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11 【Another Side】기사훈련장에서2023년 09월 17일 20시 45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시간이 흘러서.
클로이가 나라를 떠난 후의 일.
브라이트 왕국의 성에 인접한 기사단 본부 시설에서.
빨간 머리의 세드릭이, 훈련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휴, 역시 서류 업무만으로는 안 되겠어, 가끔은 이렇게 몸을 움직여야지.)
달리기를 하고서, 기사들 간의 대련 연습에 참여한다,
"이제 좀 쉴까?"
그렇게 잠시 쉬면서 세수를 하려고 물가로 가자,
거기에는 국자로 물을 떠서 마시고 있는, 기분 좋아 보이는 오스카의 모습이 있었다.
"오스카, 몸 상태는 어때?"
"나쁘지 않아."
오스카가 단정한 얼굴을 들어 올리며 무심코 젖은 은발을 쓸어 올린다.
여전히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남자라는 생각을 하며, 세드릭이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은 표정인데."
그러자 뭔가 떠오른 그는,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녀 때문이지?"
"......!"
"하하하, 넌 그 소녀의 일만 되면 정말 알기 쉬워."
말없이 눈을 돌리는 오스카에게, 세드릭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오스카는 잠시 망설이다가,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 연락이 왔다."
"호오! 잘 지낸대?"
"그런 것 같다."
"다행이잖아."
"그래, 정말 다행이다."
오스카가 진심으로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그를 보며, 세드릭은 생각했다.
아마 그녀가 왕도로 돌아올 때까지는 이런 모습일 거라고.
ㅡㅡ약 1년 반 정도 전의 어느 날.
오스카가 갑자기 "어제 재밌는 소녀를 만났다"며 즐거워했다.
세드릭은 매우 놀랐다.
오스카는 사실 여혐이다.
접근하는 여성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항상 선을 긋고 접근하지도, 접근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여자 얘기라니, 내일 눈이 내릴 것 같다고 했다.
놀라서 "그게 대체 누구야?"라고 물었더니 "클로이 매드니스 자작영애다"라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여동생 콘스탄스의 동급생인 것 같은데, 집에 있는 고대 마도구를 보러 온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그 조금 별나다고 소문난 매드니스 가문의 재녀였구나' 하고 납득했다.
그는 평범한 여자보다 독특한 여자아이가 취향이구나 하면서.
그때부터 오스카의 태도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 소녀가 오는 날은, 일찍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화에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웃는 일이 많아졌다.
그녀가 응원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순위가 낮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무술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결정되고서 관중석에 있는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오스카를 보며, 세드릭은 생각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온 것 같다며.
이후 단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를 연결하여 짐작하건대,
그녀는 지금까지 마도구만 바라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남자에게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거의 없다.
오스카는 그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마도구 전시회에 초대하거나, 여동생과 셋이서 식사를 하는 등 우선 친구로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도대체 어떤 애길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기사단 본부에 클로이 매드니스가 나타났다.
(헐, 저 애가)
세드릭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조금 무뚝뚝하지만, 똑똑해 보이는 애다. 게다가 꽤 귀여운데?)
갑자기 나타난 귀여운 여자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남자 기사들.
오스카는 그런 그들을 보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처음 보는 오스카의 모습에 세드릭은 깜짝 놀랐다.
(오스카 녀석, 진심이야)
그리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좋아하다니.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카는 사흘 정도 쉬고 나서, 침울한 표정으로 기사단 본부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글쎄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을 보고 세드릭은 짐작했다.
아, 이건 뭔가 안 좋은 일이구나.
그리고 나중에 그녀가 왕도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세드릭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오스카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지만, 이건 꽤나 힘들 것이 틀림없다.
"힘내라, 그 여자는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를 찾는 편이 낫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하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그만해."고 말했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인가 보다. 고생하네)
그런 생각을 하는 세드릭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서 물로 얼굴을 씻는 오스카.
앞머리를 쓸어 올리 ,세드릭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지?"
세드릭은 주위를 둘러보고서,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췄다.
"...... 사실 요즘 왕성 안의 물에서 위화감을 느낄 때가 있어."
"위화감?"
"그래, 뭔가 들어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최근 가끔씩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불편함.
왕성의 물병에서 물을 따라 마실 때나, 왕성에서 식사할 때의 식전주로 마실 때 그것을 느껴서 물을 마시지 않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라서 처음에는 기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오스카는 눈을 살짝 부릅뜨면서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그게 큰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 왕궁 소속 약사에게 조사하게 했는데,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
"몸이 아픈 사람은?"
"없어. 그래서 약사에게 물어봤더니, 그냥 기분 탓일 거라고 하더라."
오스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직감은 잘 맞는다. 나는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음에 수질 관련 전문가를 불러서 자세히 조사해 볼까 해."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다."
두 사람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각자의 훈련으로 돌아갔다.728x90'연애(판타지) > 안녕하세요, 전생에서 살육의 마도구를 만들었던 자작영애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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