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10 【Another Side】왕도의 찻집에서
    2023년 09월 17일 20시 22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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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이가 이웃나라로 떠난 지 며칠 후의 왕도.



     높은 석조건물이 늘어선 중심가에 있는 세련된 찻집 안에 있는, 마호가니 가구가 놓여 있는 넓은 개인실에서.



     푸근한 핑크색 머리의 소녀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세 명의 청년이 둥근 테이블을 둘러싸고 차를 마시고 있다.



     소녀는 콘스탄스를 거짓말로 속이려고 했던 프리실라 라일리우게 남작영애.

     세 청년은 금발벽안의 나로우 왕자와, 그의 측근인 안경 쓴 청년 및 우람한 근육질의 청년이다.





     안경 쓴 청년이 값비싼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든 곳을 다 찾아봤지만 클로이 매드니스를 찾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에 왕도를 떠난 것 같습니다."





     나로우 왕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그런가?"



    "예, 조사해 본 사람에 따르면 그녀의 오빠 테오도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동생이 왕도에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합니다."





     나로우 왕자는 가증스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 솜씨는 솔리디드 공작가의 것이구나. 선수를 치다니."





     그리고 옆에 앉은 프리실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들은 대로, 클로이 매드니스는 왕궁을 떠난 것 같아."





     프리실라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촉촉한 눈으로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네, 아쉬워요. 모처럼 제대로 대화해서 오해를 풀고 싶었는데......"



    "맞아. '북쪽의 폐교사'와 '동쪽의 폐교사'를 착각한 것뿐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건 용서할 수 없어."



    "클로이 씨는 나쁘지 않아요! 내가 잘못 말했던 탓에 ......"





     눈물을 그렁거리는 프리실라를, 왠지 모르게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 청년.



     그때 노크 소리가 나더니, 웃는 얼굴의 풍채가 좋은 귀족 남성이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귀족 남성을 보고 세 청년이 웃으며 일어선다.



     나로우 왕자가 반갑게 두 손을 벌렸다.





    "라이리우게 남작이 아닌가! 실례가 아니니 부디 앉게!"





     이 찻집의 주인이자 프리실라의 아버지인 라이리우게 남작이었다.

     그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든다는 눈치 없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귀공과 내 사이가 아니더냐. 그래, 귀공에게서 받은 찻잎, 어머니께서도 아주 좋아하셨다!"



    "그렇습니까, 영광입니다."





     웃으며 손을 비비는 남작에게, 안경 쓴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남작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늘 이 가게에 올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라이리우게 남작이 빙그레 웃었다.





    "아뇨아뇨, 별거 아닙니다. 저는 그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초대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 헛소리를 한 계집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아, 클로이 매드니스 말인가. 아까 얘기하던 참이었다. 왕도를 떠났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 안타깝군요, 마도구의 천재라고 들었기에,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요."





     나로우 왕자가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다. 왕도에 있지 않아도 직접 찾을 수 있지. 남작도 만나게 해 주겠다."



    "그거 기대가 됩니다. 발견하면 꼭 연락해 주십시오."





     싱글벙글 웃는 남작. 그리고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오래 있으면 가족들이 걱정할 겁니다. 이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 그래, 아쉽지만 그러도록 하지."





     아쉬워하는 왕자.





    "맞다, 저희는 이 찻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차도 맛있고,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안경 쓴 측근과 덩치 큰 측근도 입을 모아서 말한다.



     남작은 웃으며 "영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복도로 나가서, 방문을 잡고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마차를 앞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바닥을 조심하시길."





     네 사람은 다음에 언제 모일지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떴다.



     젊은이들이 떠난 후, 남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들고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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