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대성녀』엘세・리스 3
    2023년 09월 19일 23시 54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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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모처럼 다시 태어났는데, 너무 귀찮은 일이 많아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뭐냐, 소문 같은 건 왜곡돼서 전해지는 경우가 많잖아? 게다가 나는 대단한 성녀가 아닌ㅡㅡ"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방금 전의 티아나 님의 모습은, 정말 멋졌답니다!"

    "고, 고마워......?"



     그렇게 힘주어 말하면, 나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티아나는, 마음만은 훌륭한 성녀였어)



     마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없는 마력을 필사적으로 써서 손수건에 자수를 놓아 아이들에게 액막이 부적으로 선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외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한 뒤에도 밤늦게까지 노력했던 것이다.



     반드시 언젠가는 지금까지 나를 학대했던 사람들에게 보복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서, 두 손을 꼭 쥐었다.



     그 후 제국에 도착할 때까지 마리엘뿐만 아니라 기사들에게도 환대를 받아서, 나는 쑥스러운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었다.





     ◇◇◇





     그 뒤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리비스 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를 죽이는 데 실패한 것을 알게 된 실비아가 또 다른 일을 벌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성녀인 내가 언제 올지 백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동용 마차도 일반 귀족이 사용하는 마차를 타고 왕성에 도착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구나. 왠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져)



     대성녀였을 때의 나는 왕성에서 살았었다.



     친정집 같은 안정감을 느끼며, 마리엘과 기사들과 함께 뒷문을 통해 왕성 안으로 들어가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갔다.



    "저분이 바로 성녀 티아나 님......!"

    "정말 아름다우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속삭임이 들려온다.



     실비아와 성녀들에게 온갖 학대를 받았던 티아나는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미인이다.



     반짝이는 긴 보랏빛 머리카락과 로즈 핑크빛의 눈동자가, 단정한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생에 빨간 머리여서, 이런 색을 동경했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도착한 곳은 낯익은 집무실이었다. 역대 황제들이 사용하던 방이다.



    "지금부터 황제 폐하를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마리엘은 문을 두드리며 "성녀 티아나 님을 파론 왕국에서 모셔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잠시 후 '들어오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그렇게 마리엘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이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어라, 지금의 황제가 누구였더라? 나를 황후로 데려온 것이라면, 그 너구리 아저씨는 죽었다는 거네?)



     17년 전 당시의 황제는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놈은 정말 못된 사람이라서 나는 정말 싫었다. 여자를 좋아하고, 적당한 선을 모르고, 대성녀인 나에게까지 손을 대려고 했으니까.



     황태자가 세 명이나 있었는데, 누가 황위에 올랐을까?



    "부디 얼굴을 들어주세요."



     고요한 실내에 낮고 편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천천히 고개를 들자, 투명한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았다.



    (우, 우와...... 너무 아름다워......!)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에 놀란 나에게,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 길게 늘어뜨린 흑요석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처음 뵙습니다, 성녀 티아나 님. 우리나라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모습과 태도를 보니, 전 황제와는 달리 오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펠릭스 리비스라고 합니다."

    "...... 펠릭스?"

    "예."



     실수로 넋 놓고 바라보던 나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거, 거짓말이지!? 이게 그, 작고 울보였던 펠릭스라고?)



     놀라서 얼어붙은 나를 보고, 펠릭스라고 밝힌 황제는 "성녀님?"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설마 펠릭스가, 황제가 되어 있을 줄은......)



     펠릭스는 내가 대성녀였을 때, 겨우 10살이었던 제3왕자이자ㅡㅡ나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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