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세미 에피소드 1-4(3)
    2023년 09월 15일 23시 16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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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께서 저를 올리비아 공주님의 시녀로 삼으셨던 것을 잊으셨나요!?"

    "지금의 당주는 나다. 그리고 차기 당주는 아들이야. 네가 아니고."



     리넷의 어머니, 즉 호프만 여백작은 제1왕자파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리인에 불과한 칼리드가 제2왕자파를 선택했다. 빚 때문이라는 사정이 있었다면 몰라도, 지금의 그 선택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그 일은 동생도 동의한 건가요?"

    "당연하지. 그 아이는 너와 달리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거든. 이번 혼담은 바라마지 않던 것이지만, 원래부터 제2왕자파에서 아내를 구할 생각이었다."

    "...... 그렇군요. 아버님들은 처음부터 어머님을 배신할 생각이었군요. ...... 알겠습니다. 아버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멋대로 굴지 않겠습니다! 제가 호프만 백작가의 당주가 되겠습니다!"

    "...... 훗. 무슨 말을 하나 싶더니. 어떻게 당주가 되겠다는 거지?"



     칼리드가 무시하는 것처럼 웃었다.

     리넷은 시선을 돌리다가, 금방 아리아드네의 말을 떠올렸다.



    "폐하께 간청하겠습니다!"

    "하하. 쓸데없는 짓은 그만둬. 애초에 관세 이야기를 들고 온 건 칼라 왕비 전하가 아니더냐? 라파엘 폐하께 청원해도 소용이 없겠지."

    "~~~"



     리넷은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네가 제2왕자파에 순종한다면 정략결혼이라도 시켜 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소용없을 것 같군. 오늘 이 순간을 기해 너를 호프만 가문과 의절한다."







    "ㅡㅡ정말 죄송합니다!"



     호프만 백작가에서 쫓겨난 리넷은 올리비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참회했다. 주인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과 같은 행위로써 질책을 면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올리비아에게 받은 것은 동정의 눈빛이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뭐? 누구한테서?)



     리넷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올리비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다.



    "당신에게 확인하라고 들었는데, 당주가 될 의향이 있니? 아니면 당신이 양자를 입양해서 그 양자를 당주로 삼을 각오여도 상관없지만."

    "......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리넷의 표정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이미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이라. 그렇다면, 만약 가능하다면, 결심한 거네?"

    "방법이 있나요!?"

    "...... 그래. 하지만 그전에, 방금 전의 질문에 대답해."



     올리비아의 말에 리넷은 "각오는 되어 있어요."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복수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어머니의 뜻을 무시하는 아버지는 호프만 백작의 자격이 없어요. 게다가 어머니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분이셨어요. 손을 내밀어 주신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께 보답을 해야만 해요."

    "그래, 비록 구두 약속이지만 약속을 어기면 안 되지."

    "맞아요. 게다가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께서 구두 약속만 하신 것은 호프만 백작 가문을 믿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이런...... 너무해요!"



     리넷의 말에, 주위에서 동정의 시선이 쏟아졌다.

     

     

    "...... 저기, 왜들 저러죠?"

    "아니, 그......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말인데, 아무래도 칼리드가 배신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어차피 배신당할 거라면 빨리 하는 편이 대처도 쉽다면서......."

    "...... 네?"

    "그리고 당신의 각오를 확인시켜 달라고 했어. 당신한테 아버지와 길을 달리해 제1왕자파에 속할 각오가 있냐면서."

    "확인시켜 달라고요?"



     리넷의 물음에, 올리비아가 한숨을 쉬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 너머에는 낯익은ㅡㅡ아리아드네가 데리고 있던 메이드 아니스가 서 있었다.



    "리넷 님의 각오,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의 이름으로, 귀하에게 당주의 자리를 약속드립니다. 부디 안심하고 기다려주세요."

    "무, 무슨 말씀이신지......?"

    "모든 것은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의 뜻대로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 리넷 님은 신뢰하고 계신다는 뜻이라고요?"



     하지만 칼리드는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을 이해한 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리넷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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