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이 이상 계획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나는 잠시 눈을 내리깔면서, 리넷이 최대한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프만 백작가의 칼리드가 나타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호프만 백작가의 당주 칼리드라고 합니다."
당주라는 칼리드의 말에 몇몇 시녀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이쪽이야말로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의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리넷으로부터 저희 영지에 좋은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아리아드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애슐리에게 만들게 한 마도구 중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고물 마석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마도구랍니다."
"고, 고물 마석으로 작동할 수 있는 마도구라니!"
칼리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럴 만도 하다. 마도구는 가성비가 좋지 않아 좋은 품질의 마석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마도구에 쓸 수 없는 마석을 고물 마석이라고 부른다.
만약 그 고물 마석에 가치가 생긴다면 시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
올리비아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올리비아 왕녀 전하, 이번 협상은 저에게 맡겨주셔야겠네요."
"...... 그래요."
그래도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리아드네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 이것은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까?"
칼리드가 마도구를 만지려 했지만, 아리아드네가 먼저 마도구를 집어 들었다.
"기존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답니다. 효과도 바람의 수호 같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마도구를 판매할 예정이에요."
이 마도구가 유통되면 고물 마석은 더 이상 고물 마석이 아니게 된다. 호프만 백작령에 존재하는 고물 마석 광산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물론 당장 돈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라면 투자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거라면 굳이 제2왕자파의 감언이설에 넘어갈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 확실히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럼, 관세도?"
"물론입니다."
칼리드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아리아드네는 그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 협상, 성사되었네요."
그 대화를 보며 올리비아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올리비아의 시녀로 일하고 있는 리넷은, 아버지가 여전히 아리아드네와 약속한 관세를 낮추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버지, 왜 아직도 관세를 철폐하지 않으세요!?"
"아, 그거였군. 그거라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마도구는 구 레스투르 제국에서 판매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관세를 올린 채로 팔아도 수익이 날 테니까."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의 말에 리넷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인지 알고 계세요?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와 거래를 한 거잖아요?"
"너야말로 무슨 소리하는 거냐. 제안은 받았지만 거래는 하지 않았다. 실제로 계약서 한 장도 나누지 않았지 않은가?"
"아버지!"
물론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아리아드네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중재를 해준 올리비아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고, 아무리 그래도 의리 없는 짓이다.
"아버지께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물론, 당초 계획대로 칼라 왕비 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ㅡㅡ아버지!?"
리넷은 이번엔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