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0화 종이부채 전사 루시아나(2)
    2023년 09월 24일 19시 54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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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이곳의 불빛은 멜로디가 켜놓은 '루체'만이 유일한 불빛이다. 지구처럼 가로등이 균등하게 늘어선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지금은 한밤중이다. 다른 집의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차로 달리고 있을 때는 마부의 지향성의 빛마법으로 앞이 보였지만, 기절해 버린 지금은 조금 떨어진 하이더울프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 제가 할게요. [루체]"



     멜로디를 둘러싸는 것처럼 하나하나씩 '루체'가 생겨난다. 이윽고 열 개의 '루체'가 발생했고, 그것들이 공중에 떠올라 멜로디와 늑대를 둘러싸듯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거면 보이겠죠?"



    "이건 정말 대단해. 세실리아 양은 정말 뛰어난 마법사군요."



    "네?"



    "초급이기는 하지만 마법을 열 개나 동시에 발동할 수 있다니. 학생이 아닌 게 아까울 정도입니다"



    (뭐어어? 이것도 안 되는 거였어?)



     솔직히, 멜로디는 '루체'를 백 개든 이백 개든 여유롭게 동시 발동할 수 있다. 설마 고작 열 개 정도만 했는데 칭찬을 받을 줄은 몰랐다.



    "치, 칭찬해 주셔서 영광이에요......"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멜로디였다.



    "아무튼, 이걸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예. 하이더울프는 어둠 속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밤의 사냥개지요. 숨을 수 없는 전장은 곧 그들의 장점을 빼앗아가는 것. 조금 유리해졌습니다 ...... 공격이 성공한다면 말이지만."



    "...... 그건 시도해 볼 수밖에 없겠죠."



     류크와 맥스웰이 검을 들고, 렉트는 가라데처럼 자세를 취했다.



    "두 분은 마차 안으로. 안심하세요. 절대 이곳을 통과하지 않을 테니까요."



     안심시키려는지 맥스웰이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이런 곤경에 처한 루시아나에게 그런 미소는 통하지 않았다.



    "거절하겠어요."



    "예?"



     루시아나가 앞으로 나섰다. 부채를 꺼내어 마력을 흘리며 손목을 휘두르자, 부채는 종이부채(하리센)로 변했다.



    "음? ...... 뭡니까, 그건.......?"



    "저의 무기. 종이부채랍니다!"



     루시아나가 종이부채를 휘두른다. 기분 좋은 "팡!" 하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종이부채? ......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 여자를 싸우게 할 수는 없습니다. 물러나세요."



     하지만 루시아나는 눈을 가늘게 하며 맥스웰을 째려보았다.



    "마음만은 받아둘게요. 불만은 전투가 끝난 뒤에 듣도록 하겠어요. 아, 세실리아 씨는 빛의 마법을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으니 마차로 물러나주세요. 당신의 마법이 끊어지면 큰일나니까요."



    "네!? 루, 루시아나 님! 저도 함께ㅡㅡ"



     반박하려는 멜로디를 향해 루시아나는 귓속말을 했다.



    "너는 후방에서 전투를 관찰하면서 어떻게든 타개책을 생각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이 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부탁해, 멜로디."



    "...... 알겠습니다. 아가씨의 드레스에는 보호의 마법이 걸려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심하세요."



    "고마워! 다녀올게!"



     루시아나는 멜로디를 마차에 남겨두고서 맥스웰 일행에게로 달려갔다.



    "루시아나 양, 나는 당신의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는데요."



    "맥스웰 님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답니다. 이곳은 저의 전장인걸요."



     루시아나의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맥스웰은 허를 찔렸다. 그리고 그 틈을 알아차렸는지,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의 하이더울프가 맥스웰을 향해 달려들었다.

     맥스웰은 당황하여 검을 들었지만, 그보다 먼저 루시아나가 한 발짝 앞서 나갔다.



    "꼭 저를 전장에서 쫓아내고 싶다면, 저보다 더 빨리 마물을 쓰러뜨려 주시던가요."





     그리고 루시아나는ㅡㅡ춤을 추었다.





     멜로디가 전수한 댄스의 스텝을 활용한 보행술. 마왕 가름과의 전투에서 각성한 루시아나는, 가볍고 날렵한 스텝으로 하이더울프의 측면을 포착했다.



    "적당히 좀, 해에에에에!"



    "캐에에에에에에에엥!?"



     늑대의 옆구리에 '팡~!' 하고 종이부채가 저스트 히트. 테니스의 백핸드 스윙처럼 휘두른 하리센에 의해, 하이더울프는 비명을 지르며 도로 가장자리로 날아가 버린다.



    "뭣?"



    "캥?"



     이를 처음 본 렉토와 맥스웰, 그리고 네 마리의 하이더울프에게서 의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채에 얻어맞은 하이더울프는 별다른 부상은 없어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통증과 충격으로 인해 길가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 다음엔 누구를 때려눕혀줄까! 죽고 싶은 놈부터 앞으로 나와!"



    "정말, 루시아나 님은 어디서 그런 말투를 배우셨나요!"



     당황하는 일행의 뒤쪽에서, 엉뚱한 투덜거림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금발의 미소녀에게 전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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