 밖에서 경비병이 들어와 백작 저택의 사병에 불과한 마크와 프레디로부터 카라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카라는 여러 가지로 소리를 질렀지만, 순식간에 경비병의 호송마차에 태워져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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