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 마총ㅡ브레이크 리볼버
    2021년 01월 09일 22시 18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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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651eh/4/





     참마도리질  [Ridill]

     날길이 120cm. 자루의 부분을 합하면, 전장 180cm를 넘는 거대무기지만, 이것은 바스타드소드로 분류됩니다.

     양손검 크기이면서 그보다 가볍고 양손과 한 손에 모두 대응되는 사이즈지만, 한 손으로 다루려면 높은 완력이 필요합니다.

     모양은, 가볍게 휘어진 폭넓은 태도로, 자루가 길고 날밑이 없어서, 날을 맞댄 싸움을 상정하지 않고 말 위에서 말과 기수 통채로 베어버리는 창과 언월도에 가까운 무기입니다.

     뭐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일격에 쓰러트리는 꼴은 나지 않고, 한손검보다 날카로움이 적으며 양손검보다 위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로망 무기로 취급됩니다.


     이걸 얻으려고 꽤 고생했었습니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12명이 현실의 열흘이나 도전한 끝에, 겨우 거대한 용의 배에서 나온 것입니다.

     소재는 좋은 돈이 되기 때문에 제가 분배 받지 않는 걸로 교섭해서 받았는데, 정말 나와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무기, 여러 전위들이 쓰기엔 솔직히 미묘해서 인기는 없었지만, 저와는 상성이 좋아요. 또한 마음에 드는 비주류 무기였던 점도 있었구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VRMMORPG의 무기ㅡㅡ데이터였던 것이 내 앞에 나온 것입니다.

     신ㅡㅡ정확히는 '신의 아이' 였던 그 할아버지는, 제가 게임에 걸었던 시간과 정열을 혼의 힘으로 바꾼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전생한 몸을 강화할 힘이라고 말했었지요.

     중2병 같이 말한다면 제가 캐롤이 되고, 캐롤이 플레이어 캐릭터와 비슷한 걸로 인과율이 변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 결과, 혼의 힘으로 변환되어야 할 게임데이터가 그대로 나 '캐롤' 에게 종속되고 만 것일까요?

     버그네요. 정말로 이야기가 다르다구요, 할아버지.


     "아."

     바닥에 떨어진 참마도가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시간으로는 10초 정도일까요. 하지만 소멸하지는 않고, 저의 안으로 돌아온 감각이 있습니다.

     저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더블레어 등급이기 때문에, 저의 손에서 떨어지면 일정 시간 후 돌아오나 봅니다.

     싱글레어는 양도 가능하지만 한 개만 가질 수 있습니다.

     트리플레어는 양도 불가에다가 캐릭터마다 하나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래 뵈어도 폐인 플레이어였으니까요. 제 장비의 대부분은 더블레어 이상이에요. 최악의 경우 돈에 곤란해져도 팔아버릴 수 없네요. 어차피 팔지도 않을 거지만.


     이야기를 돌려서, 게임아이템을 쓸 수 있다는 말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이 그대로 사용된다는 말일까요?

     하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왜냐면, 전 진짜로 세 살 배기 정도의 힘밖에 없습니다. 낮잠을 안 자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있는 모양이지만, 참마도 리질은 손에 드는 것조차 못하고 바닥에 떨궈버렸습니다. 만일 계속 손에 쥘만한 악력이 있었다면, 손가락이 바닥에 눌려서 찧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버그가 아니라면 지금 상태라 해도 그냥 몸이 강화되었을 텐데.


     기분을 다잡고, 잠시 '종족설정' 확인을 해봅시다.

     그 VRMMORPG의 캐릭터 메이킹에선, '종족' 과 '나이' 를 여러 항목에서 골랐습니다.

     종족은, 인족엘프하프엘프수인족드워프로 총 다섯 종이고,

     나이는 틴영 어덜트어덜트로 총 세 종입니다.


     제가 고른 하프엘프는, 인족보다도 체력과 내구가 낮고, 엘프보다도 MP가 낮은 느낌이어서, 지원직에는 좋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었습니다.

     거기다 운영진이 틴에 편중되는 걸 막기 위해 틴의 HP와 내구를 낮게 설정한 탓에 상당히 가시밭길이 되어버렸지만, 외모는 취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게임 안에선, 틴이면서 하프엘프인 캐릭터가 상당한 희소종이었습니다.


     VRMMORPG에선 '직업' 이라고 하는 관념이 없고, 플레이어 전원이 '모험가' 이며, 무기와 마법을 취향껏 사용합니다.

     일단 레벨의 상한은 없었지만, 폐인이어도 100 전후였습니다.

     레벨의 혜택은 있습니다만, 이 VRMMORPG에선, 적을 쓰러트리고 경험치를 얻는 것이 아닌, 전투스킬과 생산스킬을 올리는 것으로 '경험치' 를 얻습니다.

     스킬은 100까지 오르고, 자주 쓰는 무기 스킬을 가득 채우면 공격력은 거의 상한까지 도달하니까요.

     여러 스킬을 100까지 올리면 레벨 100이상으로 올릴 수 있지만, 무기 스킬을 99에서 100까지 만들려면 자신보다 강한 적을 몇십 시간을 치지 않으면 오르지 않기 때문에, 할만한 짓이 아닙니다. 

     레벨로 오르는 몸의 스탯보다도, 전투계 스킬로 얻는 '신체강화' 쪽이 효율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참마도를 원했던 것은, '검무' 스킬로 써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검무와 제일 상성이 좋은 건 '한손검' 의 이도류지만, 가냘픈 하프엘프 소녀가 장검을 휘두르는 건, 뭔가 로망이 있지 않습니까?

     저로서는 불끈불끈한 근육으로 검무를 추는 어덜트 남성 드워프도 아주 좋아했지만, 그다지 찬성은 얻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메이킹에선 진심을 다했다구요.

     이 VRMMORPG가 다른 게임에 비해 여성 플레이어가 많았던 것은, 자연스런 느낌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 과금형MMO처럼 젖이 출렁거리는 초미인이나 어깨가 넓은 에로미인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러운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얼굴을 베이스로, 이틀을 꼬박 투자해서 취향에 맞는 이상적인 모습을 만든 것이, 이 나의 플레이어 캐릭터인 것입니다.


     뜨겁게 말하고 말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그래그래, 이 몸이 성장하지 않으면, 캐릭터의 능력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였네요.

     운 좋게도 이 캐릭터의 설정 연령은, 10대 중반에서 후반인 '틴' 입니다. 자칫해서 외모가 30대인 '어덜트' 를 골랐다면 성가신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제 캐릭터의 외형은 15세 정도였습니다. 하프엘프인 이유로 성장이 늦는다 해도, 10대 후반에는 모든 능력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응?"

     학교의 최종 단죄이벤트는, 히로인의 졸업식 때였나? 그 때의 캐롤은 분명 15세 정도였으니까......

     "..........."

     저는 아장아장 걸어서 거대한 천막이 달린 침대에 기어올라간 후,  푹신푹신한 이불 속에 파고들어서 저녁 식사 때까지 잠들기로 했습니다.

     단죄이벤트까지 제때에 맞지 않잖아요~

     잘 자요. .......쿨.


       *


     잘 주무셨나요. 저녁입니다.

     "자, 캐롤 아가씨이, 저녁 준비가 되었어요오."

     "........"

     저를 이불에서 일으킨 것은, 메이야나 마이아가 아닌 그 성격 나쁜 메이드인 이라이아였습니다.

     왜 저럴까요? 낮에는 그렇게나 거들떠 보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왜 저러나 하고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보자, 손수레의 옆에 서 있는 메이야와 마이아의 얼굴이 새파래져 있습니다. 마이아는 울 것 같은 표정입니다.

     "오늘은 안주인님과 같은 식사를 준비했어요. 정말 좋은 것이라서 안주인님께서도 부디, 아가씨도 드시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당신들, 준비하세요."

     이라리아의 지시에, 두 사람이 느릿느릿하게 식사의 준비를 시작합니다.

     "빨리 하세요, 요리가 식잖아욧! 이제 됐어요. 제가 할 테니까, 당신들은 아가씨를 자리에 앉히세요."

     ""......예.""


     이라리아가 재빠르게 식사 준비를 시작하자, 절 안아든 메이야는 저의 귓가에 작게 "죄송합니다....." 라고 속삭였습니다.

     이건, 뭔가 있는 걸까요?


     "자, 아가씨. 많이 드세요."

     기분 좋은 듯 심술궂은 표정인 이라리아가 쟁반이 뚜껑을 열자, 거기에는 깔끔하게 구워진, 보는 것만으로 극상이라고 알 수 있는 스테이크가 있었습니다.

     "......."

     음. 그냥 맛있어 보이는데?

     작지만 두껍고 볼록하게 잘 익은 고기의 표면에서는 육즙이 흘러나왔고, 곁들인 것은 물냉이뿐이었지만, 농밀한 레드와인의 소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뿐? 샐러드도 빵도 없는데, 유아이니까 고기만으로 배가 부르게 될 거라 생각하는 걸까요."

     "자자, 제가 잘라주겠어요."

     식기를 쥔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저에게, 이라리아가 작게 썰어줍니다.

     굽는 법은 살짝 붉은 미디엄 레어. 단면에서 육즙이 주욱 흘러나와서, 향신료와 소스의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전 뭐가 안되는 걸까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고기의 한 조각을 입에 대어보자, 시야 한 켠에서 메이야와 마이아가 괴로운 듯 눈을 돌렸습니다.


     전 천천히 씹었습니다. 질 좋은 소 같은 고기였고 독도 없는 모양입니다. 그대로 평범하게 고기를 씹고 있자ㅡㅡ.


     "콜록."

     저는 견디지 못하고, 고기 조각을 뱉어냈습니다.

     뭐야 이거, 진짜 비린내 나. 처음엔 맛있었는데, 씹을 때마다 비린 느낌이 들어서, 윗 속에서 내용물이 올라옵니다.

     "아가씨."

     메이야들이 저에게 달려오려 하자, 이라이아가 그걸 제지합니다.

     "어라라, 아가씨. 하프엘프라고 해서 버릇없이 굴면 안돼요. 안주인님의 지시예요. 남기면 안 된다고요."

     "......"


     .....아, 그랬네요. VRMMORPG의 설정으로는, 숲의 엘프는 야수를 잡아도 야수의 생피를 먹을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체질적으로 먹지 못하는 설정이었습니다.

     하프엘프는 좀 나아서 베이커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모양이지만, 이런 비린내 나는 고기는 몸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 여성향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네요.

     이건, 단순한 괴롭힘인가요? 뭔가 이유가 있으니 죽이지는 않겠지만, 마음에 안든다고 괴롭힐 뿐인 분풀이?

     분명 이라이아는 제가 토해도 전부 먹을 대까지 용서해주지 않겠지요.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고기를 버리기로 하지요. VRMMORPG의 마법은 쓸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어린 몸으로는 폭발의 위험이 있어보입니다.

     아이템은 뭘 쓸 수 있을까요? 방어구는 사이즈가 너무 달라서 의미가 없습니다.

     잘 안 쓰는 아이템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토할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에, 생각하려고 해도 머리가 안 돌아갑니다.

     뭔가ㅡㅡ평소에 쓰는 물건이면서, 뭔가ㅡㅡ

     

     "Set [Break Revoler] "


     무심코 중얼거린 '커맨드' 에, 손 안에 검은 금속 덩어리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손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테이블 밑에 떨어진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면서ㅡㅡ폭발했습니다.


     타앙!


     쏘아진 총의 탄환이, 심술궂은 미소를 짓는 이라이아의 볼의 옆을, 머리카락의 한 곳을 꿰뚫고 천장에 탄흔을 남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언제든지 쏠 수 있도록 장전하고서 안전장치도 풀어놓았습니다. 위험하네요.

     날아간 이라이아의 붉은 머리카락이 근처에 휘날렸고, 천장에서 타닥타닥 내려오는 파편에, 심술궂은 미소인 채로 굳어서는 쭈뼛거리며 위를 본 이라이아는, 다시 저를 보고ㅡㅡ.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금기의 아이' 의 저주야ㅡㅡ!!!"


     라고 비명을 지르고, 식기세트를 든 저와, 입을 떡하고 벌리고 있는 메이야와 마이아를 남겨두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런데, 제 식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가벼운 해설입니다.

     캐롤은 세 살까지 현지의 언어를 어떻게든 이해하고 있습니다.

     cm와 m의 단위도 현지에서 쓰는 단어는 있지만, 지구와 별 차이도 없고, 캐롤은 머릿 속에서 cm와 m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작중에선 미터나 그램의 단위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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