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세미 에피소드 1-3
    2023년 09월 15일 22시 39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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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오후.

     안뜰에서 차를 마시던 아리아드네는, 문득 대기하고 있던 애슐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당신, 마술 아카데미는 어떻게 되었어?"

    "...... 이제 와서 묻는 거예요? 시녀가 되기 위해 휴학 중이에요. 물론 아멜리아 전 여왕님을 위한 것이니 불만이 있을 리가 없지만요."

    "그래서, 속내는?"

    "마법을 공부할 수 없어서 돌겠어요"

    "ㅡㅡ풉."



     예상외로 귀여운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 어쩔 수 없지. 제가 마법을 가르쳐 줄게요."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께서요?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하의, 그것도 마술 아카데미도 다니지 않은 황녀 전하께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바로 옆으로 손을 뻗어 팔에 푸른 불꽃을 감쌌다. 그것을 본 순간,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 그 푸른 불길은 설마......!"

    "그래. 실전된 마술이야."



     금주에도 손을 댔던 아리아드네는 그러한 희귀한 마술에도 능숙하다. 그중 하나를 보여주자, 그 효과는 대단했다.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없을까?"

    "저를 제자로 삼아주세요!"



    (역시 이 아이는 재밌어)



     애슐리의 손바닥 뒤집는 모습에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침 마술ㅡㅡ특히 마도구의 분야에서 자신을 대신해 일할 수 있는 부하를 원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리아드네는 잘 되었다면서 애슐리를 제자로 삼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자기 방에 틀어박힌 아리아드네가 마력을 늘리는 훈련을 하고 있자 당황한 표정의 하이노가 찾아왔다.



    "...... 그렇게 서두르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구 레스투르 왕도 주변의 영지들이, 일제히 영지를 통과하는 상인들에게 높은 관세를 매겼습니다!"

    "어머. 그거 큰일이네."



     아리아드네는 남의 일처럼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이건 즉........"

    "레스투르 황족의 유일한 영지. 구 레스투르 왕도의 교역이 중단되어 세수가 급감한다. 그건 곧 황녀궁의 운영비가 없어진다는 뜻이겠지?"

    "알고 계시다면, 무엇을 그리 느긋하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안심해 손은 써놓았으니."



     장난스럽게 웃자, 하이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손을 써놓았다고요?"

    "구 레스투르 황국의 땅 대부분은 전과를 올린 귀족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졌어. 그중에서도 왕도 주변의 땅은 대부분 제2왕자파의 귀족들이 지배하고 있지 않아?"

    "설마, 이것은 레스투르 황족에 대한 공격입니까?"

    "또 다른 이유가 뭐겠어? 아마 구 레스투르 왕도와 거래하지 않는 상인들에게는 면세 특권이 주어져 있을 거야. 궁금하다면 확인해 봐."

    "거, 거기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어머, 벌써 알아봤나 보네?"



     역시 훌륭한 집사라며 감탄한다.



    "그래서,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책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주변 영지의 대부분은 제2왕자파 귀족이 지배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잖아? 아마 이 근처에...... 그래, 맞아....... 여기. 호프만 백작령."



     지도를 꺼내어 원하는 영지를 가리켰다.



    "호프만 백작령은 중립적인 입장이었지?"

    "그것이...... 그."

    "관세가 올랐어?"

    "......예."



     칼라가 놓쳤다면 이야기가 빨랐을 텐데, 역시 그렇게까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유감이지만, 나는 당신의 수법을 잘 알고 있어)



     호프만 백작령에 압력을 가하고, 그에 발맞추어 관세를 올리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 폐하께 청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관세는 영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그 정도 일로는 청원해도 소용없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움직여 줄지도 모르지만, 라파엘 폐하는 제2왕자파니까."



    (...... 라고 말했지만, 라파엘 폐하가 정말 제2왕자파가 맞는지 의문이 들어. 회귀 전의 행동과 회귀 후의 그 대화, 사실은...... 다를 가능성도 있어)



     그래도 제2왕자파처럼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거야... 아아, 생각보다 빨리 왔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아리아드네는, 로터리에 마차가 멈춰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아니스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객실로 안내해. 나도 곧 갈게."

    "그럴 필요 없어요."



     아니스의 뒤에서 나타난 것은 올리비아였다.



    "......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그런 것보다, 어디까지 예견하셨던 거죠?"



     어이없어하는 아리아드네에게 올리비아가 바짝 다가온다. 호위들이 말리려 했지만, 아리아드네는 몸짓으로 제지했다.



    "올리비아 왕녀 전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모르는 체하지 마세요. 제 시녀를 주시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전에 만났을 때의 일이다. 올리비아에게 부탁한 것 중의 하나로, 시녀의 상태를 잘 살피라고 했다. 그 결과, 수상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시녀ㅡㅡ리넷의 남동생이 아스토르 백작가의 영애와 약혼을 했어요."

    "그게 다가 아니겠죠?"

    "...... 아스토르 백작가와 공동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번 소동으로 수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인신매매를 위한 위장막으로 이용당한 것 같아요."

    "어머, 안 됐네요."



     리넷의 친정인 호프만 백작 가문은 비교적 가난하다. 마석 광산을 가지고 있지만, 생산되는 것은 고물 마석뿐이고 지금은 가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동사업이 망했다면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일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죠?"

    "...... 알고 있지 않나요?"

    "설마요. 저한테는 그렇게까지 지혜가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과연 어떨까요."



     의심의 눈초리를 준다.

     아리아드네가 맑은 얼굴로 그 시선을 받자, 올리비아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뭐, 좋아요. 어쨌든, 그렇게 곤경에 처한 호프만 백작가에 지크벨트 전하의 측근의 딸과의 혼담이 들어왔어요. 자금 지원의 제안과 함께."

    "그리고 그 대가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었군요."

    "...... 역시 알고 계셨잖아요."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몇 가지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아리아드네가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운 결과다.

     같은 파벌 내에서도 서로 견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확실하게 협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 좋은 예가 칼라와 지크벨트 부자지간이다.

     칼라의 이 한 수에 지크벨트가 한몫 거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어쨌든, 호프만 가문은 제1왕자파로 기울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제2왕자파에 편입될 거겠죠. 리넷도 시녀를 그만두게 될 테고요."



     섭섭한 표정.

     올리비아는 리넷에게 시녀와 주종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 사이가 좋았나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런가요."



     이는 아리아드네로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자신을 이용한 악랄한 사람들에게는 복수를. 그리고 자신이 괴롭힌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배상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올리비아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아리아드네는 음모의 내용을 조금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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