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장 1 프롤로그(2)
    2023년 10월 01일 19시 39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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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근처의 남작가에 시집가기로 되어 있던 나로서는, 위장결혼 후에 자유의 몸이 될 것이 솔직히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 남작가의 남자들, 내 취향이 아니었으니깐. 이 결혼으로 리큐어 백작가에 은혜도 베풀게 되면 남작가에도 이익이 되고, 이혼한 뒤에는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이 결혼, 리큐어 백작은 몰라도 나에게는 이득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들뜬 마음을 갖고 임한 소박한 결혼식, 그리고 첫날밤이 서두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





     그렇게 나는 리큐어 백작의 아내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1년 후에는 떠나야 하는 신세.

     영지 경영이나 집안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간섭하지 않게 되어있다. 야회도 1년에 몇 번 있는 왕실 주최의 것 외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다과회도 면제. 어쨌든 결혼한 사실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시종이나 시녀들도 다 알고 있으며ㅡㅡ그보다, 리큐어 백작의 여성혐오가 너무 심해서 재혼이 계약결혼이라는 것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인지, 어쨌든 리큐어 백작가 저택의 하인들은 모두 나와 리큐어 백작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 정말이지, 홀가분한 일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멋진 정원이네요."

    "어서 옵셔, 마님. 오늘도 정원을 돌볼 생각이여?"

    "그래요. 남작가에 있는 동안에는 밭일도 했었다고요? 흙이 그리워져서."

    "백작부인인 동안에는 밭일은 무리니까. 맞다, 이 화단이라도 관리해 보는 건 어때? 의욕이 있다면 말이지만."

    "그래도 괜찮아? 앗싸! 고마워, 꼭 해보고 싶었어!"



     정원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저런 화단의 배치를 구상한다.

     정원 돌보기가 기뻐서 활짝 웃는 나에게, 정원사는 "전의 마님과는 정반대구만."이라며 실소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마님은 이런 곳에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왜?"

    "평소의 동반자가 없잖아?"

    "아, 그렇네. 하지만 괜찮아,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으앙~!!!!"



     저택의 3층 끝, 창문이 열린 그 방에서 왠지 모르게 격렬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것 봐, 알아챈다니깐."

    "어머, 일찍도 일어났네~"



     나는 정원의 수돗물로 손을 씻은 후, 서둘러 울음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달려갔다.



    "백작부인이 뛰면 안 됩니다~"

    "지금만 용서해 줘~!"



     정원사 아저씨의 지적에 적당히 반박하면서, 나는 3층까지 저택을 뛰어올라 목적의 방에 도착했다.



    "리디아! 무슨 일이니~?"

    "으아앙, 엄마!"

    "네네, 엄마예요~"



     문을 열자, 여섯 살짜리 귀여운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뛰어나왔다.

     하얀 은빛의 찰랑거리는 생머리와 보라색의 동그란 눈동자가 귀여운 이 소녀는, 물론 리큐어 백작의 딸 리디아다.

     울고 있는 그녀를 꼭 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잠에서 깨어나 울부짖는 그녀의 울분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하다.

     그녀의 뒤에서 유모가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왜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

    "미안~ 리가 일어날 줄은 몰랐어. 이렇게나 일찍 일어날 수 있다니, 리는 정말 대단한 아이구나."

    "에헤헤, 리는 대단한 아이야! 뭐든지 할 수 있어!"

    "응응, 대견해~"



     꽉 껴안고서 안아 올리자, 리디아는 큰 소리로 기뻐했다.

     이제 여섯 살이라서, 내 팔로서는 솔직히 꽤 무겁다.

     하지만 리디아가 기뻐하니 애써 안아 올리고 있는 나는, 꽤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리, 아직 졸리지? 아직 여섯 시니까 평소보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일어났네."

    "졸리지 않아."

    "거짓말은 안 돼. 눈이 졸려 보이는걸."

    "엄마도 자?"



     겨우 침대에 데려가 담요를 덮어주었는데도, 리디아는 내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올려다보며 나를 침대에 초대하는 미소녀의 강렬함. 귀엽다. 엄청나게 귀엽다.



    "그럼 엄마도 자볼까?"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그럼 리디아가 엄마가 잘 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

    "리가 나를 재워주는 거니?"

    "그래."

    "그럼 리는 내가 잠들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지켜봐 주는 거지?"

    "맡겨줘!"



     갑작스러운 임무에, 리디아는 가슴을 펴며 눈을 부릅뜬다.

     키득거리며 리디아의 옆에서 눈을 감자, 담요를 덮은 리디아가 열심히 내 상태를 살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엄마, 잤어?"

    "......"

    "엄마, 잤어? 잤어?"

    "......"

    "...... 엄마."

    "......"

    "......"

    "...... 리?"

    "......"



     벌써 자고 있어!

     마티니 남작령의 고아원 아이들을 볼 때도 생각했지만, 아이는 잠이 빠르지 않아!?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리디아.

     뽀송뽀송한 뺨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흔들며,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다.

     나는 그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ㅡㅡ사실 나는, 이 리디아하고도 한 해 동안만 계약이 맺어지는 계약 모녀의 관계다.





     하지만 리디아는 아직 여섯 살이다. 게다가 처음 보는 엄마 때문에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하다.



     나중에 엄마의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앞날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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