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제국의『저주』에 대하여 12023년 09월 20일 21시 18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천천히 의식이 떠올라 눈꺼풀을 뜬다. 몸을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날짜가 바뀌어 있었다.
"어, 벌써 이런 시간!?"
당황한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펠릭스와의 과거를 떠올리는 동안 푹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만났던 날의 꿈을 꾼 덕분에 더욱더 그리운 마음이 든다.
(그 후로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친해졌고, 나도 어느새인가 펠릭스가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 당시 나는 꽤 바빴지만, 차마 펠릭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마법까지 가르쳐 주게 되었다. 기반이 약한 그를 그 장소에서 구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몸은 약했지만, 펠릭스는 풍부한 마력과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다.
(그래도 그 저주, 고열이 나고 죽을 정도로 아팠어. 꿈이라서 다행이야......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아)
당시 나는 옷으로 숨길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여, 펠릭스의 저주를 자신의 복부에 옮겼다.
흡수한 마력을 다른 데로 옮길 힘도 없는데다, 보기에도 꽤나 흉측했기 때문에 '시집을 못 갈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2년 후에 22세라는 나이로 죽었으니 걱정은 기우로 끝났지만.
"흐아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얼른 자야겠어."
이동의 피로가 누적되어 아직도 졸음이 몰려온다. 영양과 수면이 부족했던 나는, 체력도 정말 부족했다.
드디어 파론 신전에서의 지옥 같은 나날에서 벗어났으니, 잠시 푹 쉬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귀여운 옛 제자를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서라도 일단은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마력은 아직 적지만, 나에게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어.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거야)
내일 아침 식사 때라도 허락을 받아서, 이 나라에 대해, 그리고 내 마력의 감소와 증가에 대해 다시 한번 조사해 보자.
그렇게 결심한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
"뭡니까, 그 시끄러운 여자는!!!!"
"...... 너도 충분히 시끄럽지만."
심야의 집무실에 측근인 바이런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은 분노로 인해 작게 떨고 있다.
"펠릭스 님이 하인들 앞에서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걸 빌미로, 나불나불나불대기는......! 무능한 주제에 말만은 잘하다니, 정말 민폐녀입니다!"
"혼자서 낯선 땅에 왔으니 불안하겠지."
바이런의 말대로, 그녀는ㅡㅡ티아나 에버렛은 놀라울 정도로 말이 많았다. 그것도 나에 대해서, 사소하고도 쓸데없는 것들만 물어보는 것이다.
(몸 상태까지 물어봤을 때는, 무슨 짓인가 싶었지)
하지만 내가 마땅히 할 만한 이야깃거리도 없었으니, 주변 시선을 생각하면 말을 걸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물론 정도라는 것이 있지만.
나에 대해서 묻는 그녀의 눈빛은, 다른 영애들이 보내는 눈빛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인지 불편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펠릭스 님은 너무 오냐오냐 합니다! 저것은 왕국의 사람이라고요!
"그럴 일은 없어."
그녀에게 특별히 뭔가 해줄 생각도 없다. 하지만 식사 중 조용히 울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 어째서...... 죄송해요]
눈물을 닦는 그녀의 손이, 귀한 성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다.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의 손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저주받은 땅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로 보내질 정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 모양이다.
"티아나 님은 신전 밖으로 나온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평범한 과일 하나도 아주 맛있게, 행복하게 드셨으며...... 무엇보다도 밤이면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눈물을 흘리셨어요. 파론 왕국에서는 힘든 환경에 계셨던 것 같아요."
동행하게 한 시녀도 눈물을 그렁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 딱하다)
게다가 그녀는 우리나라로 가는 길에 죽을 뻔했다고 한다. 틀림없이 파론 왕국에서 보낸 것이 분명하다.
"파론 왕국은 미쳤습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본래라면 국가 간의........"
"하지만 증거가 없었지. 비난할 수는 없어."
붙잡은 남자들은, 마법에 걸린 듯 입을 열지 않았다.
(정말로 티아나는 하나의 소모품으로서 버려진 거겠지)
하지만 왕국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경계해야만 한다.
국내의 문제만으로도 일손이 모자라는데, 정말 골치 아픈 일들만 생기는 것 같아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성녀, 정말로 마법을 썼던 걸까요?"
"...... 글쎄."
공격해 온 남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다친 사람들을 마법으로 치료한 것도 그녀였다고 한다.
[성녀 티아나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심할 수 있겠군요]
방금 전 집무실을 방문한 기사들은 입을 모아 티아나를 칭찬했다. 그들의 말대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왕국이 내놓았을 리가 없을 터.
무엇보다 그녀가 마법을 전혀 쓸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정보였을 것이다.
(설마, 그동안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하지만 무능하다는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마력을 숨기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티아나와의 계약은 다 맺었으니, 이제 와서 성녀로서의 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그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티아나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분명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황후가 될 거라 믿어요]
그녀에 대해 최소한의 교류만을 하고 싶은 마음에 변함은 없다. 다만 도망가면 곤란하기 때문에, 부자유만은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보다, 나이틀리 호수는 정말 정화가 되었나?"
"예,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완전히 원래의 호수로 돌아갔다고 하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저주'를 받은 땅으로 알려진 나이틀리 호수는, 검게 탁해져서 동식물을 죽게 하는 독기와 수많은 마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던 호수가, 며칠 전 갑자기 완전히 정화되어 원래의 아름다운 호수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백성들은 성녀가 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무능한 성녀는 그 당시 거의 죽을 뻔했었는데도 말이죠."
바이런은 그렇게 내뱉으며 코웃음을 친다. 그만큼 그녀가 미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다.
"호수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해."
"알겠습니다."
제국에는 다른 네 곳의 저주받은 땅이 존재한다.
나이틀리 호수가 정화되었으니, 다른 땅을 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엘세가 사랑했던 이 나라를, 나는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기 때문에.
"...... 성녀가 왔기 때문인가. 정말 그렇다면, 그녀는 대성녀가 될 수도 있겠지."
자조 섞인 미소와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ㅡㅡ설마 정말로 티아나 에버렛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이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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