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황제』펠릭스・리비스 1(2)
    2023년 09월 20일 19시 48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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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와의 관계는 우리나라가 안정될 때까지의 계약결혼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 뒤에는 형식적인 아내인 당신을 자유롭게 해 주고, 평생의 삶을 보장해 주겠습니다."

    "네?"

    "물론 당신에게는 손도 대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길."



     정말로 쇼윈도 부부가 된다는 뜻인 것 같다.



     게다가 생활을 보장해 주고 언젠가는 자유를 주겠다니, 정말이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성에서의 생활도 가능한 한 당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할 테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너무나 내게 유리한 조건이라서, 뭔가 뒷거래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도 '무능한 티아나 에버렛'에게 무언가를 요구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좋은 이야기는 들어줄 수밖에 없어. 전생은 정말 바빴고, 현생에서는 혼나기만 했으니까)



     폭력이나 무정한 말에 겁먹지 않고, 맛없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하다.



    (계약결혼이든 뭐든, 마음껏 누려줘야지!)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마리엘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외람되나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티아나 님은........"

    "마리엘, 차 좀 더 마실 수 있을까요?"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로잡아 주려고 했다는 것도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눈치 빠른 그녀는, 지금의 대화만이라도 조용히 해달라는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기사들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날 것이지만, 지금은 무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더 편하다.



    (그 편이 분명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걸. 내 나름대로 이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빙그레 웃으며 펠릭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역시 옛 모국인 제국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비록 형식적인 황후와 성녀의 입장이지만 '제국의 저주'라는 것을 풀기 위해 움직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고, 펠릭스는 새로운 황후를 찾을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하겠지!)



     펠릭스는 이런 원치 않는 결혼 말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근사한 배우자를 찾았으면 좋겠다.



    [엘세는 누군가와 연애해 본 적 있어?]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몇 살까지는 결혼하고 싶어? 몇 살 정도의 남자를 좋아해?]



    (예전에도 끊임없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으니, 사실 누구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결혼을 갈망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이번에는 펠릭스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 아니요, 아주 특이한 눈동자 색을 하고 있구나 해서."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 희귀한 로즈 핑크색 눈동자는 '티아나'와 '엘세' 말고는 본 적이 없다.



    "내가 잘 아는 분도 같은 색을 하고 있어서요."

    "어머, 그랬나요!"



     어쩌면 펠릭스는 엘세를 떠올려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따스해졌다.



     몇 년에 한 번이라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분명 엘세로서의 기억이 있다고 말해도, 펠릭스도 어떻게 할지 힘들 테니깐)



     무엇보다 지금의 나에게는 엘세 시절의 힘이 없다.



     큰 힘도 없는데 옛 스승이라고 나서도 허세밖에 되니,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 응?"



     그렇게 결심한 순간, 문득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느낌이 들어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본 나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만, 저 너무 익숙한 낡은 로드...... 내(엘세)가 사용하던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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