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황제』펠릭스・리비스 32023년 09월 20일 20시 52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처음 방문한 별궁은 꽤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황족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하인의 수가 매우 적고, 내부도 검소하다. 위화감을 느끼며 황자의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 이쪽이 제3황자인 펠릭스 님이십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무심코 숨을 멈추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그 작은 몸에는, 불에 타는 듯한 새빨간 반점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힌 나에게 시녀가 말을 이었다.
"펠릭스 님은 화룡의 저주를 받으셨어요."
"세상에......!"
'화룡의 저주'란, 먼 옛날 리비스 제국의 황족에 의해 토벌된 화룡이 건 강력한 저주다.
극히 드물게 황족의 피가 흐르는 자에게 나타나며, 화상과 같은 반점이 온몸에 퍼져나가 생명을 앗아간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지만 전승의 일종인 줄로만 알았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대성녀인 나조차도 몰랐다.
(아마 흉흉한 소문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계속 숨겨져 있었겠지. 셋째 황자뿐만 아닌, 지금까지의 황족들도)
치료법도 없었기에, 황태자는 별궁으로 쫓겨나 버림받았을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평생 이곳에 갇혀서 고통스럽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고열로 달아오른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살며시 만져본다. 불타는 듯한 뜨거운 열기에 다시 한번 말문이 막힌다.
(며칠째 이 상태라고 들었으니, 이미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을 거야.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인데......)
최상위의 회복 마법을 여러 번 써 보았지만, 역시 변화는 없었다. 초조함만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불현듯 황태자의 눈이 살짝 떠졌다. 맑고 아름다운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 누, 구......?"
"처음 뵙겠습니다, 펠릭스 전하. 저는 이 나라의 대성녀, 엘세 리스라고 합니다."
대성녀라고 이름 붙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현재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구해줄 수조차 없는데, 뭐가 대성녀야)
이윽고 작은 뼈만 남은 손이 내 뺨에 닿아 있던 내 손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손도 마찬가지로 너무 뜨겁다.
"......성, 녀......님 ...... 도, 와줘......."
그리고 간절히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에,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ㅡㅡ대성녀라는 것은 나라의 보물이다. 허락된 장소 외에는 힘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자신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몸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도 이 작은 손을 뿌리치다니, 눈앞에 있는 생명을 버리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내가 성녀가 된 것은, 고통받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였는걸)
불안과 죄책감에 짓눌릴 것 같으면서도,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왕자의 손을 잡고서 나는 자신의 이마에 대고 기도했다.
성녀에게는 각각 능력이 있다. 보통은 '치유'와 '정화'뿐이지만, 대성녀인 나는 다른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윽......"
"대성녀님!? 괜찮으세요!?"
"응 ...... 괜찮, 아......"
복부가 불타는 듯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통증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이윽고 옆에서 지켜보던 시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세, 세상에...... 펠릭스 님의 반점이...... 성녀님, 감사합니다......! 기적이에요......!"
황자의 얼굴과 팔다리까지 퍼져있던 새빨간 타박상이 조금씩 사라지며, 원래의 창백한 피부색으로 되돌아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괴로워하던 표정도 차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 고마워 ......"
황태자는 작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에요."라고 답했다.
잠시 후, 잔잔하고 규칙적인 잠꼬대가 들리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이제 조금은 진정이 되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다시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쓰러지면 무단으로 힘을 사용한 것이 들통날 수 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시녀에게, 지금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 것, 특별한 마법이라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서 나는 서둘러 별궁을 떠났다.
(들키면 분명 나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떻게든 겨우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 윽 ...... 아파 ......"
방금 전에 내가 사용한 능력은 '마력 흡수'ㅡㅡ타인의 마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으로, 나는 풍부한 마력을 가진 인간에게서 마력을 흡수해 치유 마법을 계속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마력이 많은 사람은 나름대로 있지만, 치유 마법이라는 것은 성녀만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체력의 한계가 있어서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주 또한 마력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왕자를 구하기 위해 저주와 함께 마력을 자신의 몸에 흡수한 것이다.
"역시 ...... 너무 무리했어......"
양은 조절했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통증과 열로 눈앞이 일그러진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시트를 꽉 움켜쥔다.
(하지만 황태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던 거네)
부디 조금이라도 그 작은 황태자가 웃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나는 의식을 놓아버렸다.
이것이 나와 펠릭스의 만남ㅡㅡ그리고 내가 그의 저주의 일부를 처음으로 내 몸에 옮긴 날이기도 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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