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황제』펠릭스・리비스 22023년 09월 20일 20시 36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어떻게 저런 물건이 이런 곳에 장식되어 있는 것일까. 역대 성녀의 로드를 황제의 집무실, 그것도 책상 바로 옆에 장식하는 문화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죽기 직전의 나는 꽤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로드도 심한 꼴이 되었었는데.......)
왜 장식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막대는 나에게 소중한 동반자였다. 폐기되지 않고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매우 기뻤다.
"저 로드는 대체......?"
"제가 존경하는 과거의 대성녀가 사용하던 것입니다. 그녀만큼 강하고 아름답고 훌륭한 분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펠릭스에게,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다니...... 지금 이 형편없는 몸으로는 더더욱 밝히지 못하겠어)
귀여운 제자의 안에서는 위대한 스승으로 남고 싶었던 나는,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맹세했다.
"하인을 포함한 백성들에게 황제 부부는 원만하며, 당신은 이 나라를 구할 성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약속을 해도 될까요?"
"네, 물론이에요."
그 후로 가능한 한 매일 아침을 함께 먹고, 침실은 입구만 공유하며, 전이 마법진을 통해 서로의 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만나는 타이밍까지 정확히 정해놓은 것을 보면, 나와는 최소한으로만 관계를 맺을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펠릭스와 친구 정도는 되고 싶어)
모처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펠릭스를 정말 좋아했고, 그의 좋은 점을 많이 알고 있고, 지금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소중한 동생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티아나'로서 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
"결혼식은 한 달 후에 할 예정입니다. 이미 준비는 다 해놨으니, 이제 당신의 의상만 재빨리 만들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형식적이라고는 하지만, 펠릭스와 결혼을 한다니 좀 불안하네요. 이상한 느낌)
펠릭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도 어색하다. 지금은 서로 입장이 전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후에도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계약서까지 교환한 후, 나는 왕성을 안내받게 되었다.
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저녁을 먹은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배정된 방으로 돌아왔다.
"...... 배부른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참고로 이 방은 선대의 황후도 사용하던 방이며, 대성녀로서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의 방이라는 느낌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래도 지쳐있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큰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푹신푹신하고,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 천국 같아)
이렇게 당연한 것에 감동할 정도로, 내가 원래 살던 파론 신전의 환경은 열악했다.
(그 때문에 아까도 실수했었지만)
그렇다, 펠릭스와 함께 저녁을 먹던 나는 도중에 울음을 터뜨린다는 대실수를 저질렀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서 머리를 감싸고 싶을 정도다.
[...... 어째서...... 앗 죄송해요]
식사 중 갑자기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펠릭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따뜻하고도 맛있는, 그리운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혼자가 아닌 식사, 무엇보다도 펠릭스와 함께 한다는 것에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티아나의 감정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아)
[괜찮으세요?]
[네, 정말 맛있어서 감동했지 뭐예요]
[............]
급히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짓는다. 그 후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펠릭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괜찮다면 펠릭스 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부부니까요]
[저는 티아나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펠릭스 님은 휴일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사냥이나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마법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군요]
하인들 앞에서는 원만한 관계 어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그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주변에 있던 하인들도 모두 그런 우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펠릭스의 측근들만 빼고.
(작은 토끼도 무서워하고, 말을 타는 것도 무서워서 울던 녀석이 사냥하러 먼 길을 간다니...... 후훗)
분명 펠릭스도 내가 수다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불편함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 시절의 펠릭스에게는 자유가 없었으니까.)
[티아나 님이 와주셔서 정말 기뻐요!]
[정말 안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성녀인 나를 만날 때마다 매우 기뻐하고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 나라는 성녀신앙이 강하여, 오랜 세월 동안 성녀가 없다는 것이 백성들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나 보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안녕히 주무세요, 펠릭스 님]
[예. 내일 또 보도록 하죠]
참고로 방금 전의 침실 공용부에 들어선 후로, 펠릭스는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뭐, 당연해. 사실은 치유마법이나 정화마법을 팍팍 쓸 수 있는 유능한 성녀가 왔으면 좋았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쓸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 어렸던 펠릭스는, 정말 귀여웠는데."
눈을 감으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
ㅡㅡ내가 리비스 제국의 대성녀 자리에 오른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당시 20살이었던 내가 일을 마치고 방에서 쉬고 있자, 갑자기 낯선 하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안색이 바뀌어서는 찾아왔다.
"대성녀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 목숨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제발......!"
"목숨 따위는 안 빼앗을 거야,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줄 테니, 우선은 진정해."
너무도 당황한 모습에,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제3황자의 시녀라고 했다.
(셋째 황자라고 하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별궁에서 살았기 때문에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몸이 약해서 요양 중이라는 소문만은 들어본 적이 있다. 항상 황제의 곁에 있는 제1, 2 황자와는 달리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이대로는...... 이제......]
당황한 나머지 단어가 부족했지만, 황자가 병과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알았어. 어쨌든 전하께 빨리 안내해 줘."
나는 의자에 걸려있던 스톨을 들어서 얼굴을 가린 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시녀와 함께 별궁으로 달려갔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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