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42――(3)
    2023년 09월 30일 21시 52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이 일자무식한 세계, 무력과 용맹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장래의 진로로 마법사를 선택하는 자는 소수다. 그렇게 되면 우선 머릿수가 부족해진다. 게다가 마법사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하려면 돈이 든다. 돈을 가진 사람은 왕이나 귀족이다. 그런 왕과 귀족에게 '신'은 마법보다 무예를 요구했다. 점점 더 마법사를 선택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

     내가 무식한 세계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중세적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아마도 백 년 단위의 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마법이 쇠퇴시키려는 누군가의 의도가 작용했을 거라는 가설이 성립한다.



     "한꺼번에 모두 사라지면 반대로 의심하는 사람들도 생길 겁니다. 하지만 서서히 잊히는 형태로 공격 마법 자체가 쇠퇴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정상이라고 믿게 되고, 동시에 마왕에게는 두려운 것이 하나 사라지게 됩니다."

     "적이 무력한 것이 더 고맙다는 말인가."

     "손쉬운 적일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이 세계는 묘하게 이치에 안 맞는다. 근대적인 부분도 있고 중세에서 정체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마법의 무구 등도 그렇고, 보석 세공 기술 등은 왠지 모르게 근대 수준을 넘어서는 것까지 있기 때문이다.

     고대 왕국 시대에서 그런 부분만 발전했냐고 묻는다면, 문명적, 문화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전쟁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건축학이나 탄도학에 필요한 수학, 물류 효율화에 필요한 경제학,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남기기 위한 제지 기술이나 인쇄술 등 고대 문명 시대에 있었을 법한 부분들이 퇴보한 것이 누군가의 의도적인 결과였다면.

     적어도 보석을 프린세스 컷(square modified)으로 연마하는 기술은 전장에서 별 의미가 없다. 반면, 인쇄술이 남아 있었다면 명령서를 작성해 모든 부대에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대 왕국에서 현재 사회에 퍼져 있지 않은 지식은 마군과의 전쟁에서 유효성이 높은 지식이 너무 많다.



     세상이 무식한 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왕에게 유리해진다. 그것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솔직한 견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도, 무예가 가장 평가받는 세상에서 태어날 때부터 살아왔다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식의 전승과 계승이라는 생각 자체가 경시되는 듯한 인상이 있는데, 의외로 이것이야말로 마왕의 본래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선대 마왕을 쓰러뜨린 시대에 있었을 집단 마법 운용에 대한 지식은 이미 잊힌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이전에 경이 상상했던 마왕의 인상과는 조금 다르군."

     "음모에 능한 인물이 꼭 전장의 명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의문도 일리가 있습니다."



     마왕 자체도 마초적인 면이 있다고 상상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전선 지휘관으로서 뛰어나다고 해서 꼭 참모로서의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작전 수립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전에서 별로였던 장군도 전생의 역사에 꽤나 많이 있다.

      간혹 계획 단계부터 엉망진창이고 실전에서도 처참하게 패배한 구제불능의 녀석도 있긴 하지만. 부모가 귀족이니까 자식도 귀족이 되는 혈통지상주의라면 그럴 위험성도 크고.



     "그러니까 경은 마왕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가."

     "예."



     전생의 게임에서도 자주 있었지, 보스를 쓰러뜨리면 진정한 라스트보스가 나오는 식으로. 오히려 국룰이 되어버린 경향까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생의 지식이라는 토대가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언급하는 거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런 결론에 도달했으니 정말 대단해.

     마젤이 주인공인 게임에서는 그런 스토리가 아니었겠지만, 이미 게임에는 나오지 않은 존재로 안하임에서 마군 게자리우스를 만났다. 오히려 이 '닮지만 다른' 녀석이 가장 골치 아픈데, 자칫하면 의식적으로 아는 지식에 끌려갈 수 있다. 조심해야겠어.



     "그럼 경은 그 마왕과 다른 존재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왕세자 전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목소리를 숨기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 눈빛은 무섭기 때문에 제발 좀 봐주세요. 아마 상상은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뭐, 그다지 남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가설인 것은 틀림없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작게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마왕의 검을 소지한 채 사라진 선대 용사 옐크 라이제강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왕과 싸웠던 그라면 마왕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