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자. 확실히 이번엔 패배했어.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냐. 그녀가 결혼하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 그때까지 해결하면 되는 일이야."
"...... 예, 어머니"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과 달리 레스투르 황족의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녀를 제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크벨트를 왕좌에 앉히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이번엔 우리의 패배야.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냐. 왕이 되는 건 내 아들이니까!)
호프만 백작가의 정당한 후계자는 리넷이 되었다.
이로 인해 칼리드는 백작 대리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었다. 칼리드와 후처, 그리고 그 아들이 어떻게 될지는 리넷의 판단에 맡겨졌다.
(뭐, 배신자의 최후는 대개 정해져 있지만)
아리아드네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옛 레스투르 제국에서 왕도로 이어지는 길목에 제1왕자파의 영지가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관세 문제도 자연스럽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분간은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잠시나마 평화를 얻은 아리아드네는, 아리아를 문병하러 갔다.
"어머니, 좀 어떠세요?"
"............"
아리아드네의 부름에 뚜렷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약간의 반응은 있다. 분명 들린다면서, 요즘 아리아드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어머니.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지금까지의 정보로 볼 때, 아리아는 보석안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를 황녀궁에서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보석안의 비밀을 알아차리는 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도 분명 많은 갈등이 있었겠죠."
아리아가 가정교사를 붙여주지 않았다면 아리아드네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의 아리아드네는 가슴을 펴고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빨리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리아의 팔을 잡고서 서투른 치유 마법을 사용한다. 전속 사제가 사용하는 치유마법에 비하면 유치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시빌라가 찾아왔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이제 준비할 시간입니다."
"그래. 그럼 가자....... 어머님, 다시 찾아뵐게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등을 돌리고 곧장 방을 나간 아리아드네는, 아리아가 그녀의 등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리아의 방을 나온 아리아드네는 그대로 드레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이미 시녀와 하녀들이 모여 있었다. 벽면에는 미리 고른 드레스가 걸려 있다.
오늘은 아르놀트와의 약혼식을 치르는 날이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옷 갈아입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맡길게."
입고 있던 옷을 벗고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는다.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하시겠나요?"
"평소보다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게 해 줘."
"알겠습니다."
시빌라가 헤어스타일을 정돈한다. 마지막으로 아리아한테서 빌린 루비가 박힌 장미 머리의 장식을 달면 완성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아리아드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메이드가 다가온다.
"아르놀트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지금 갈게."
드레스룸을 나오자, 턱시도 차림의 아르놀트 전하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 아리아드네 황태자비 전하,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고마워요. 아르놀트 전하도 멋지시네요."
(이건 사교적인 인사말이야)
이 약혼을 맺는 것은 계약이지 사랑이 아니다.
아리아드네로서는 회귀 전에 독살한 상대이며, 이제는 배상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 그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리아드네는 그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네?"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계약 조건입니다."
"...... 무,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은 저를 보호한다. 그 대가로서 저는 당신을 왕으로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그런 말을 들은 것은 맞지만, 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당신의 도움으로 왕이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