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02 파혼에 개입하기에 이르기까지(1)
    2023년 09월 16일 21시 05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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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혹시 전생한 걸까?)





     두 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클로이는 갑자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생의 그녀는 '마도구 개발자'였다.

     삼시 세끼보다 마도구를 좋아해 어린 나이에 국가 연구기관의 수석 마도구사가 되어,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란의 시대여서, 마도구라고 하면 당연히 '무기'였다.



     그녀는 용도를 잘 생각하지 않고 기능만 추구하다 보니 주변을 불바다로 만드는 대포, 사람을 세뇌하는 도구, 광선을 쏘는 총 등의 사람을 해치기 위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자신이 어마어마한 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녀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였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왕도를 떠났을 때였다.

     국경선 근처에서 자신이 만든 마도구가 파괴와 살육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아아, 연구에만 신경 써서 몰랐는데, 나는 무슨 짓을......)





     시키는 대로 만들고, 만들어낸 마도구가 칭찬을 받는 것이 기뻐서 더욱더 개발하다 보니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며칠 후 적국의 공격으로 마도구 연구소가 불바다가 되었을 때, 그녀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마도구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겠다면서.



     그리고 동료 연구원들을 모두 도망친 탓에, 도망이 늦어진 그녀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만약 자신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다시 마도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이 지식으로, 이번에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한 마도구를 만들고 싶다며.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피로에 찌든 연구원이 아닌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신이 주신 기회야. 다시는 태양 아래서 걷지 못할 일은 없을 거야)





     현생에서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 두 살배기 클로이.



     그날부터 그녀는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살았던 시대에서 거의 천 년 가까이 지난 것 같아)





     집에 있던 역사책에 따르면,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가 살인무기를 만들게 했던 리엘가 제국의 왕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분화가 일어나 제국과 그 주변 국가들이 멸망했다고 한다.

     지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왕도였던 곳에는 거대한 산이 있고, 주변은 광활한 산지로 변해 있었다.



     대륙의 주요 국가들이 멸망한 덕분일까, 아니면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일까.

     마도구는 살상 무기에서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으로 그 역할이 크게 바뀌고 있었다.

     많은 이론이 사라졌지만, 대신 연구해 볼 만한 새로운 이론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당시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따뜻한 물을 내뿜는 상자, 방을 데우는 상자, 물건을 식히는 상자 등 생활에 밀접한 마도구를 바라보며 클로이는 생각했다.





    (그야말로 이상향이야)





     그래서 일곱 살 생일 때.

     가족들이 "클로이는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묻자, 그녀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나, 마도구의 개발자가 될 거야."







     *







     클로이가 태어난 매드니스 자작 가문은 조금 별난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토양 연구의 권위자, 어머니는 농업 연구의 권위자, 그리고 형과 누나들은 치수 및 금속학 등의 전문 분야에 능통했다.



     즉, 매드니스 자작가는 전문가 집단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은, 클로이의 마도구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일곱 살에 비해 지식이 많은 것도 개의치 않고, 마도구에 관한 책을 많이 사주며 연구를 응원해 주었다.



     생활도구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설렘을 느끼며, 클로이는 생각했다.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이람? 이대로 연구에 몰두하자라고.



     그렇게 열두 살이 된 그녀는 새로 배운 마도구 기술을 이용해 '마도 정수 냄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영지의 일부 지역에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3년 동안 개발했다.



     이 개발은 매우 획기적이어서, 그녀는 이것의 특허를 취득했다.





    (이런 기세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지!)





     하지만 고난이 찾아왔다.





    "클로이, 역시 학교에 가야 해."



    "그래. 귀족의 의무니까."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이 나라 귀족의 의무로서 왕립학교에 입학해야만 했던 것이다.





    "싫어! 3년을 헛되이 보내다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의무는 의무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클로이는 마지못해 왕도(王都)로 가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다행히 학교 옆에는 대학이 있었고, 그곳의 마도구 연구의 교수의 마음에 들어 연구소에 출입을 허락받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곳에 드나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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