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 비석 양
    2021년 01월 13일 04시 46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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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31/




     

     미라와 유쾌한 동료들 (가칭) 에 리발을 더한 후 벌써 6일. 마지막 한 사람을 찾을 기한은 오늘만 남았다.

     그 후 그는 미라에게 엄격한 훈련을 받아서, 매일 죽음 직전까지 내몰리며 연계와 개개인의 능력 증강을 도모하고 있다.

     처음 포울과 리발이 왔을 땐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와 가까워져서 들떠했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미간을 찌푸리게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그녀의 훈련은 몸 이상으로 마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네놈, 그런데도 기사라고 할 셈이냐. 땅을 기어다니는 꼬락서니 하고는. 잘도 대단하다는 듯이 기사를 자칭하고 있구나. 나라의 도움도 안 될 테니 지금 여기서 죽어도 된다고."

     "빨리 걸어 나약한 일반인. 누가 멈춰도 된다고 말했나. 네놈이 멈춰도 되는 건 내가 허가하거나 죽을 때 뿐이다."

     "첫타가 느려. 검격도 파리가 멈춘 것 같구만. 이격도 늦고 공격이 단순. 지금까지 뭘 배운 거냐. 쓰레기같은 나약한 이유는 네놈의 교도관이 나빴거나 네놈이 쓰레기 이하라는 것 둘 중 하나겠구나."

     "일격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할 거면 중갑기사 따위 그만둬버려. 다시 카카시에게 입히는 편이 낫겠다.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비참하다는 생각도 안 들어."


     이거이거, 몇 번 이나 죽는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은 이것에 익숙해져서 잘 따라가는 벨트로이가 얼마나 맞고 날아갔던 건지 이해했을까.


     "너, 대단하네."

     "뭐, 뭐야 갑자기 기분 나쁘게."


     훈련장의 흙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는 리발이 간신히 입에 담은 말은 그것이었다.

     오늘은 최종훈련인데도 가차없이 힘든 훈련을 받아서, 언제나처럼 생사의 기로를 방황하기 전까지 내몰렸다

     그녀의 훈련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다만 너무 힘들어서 성장이 실감되지 않는 게 단점일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한 사람은 발견했냐....."


     포울도 쥐어짜듯이 목소리를 내었다. 그도 리발과 마찬가지로 지면과 맞닿아 있다.

     유일하게 쌩쌩한 벨트로이는 매일 훈련이 끝날 때마다 귀족으로 편성된 부대를 보러 다니며 후보를 찾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원하는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최종일인데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해서, 곤란한 듯 고개를 긁적였다.


     "그게 좋은 녀석이 없단 말야. 어느 녀석도 너무 약해."

     "그럴 리가 없잖아. 귀족은 일단 우리들보다 빠르고, 기사의 훈련도 받았는데?"

     "귀족들은 기본기사라는 것에 흥미가 없다고. 어느 녀석이나 가계를 이을 권리가 없는 도련님들 뿐. 그런 주제에 공적만은 원하니 더욱 질이 나빠."


     포울의 의문에 전 귀족의 리발이 대답했다.


     "그 중엔 진지한 녀석도 있겠지만 어지간히도 없어. 맨 먼저 집안이 곤궁한 건지 의심될 정도로 없다고."

     "잘도 기사가 되었구만. 걱정되네."

     "따로 갈 곳이 없다는 이유도 있고, 공적을 올리고 싶어서 그러는 점도 있지. 하지만 귀족은 죽으면 여러 문제가 되니까 적당히 지휘관으로 올려놓잖아. 악순환이라고, 덕분에 전력증강을 원하고 있는데도 좀 그리 되고 있지 않아."


     그런 녀석들에게 지휘받으며 싸운다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타국과 비교하면 리페리스의 기사가 약한 이유다' 라고 리발은 덧붙였다.

     

     "마지막 한 명이 난관이구나. 리발, 누구 괜찮은 녀석 몰라?"

     

     벨트로이는 여자아이를 소개시켜 달라는 듯한 가벼운 어조로 최후의 기대주인 리발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에는 험악했지만, 현재는 미라에 의한 지옥을 같이 기어오르는 동지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꽤 개선되었다.

     볼을 흙바닥에 댄 자세인 채로 말하던 리발은 몸을 뒤집어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서 상체를 일으켰다.


     "없는 건 아니지만 어려울걸?"

     "누군데."

     "마리안느프랑루쥬. 들어본 적 없어?"

     

     그 이름에 걸리는 부분이 없었는지, 벨트로이가 고개를 갸웃하였다.


     "아, 난 알고 있어. 마술사인데 중갑기사라고 소란이 있었던 동기 녀석아냐?"

     "정답. 미즈짐스톤(비석 양) 이라고 불리는 흙계통의 원소마술사면서 중갑기사로서의 기량도 인정받은 매직나이트. 그녀는 귀족이면서 강하다고."


     큰 방패로 정면을 막으며, 사방에서 마술로 공격하고, 정면에서 무기로 압박한다. 철벽을 자랑하는 중갑기사가 마술을 다룬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두렵다.

     

     "그래서, 그 비석 양은 권유하면 와줄 것 같아?"

     "글쎄. 미스마리안느는 자존심이 높다고 유명하다. 요즘 시대에 드물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진지하게 실천하는 사람으로 평민의 신망도 두텁지만, 어디까지나 평민을 구하는 게 목적이라서 평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싫어하지. 그리고 그보다도 문제가 있어."

     "뭔데."


     거드름 피우는 말투에 약간 짜증난 벨트로이는, 비틀거리며 일어선 리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ㅡㅡ미라 양과 사이가 안 좋다."

     "앗, 최악이다."


     무심코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하필이면 그녀였다.

     리발에 의하면, 미라는 귀족이기는 하지만 자신은 기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영지에 관심이 없고 사교에도 흥미가 없다. 아버지의 지시로 가끔 하고 있을 뿐이다.

     마리안느는 그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어찌 되었든 공작가의 딸이니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뭐, 미라가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성격을 보면 상상이 된다.


     "안되겠잖아."


     평민과 같이 싸우는 게 싫다. 미라사이파가 싫다. 좋게 봐줄 곳이 없는데 들어와 줄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후보로 눈에 띄는 것은 한 명. 하지만 그 한 명의 허들이 높다. 출발이 내일로 다가온 현재 상황으로는, 여러 목표로 넓히는 것도 어려우니 역시 마리안느를 끌어들이는 것에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미라 교도관에게 말해볼까."

     "그렇군.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지."


     솔직히 이 멤버만으로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그 점부터 의견을 구하자고 결정한 벨트로이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원정을 눈앞에 두고, 정말 기분이 우울해지는 임무였다.





     3명의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트레스 발산을 끝낸 미라는 교도관실로 돌아가서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보통은 그녀 이외에 21명이 안에 있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겨우 4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앞가슴의 단추를 풀고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보고 있는 서류는 내일부터의 활동예정표다. 대략적인 내용이지만 이후 행동에 대해 쓰여져 있다.

     먼저 내일 이른 아침에 왕도를 떠나서, 약 3일 걸려서 신도에 들어간다 기사단은 그대로 신전에서 회견을 하고, 미라 일행은 마을을 탐색한다. 그 사이에 아마 공국이 움직일 거라고 예상되고 있으니, 동시에 신도한테도 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걸 요격. 그 후에 왕도로 복귀하기로 되어있다.

     다만, 전투 이외의 경우에 떠오르는 문제는, 신도에 갔을 때 기억을 조작 당할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신도 안에서의 행동이 제한되지 않을까의 두 부분이다.

     전자의 대책으로 일단 바레일오더가 만든 대마술의 부적을 지참하고 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은 약간 불안했지만, 어느 정도의 효력은 발휘해줄 것이다.

     문제는 신도 안이다. 스파이가 기억조작 당하냐의 여부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점이 의문이었다.

     여러 차례 스파이를 보냈었는데, 제 2 진 이후엔 신도에 펼쳐진 마술의 설명도 해놓았었다. 그러니 메모를 써서 숨기거나 하면 방지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무의식 중에 신도 내의 정보를 외부로 들고 나가려는 의식이 들지 않게 하는 마술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로 성가시겠구나."


     뭔가 다른 타개책이 없을까 하고 머리 뒤로 손을 깍지끼고 의자에 기대고 있던 미라였는데, 등 뒤에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거꾸로 된 시야에 비춰진 것은 작은 몸집과 정숙한 분위기를 내는, 금발벽안의 소녀.

     미라의 입가가, 약간 들어올려졌다.


     "왔나, 비석녀."


     빈정이 가득 섞인 말에, 소녀 마리안느프란루쥬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노려보았다. 다만 가짜 미소는 냉담했고, 어느 사이엔가 교도관실에는 사람이 사라져 있었다.


     "네, 거절을 말하기 위해 왔어요."


     노려보는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고 할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혐오를 드러내는 마리안느의 모습에 미라는 점점 깊은 미소를 띄웠다.

     

     "그럼에도 귀족인가? 백성의 위기가 닥쳐왔으니 손을 빌려줘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귀족을 논하다니요. 그리고 백성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면 원정 따위에 가담하지 않고 본대에 참가하겠어요."


     뾰로통한 태도를 상관에게 드러내다니, 원래는 질타해야 하겠지만, 미라는 그런 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마리안느를 부추겼다.


     "신도의 백성은 네놈의 비호 아래에 있는 백성과는 다르다는 뜻인가?"

     "네, 달라요. 제가 지키는 건 왕국의 백성이며 왕국의 권위. 신도 따윈 몰라요. 공국에 손을 빌려줬는지 공국이 점령한 건지는 아무래도 좋고, 그렇게 된 일 자체가 이미 구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에요."


     딱 잘라 말하고, 팔짱을 끼고서 얼굴을 돌린다. 청순한 아가씨를 연상시키는 외모이지만 내면은 가열차다. 조용한 척 하지만 않았다면 미라와 좋은 승부가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여전한 마리안느를 놀리는 듯한 눈을 한 미라는, 휙 상체를 되돌리고 일어서서 마리안느를 정면에서 내려다 봤다. 키가 낮은 마리안느는 그 키 차이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이 내가 네놈의 손을 빌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냥 숫자 채우기와 보험이잖아요.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잘도 알았구나."

     "정말로 당신은....."

     "딱히 신경쓰지 마. 네놈은 본대에 참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무리다. 마리안느가 원정에 참가한다고 내가 위에 전해놓았으니까!"


     하, 하고 코웃음 치며 가슴을 펴는 미라. 괴롭힘에 가까운 방해를 이미 해두었다.

     마리안느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뭐, 나에게 협력하는 것 이외에 네놈의 길은 없다고. 아니면 뭐냐. 그냥 느긋하게 숙소에서 잠자는 편이 좋았나? 참가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된다 해도 어쩔 수 없겠구만."


     실실 웃으며 심술궂은 표정을 지은 미라였지만, 기분이 상한 것 치고는 달려들지 않는 마리안느의 모습에 문득 의문을 품었다.

     

     "ㅡㅡ그래도, 당신에게 손을 빌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하나 확신했다. 확신하고 있으면서, 일부러 물어봤다.


     "그건 또 어째서지?"

     "묻지 않아도 알고 있겠죠. 위라는 건 기사단장, 이라기 보다 나라의 상층부인가요. 이 작전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요? 공국을 토벌한다고 말하는 건 확정이겠지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조잡하네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럴 리가 없다고 반론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라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하단 말이에요. 신도로 보낼 병력은 겨우 4개 소대. 신도에서 적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적네요. 진심으로 제 3자의 개입을 경계한다면 애초에 원정을 나서는 것조차 이상한 이야기. 그럴 거면 예비전력으로 취급해서 상주시키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신도의 신성기사는 총 2300명은 있었지요? 겨우 120명이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신도 주위에서 포위 당하고, 그 안에서 질질 끌다가 죽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마리안느의 주장은 그럴 듯 하다. 개입을 두려워한다고 해도, 신도를 얕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편성이다. 아무리 미라가 강하다고는 해도 수에서 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무위 따윈 그렇다 할 가치가 없었고, 발을 묶어둘 수 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진다."


     그렇다. 신도가 공국에 점령당했다고 한다면 왕국의 패배는 유력하다.

     그 정도로 신도는 중요한 것이다.

     

     "원로원의 은퇴는 바보같은 일이었지만, 사실 입소문으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건 신도가 공국에 가담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신도의 완전한 독립도 걱정하고 있지. 정면에서의 싸움은 우리가 유리하지만, 양면이 되어버리면 우리가 힘들다. 노인네들이 일부러 흘렸을지도 모르고 사실일지도 몰라.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병사를 어떻게 움직일지 확실해지지 않는단 말이다."

     "그래도 신도가 개입해온다고 짐작하고 있는 거네요."

     "뭐, 그렇지. 왕국에 손을 빌려주는 것 만은 상상이 안돼."


     일단 중앙대륙에선 제일 번영한 건 리페리스 왕국이지만, 공국에 의존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거기다 내전에서 이겨온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병사의 훈련도가 낮다.

     이런 나라에 가담하는 것 보다, 오랜 교류와 커넥션이 있는 공국에 붙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순순히 신도 쪽으로 병력을 내어준다면 좋지 않은가요. 이런 에두르는 방법을 취하지 말고요. 그렇게 한다면 신도에서 공국으로 증원을 보내는 것도 막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병사를 반으로 나누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거잖아. 바보냐 네놈은. 맨 먼저 공국을 쳐부수지 않으면 질질 끌게 되어버려. 신도의 발을 묶을 수 있을 전력 정도로 유지해두고 싶은 거라고. 신도가 보유한 신성기사가 2300명만 있는지 어떤지, 공국의 지원이 있는 건지, 그걸 조사하는 게 최우선이다. 아직 공국이 움직이는 기색은 없으니 그 유예를 정찰로 돌리는 거다."

     "하지만."

     "하지만 또 뭐가 있다고! 들어오는 정보는 전부 다 공국의 것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나? 이렇게까지 정보를 차단당하면 위험하단 말이다! 그럴 여유가 이 나라에 있다고 이해하는 거냐 귀족님은! 입으론 말하지 못하지만 공국 주변의 녀석들이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물러서지 않는 마리안느에게 격하게 화냈다.

     이 나라는 힘으로 대국에 올라선 것이 아니다. 그런 약점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힘빠진 것처럼 마리안느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난폭하게 의자에 고쳐 앉은 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자를 보내는 건 일단 명목이 돼. 하지만 버리는 말이 될 거라는 건 부정하지 않아. 난 동료를 죽게 내버려두며 귀환하는 게 내 역할이다. 그걸 이루지 못하는 한, 왕국의 승리는 보이지 않아."


     그것이 이번 작전의 실태다. 미라의 부대가 원정군과 별동데로 구성된 것은 그게 이유였다. 연계는 일절 없다. 서로가 서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 생존률은, 원정군 쪽은 0에 가까웠다.


     ".......안타깝네요."


     단정한 얼굴을 꾸욱 일그러트리며 혐오감을 나타내는 마리안느였지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 안에서 부정하고 있던 생각을 정면에서 말해버리면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스톤・두에는 아까워. 아깝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원정군에 의구심이 향해버려. 아무리 거짓이어도 진짜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안되니까."


     정도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기사란. 귀족이란.

     하지만 비정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전쟁이란.


     "청렴결백하게 있을 정도로 우리들은 강하지 않다. 취약하고 빈약하고 나약.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어요. 당신도. 당신과 같이 가기를 선택하려 하는 저도.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그게 싸움이다."


     무정.

     다리를 꼬며 잘난 자세를 짓는 미라와, 왼손과 오른팔을 꽉 쥐는 마리안느 사이에, 답답한 생각이 휘몰아쳤다.


     최후의 한 명이, 결정되었다.





     그 광경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두 눈이 있었다.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두 눈, 삼각형의 귀, 나뭇가지 위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 눈동자의 안에는, 똑같은 무지개색의 눈동자를 가진 거대하고 하얀 곱슬마디가 유쾌하게 바라보고 있다.


     "흐음~. 아직 먀들의 일은 모르는 구냐. 뭐, 류 씨가 제대로 기억방해와 행동방해의 광역마술을 걸었으니 당연하다고 한다면 당연하다냐."


     흥흥 하며 콧노래를 부르는 곱슬마디가 느릿하게 그 거체를 일으키고, 주변에 시중드는 고양이를 한 번 봤다.


     "뭐, 단순한 고양이가 먀의 권속이었다고는 눈치챌 수 없을 테니 그것도 또한 당연하다냐. 바로니아 무쌍 상태! 훌륭하다냐!"


     그렇게 외치고 짧은 앞다리를 하늘로 뻗자, 어두운 숲 속에서 고양이들의 합창이 들려왔다. 냐냐하고 커다란 울음소리로, 왕을,  국가를 찬양하는 목소리는, 먀르코가 손을 내리자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녀석들이다냐."


     시선의 끝에는 아직 미라와 마리안느가 비춰지고 있었고, 그녀들, 아니, 미라를 주목하고 있었다.



     용자. 영웅.

     그렇게 불리는 존재는 전의 토지에서도 존재하였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였다.

     게임 아포카리스페에서는, 플레이어가 마물의 주인으로서 참가하고 있지만 그 스토리에선 인간이 주역이었다.

     한번 마왕군에게 유린당했지만 영웅과 용자의 활약에 의해 평온을 되찾았고, 플레이어는 다시금 인간계를 유린하기 위해 마물을 복종시킨다, 라는 스토리. 다시 말해, 플레이어는 인간의 적으로 플레이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기초가 되어있는 이상, 그야말로 만화나 애니메이션같은 대 역전극 등도 일어나는 구성이다. 그 기점이 용자와 영웅이라는, 인간 중에서도 초월적인 존재였다.

     카론의 시점에서 말한다면, 용자는 자신과 파티에 대한 역경보정, 레벨차보정, 항상태이상보정, 능력치보정이 탑재되었고, 거기다 보정의 배율도 엄청나다. 같은 레벨의 용자 일행과 단장 진영을 맞붙게 한다면, 최저 두 마리를 싸우게 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을 자랑한다.

     반면 영웅은 이끄는 군대에 주는 능력치보정이 강력하다. 같은 수 같은 레벨의 전투에선 부딪히는 것 만으론 이길 수 없다.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온갖 수단을 구사하지 않으면 야금야금 갉아먹혀서 패배하고 만다.


     "싫다냐. 용자는."


     이 게임밸런스가 처음에는 호평이었지만, 저레벨의 군이 5레벨 높을 뿐인 용자에게 유린당하거나 영웅이 이끄는 군에게 멸망당하게 되는 등, 태연하게 초월자가 횡행하는 탓에 눈물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촉발되었다.

     카론도 그걸 경험한 적이 있어서, 이 세계에서도 꽤 경계하고 있다. 입과 얼굴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왕국의 군사력을 조사시킬 때에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냐. 역시 순혈이 아니라 그런 걸까냐. 전의 세계에선 용자는 용자였고 영웅은 영웅이었으니."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용자란 직계가 계승하는 것으로, 많은 능력이 분배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용자를 자칭하는 자들은 누구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용자로서 각성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용자의 피가 힘을 부여해주고 있다. 그것도 옅게.

     마물들이 싸우길 두려워하던 존재하고는 비슷해도 비슷하지 않았고, 열화품 정도로만 생각되었다.

     일으킨 몸을 다시 거목의 그루터기 위에 드러누운 먀르코는 눈을 계속 깜빡였다. 그 때마다 티비의 채널을 바꾸듯이, 비춰지는 영상이 전환되어서 미라와 동행하는 멤버나 훈련에 임하는 기사들을 비추었다.

     보면 볼수록 강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없지만, 전장에서 각성할 가능성은 있다. 용자의 피가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건지는 불명이지만, 조심해둬서 손해는 안볼 것이다. 


     "뭐, 조금은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다냐."


     재미있으면 된다. 강적이 태어난다면 군은 기뻐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의 번영과 확대를 축하한다. 적어도 전선에 나서서 수급을 원하는 녀석들에겐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 어느 쪽으로 진행되어도 목숨을 베팅할만한 이유였으니까.


     "결국 모두 투쟁본능 덩어리라는 거지. 그래, 그래, 모두 그렇게 가르침 받아왔지, 그래."


     이번에 일어날 싸움을 카론이 어떻게 지휘할 건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과의 공존을 원한다면 마구잡이로 섬멸시키진 않을 것이다.

     미소지으며 오른손을 내밀고, 왼손으로 찔러 죽이는 정도는 할 거라고 먀르코는 짐작하고 있지만, 과연 맞을지 어떨지.

     어쨌든, 재미있는 일도 성가신 일도 전부 카론에게 전하는 전하는 게 먀르코의 역할. 부하인 고양이에게 명하여 성으로 달려가게 한 후, 다시 즐거워질 것 같다며 냐냐 거리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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