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42――(2)
    2023년 09월 30일 21시 51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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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구나. 잘 생각해 보면 공주인 라우라의 자식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저렇게 말하면 단순히 높은 지위뿐만 아니라 무언가 뒷배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그 신탁을 라우라 본인은 모른다는 점에서 의심스러움을 느낀다. 그 신탁을 라우라 본인의 입을 통해 상담받았다면 왕실 측도 처음부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왕위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확실히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가문의 약혼자를 정해 놓는다든가.



     "사실 그 신탁을 들은 직후에는 라우라를 왕실과 결별하게 하고 신전 소속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다."

     "레페 같은 인물이 대신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왕실에 남겨둔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 것 같군요."

     "우연이었긴 하지만."



     왕태자 전하가 이례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국가와 신전의 권력관계 및 파워 밸런스 등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진짜 신은 그렇게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경의 상상이 맞다면, 마족은 오랜 기간 동안 인간 속에 파고들었던 것 같군."

     "예. 아마 선대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렸을 때부터였을 겁니다."



     선대 용사는 마왕이 잠든 검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들어 있었던 것일까. 자는 척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잠들었다고 믿게 하여 뒤에서 인류를 약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왜 마왕이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아마도, 하나는 사그와 같은 무리를 만들기 위해서일 겁니다."

     "신탁을 믿고 있으면, 이길 수 없다는 신탁을 믿자마자 도망치는 자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인가?"

     "다른 하나는 마왕이 쓰러졌다면서 위기감을 잃어버린 세계로 유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나의 이상한 대사에 역시 왕태자 전하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그건 모르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겠지. 내 게임 지식으로 이 세계의 마법에 시스템과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나 자신이 왕도 방어전 직전에 실감하고 있다. 최하급 회복 마법이라도 중첩되면 중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결과를 말이다.



     "마법을 예로 들자면, 무기를 이용한 공격은 상대의 가죽 등이 견고한 경우 상처를 입힐 수 없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가장 약한 마법이라도 최소한의 피해는 입힐 수 있습니다. 이는 우베 옹한테서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그렇다. 가장 약한 공격 마법이라도 상대가 마법 무효화 같은 것이 아니라면 시스템상 최소한의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즉, 레벨 1의 전사인 경우 보스한테는 절대 대미지를 줄 수 없지만, 레벨1의 마법사는 대미지를 입힐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 있다.

     선제공격을 받으면 확실히 먼저 쓰러질 것이고, 1,2의 피해로 수천수만에 달하는 보스의 HP를 소진시킬 수 있을지는 별개지만, 대미지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라스트보스에게도 효과가 있는 셈이다.



     "마왕의 입장에서, 자신의 방어만 굳히면 설령 수만 명의 기사가 있어도 시간은 걸리지만 절대 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만 명의 마법사의 마법 공격을 계속 받다 보면 쓰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법사가 많으면 마법의 위력이 감소하는 것 아니었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만, 아시다시피 그 정보조차도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 한편, 숫자에 압도당해 자신이 쓰러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것이 마왕의 본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려고 한다. 소지한 마력의 문제가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마법사의 수가 충분하다면 뭔가 허점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법사의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탁상공론이 되고 만다.



     "...... 마법에 대한 운용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예전부터 신전은 왕이나 귀족에게 신분에 걸맞은 소양으로서 육체적 힘을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백성을 지키고 마물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하니까."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왕태자 전하의 표정은 점점 더 진지해졌다. 그것이 굳이 마법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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