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07 교정이라기보다, 완전부정(2)
    2023년 09월 17일 00시 01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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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거짓말이라 못 간다는 거군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럼 같이 와서 설명해 주세요. 물론 전하도요. 설마 현장에서의 설명도 없이 공작가의 두 사람을 감옥에 가두어 버리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숨이 턱 막히는 프리실라와 왕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클로이는 "그럼, 가요."라고 말하며, 파티장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을 이끌고 북쪽의 폐교로 향했다.



     강당에서 북쪽 폐교를 향해, 이상한 행렬이 제각각 이동한다.



     그리고 폐교 앞에 도착하자, 선두에 있던 클로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럼, 열쇠를 열어드릴 테니 내부를 잘 살펴보세요."



    "흥, 말하지 않아도 봐주마."





     나로우 왕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클로이는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럼 들어오셔서 보세요."





     문을 통과하는 왕자 일행.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두 한결같이 입을 떡 벌렸다.





    "...... 뭐? 뭐냐 여기는?"





     방 가득 펼쳐진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머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 세워진 선반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수많은 초록색 잎사귀들.

     나뭇잎 사이로는 토마토, 가지 등 채소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고, 곳곳에 커다란 수조가 매달려 있다.





    "이건 도대체 뭐야!"



    "이것은 수경재배의 마도구의 실험입니다."



    "수경재배?"



    "네.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빛만으로 채소를 재배하는 마도구의 개발과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자님들 뒤를 이어 다른 학생들이 들어와 눈을 크게 뜬다.



     놀라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클로이가 말을 이어갔다.





    "이 실험은 대략 두 달 전부터 해왔고, 왕궁의 식물연구소 관계자분들과 교장선생님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프리실라를 바라보았다.





    "보시다시피, 사람이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만 있을 뿐,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잖아요? 도대체 어디서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였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하네요."





     그러자 측근 중 한 명이 안쪽 문을 찾아 가리켰다.





    "잠깐만! 저 문은 뭐야! 저쪽이 현장 아닐까!"



    "아, 그곳은."





     클로이가 제지하기 전에 측근이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곳에는 침대와 흩어진 옷가지 등의 좁고 지저분한 방이 펼쳐져 있었다.





    "...... 그러니까 방금 전, 두 달 전부터 제가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문을 연 측근이 미안한 표정으로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함께 따라온 학생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여기 불려 온  없어 보여."



    "거짓말 아닐까?"



    "이 토마토 맛있어 보여."





     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몇 여학생들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던 오스카가, 차분한 어조로 놀란 나로우 왕자에게 말을 걸었다.





    "왕자님, 계속 여기 있으면 아가씨들의 몸이 식어버릴 겁니다. 일단은 파티장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 그래."





     분한 표정으로 클로이를 노려보는 프리실라를 둘러싸며, 왕자와 그 측근들은 떼 지어 걸어 나갔다.

     그 뒤를 다른 학생들이 소곤거리며 따라간다.





    (이것으로 콘스탄스의 의심이 풀렸을까?)





     마지막으로 폐교사에서 나오는 클로이.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귀족적으로는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우려던 그 순간.





    "클로이, 잠깐만"





     건물 뒤에 숨어있었던 것 같은 오스카와 콘스탄스가 클로이의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고마워. 클로이,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죄인 취급을 받았을 거야."



    "고마워. 네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끝났어. 하지만......."





     오스카가 눈을 감았다.





    "너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어."





     그리고 클로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콘스탄스에게 옷을 빌려줄 수 있을까? 나는 마차를 준비해 올게."



    "저기, 파티장에는 안 가요?"



    "돌아가지 않아. 네가 벌어준 시간을 잘 활용하도록 하겠어."





     오스카가 문 쪽으로 달려갔다.



     역시 오스카 님,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고 계셨다고 감탄하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클로이는, 콘스탄스의 손을 잡았다.





    "이쪽이야. 도와줄 테니 서둘러 옷을 갈아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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