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제국의『저주』에 대하여 2
    2023년 09월 20일 21시 40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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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다음 날 아침, 나는 매우 상쾌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웃는 얼굴로 식당에 가서 펠릭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펠릭스는, 아침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미모라서 정말 눈부시다.



    "잘 주무셨어요?"

    "네, 잘 잤어요. 덕분에요."



    (이렇게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게 언제였을까? 아마 전생 이후 처음이 아닐까?)



     잘 먹고 침대에서 충분히 잠을 자고, 깨끗한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곳에 온 지 하루 만에 벌써 이곳 생활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물에서 찬물로 세수만 하던 생활과는 달리, 하녀들이 정성스럽게 몸단장을 해주었다.



     황후라는 신분 때문인지 드레스와 액세서리도 모두 최고급품이다. 대성녀 시절에도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물건들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티아나 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마치 여신님 같아요 ......!]



     민트색 드레스에 맞춰, 같은 색의 리본으로 땋은 머리를 묶었다. 메이드들이 너무 과하게 칭찬하는 바람에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얼굴이었구나. 초라한 모습으로 있었던 것이 아까워)



     이거라면 장식용의 황후나 성녀라 해도, 조금은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기분이다.



    "편안히 지내고 있다 하니 다행입니다."

    "네, 감사해요."



     가끔씩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펠릭스와 함께 호화로운 아침식사를 먹는다. 언제 그 이야기를 꺼낼까 고민하고 있자, 어째선지 하인들이 일제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되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펠릭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에서 제국으로 가는 길에 당신을 공격한 자들은, 파론 왕국 측이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죄송해요."



     그리고 던져진 질문을 듣자, 하인들을 물러나게 한 것도 납득이 간다고 생각하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이상한 거짓말을 해서 왕국 사람인 나까지 의심받으면 곤란하다.



     그 이후에도 그날의 일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질문받았다.



     펠릭스도 내가 완전히 버림받았으며, 제국을 협박하는 재료로 간주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내내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며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당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저에 대해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량이 아주 적을 뿐이지 마법은 쓸 수 있어요."


     일단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잡부로서 성녀들의 로드를 닦는다든지, 장난치는 정도의 마법 정도는 쓸 줄 알았다.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괜찮아요."



     직설적인 질문에 내심 당황했지만, 내가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펠릭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미 어제 이 결혼에 대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모든 계약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고 도장을 찍은 것이다.



    (약간의 마법을 쓸 수 있다 해도, 펠릭스는 나에게 계약서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약속인걸)



     그래서 그에게 '관계없는 일'에 대해 말하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그래도 내 방식대로 행동할 생각이라고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나는 곧바로 부탁을 하기로 했다.



    "이 나라의 '저주'에 대해 알고 싶으니,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어요?" 성녀이면서 황후가 될 제가 무식하면 부끄러움을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잠시 놀란 듯이 눈을 깜빡였지만,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 알겠습니다, 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습니다.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돌려보내지 않겠지만요."



    (어머, 말투가 왜 저래! 그렇게까지 심한 상태일까?)



    "그 나라에는 부탁받아도 돌아가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그렇군요. 아침 식사를 마치면, 내 측근인 바이런에게 안내를 맡기겠습니다. 방에서 기다리세요."

    "네, 고마워요."



     그 후 앞으로의 스케줄을 듣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펠릭스는 잘 자고 있는 걸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청나게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나도 첫 한 달만큼은 한가하지 않다.



     당장 내일부터는 혼례복의 재단이 시작된다. 2주 뒤에는 나의 공개를 위한 무도회가 열릴 것 같아서, 제국의 예절에 대해서도 최소한 배워야 한다.



     이것들에 대해서도 계약서에 제대로 적혀 있으며, 나도 동의했다. 펠릭스는 무서울 정도로 꼼꼼하다.



    (나는 원래 이 나라의 백작영애였고, 대성녀로서도 사교계나 의식에 참석했으니 문제없을 거야)



     이쪽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디저트인 과일을 먹고 있을 때였다.



    (아, 지금이 딱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떠올린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서 펠릭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부가 되었는데도 우리 둘만 있을 일이 전혀 없으니,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면서 입을 연다.





    "펠릭스 님은, 사모하는 여자가 있으세요?"





     그러자 펠릭스도 밥을 먹던 손을 멈추더니,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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